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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뷰포인트] 선두 최호성과 142위 밀카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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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틀간의 라운드를 마치고 홀아웃 하는 밀카 싱(왼쪽), 최호성과 캐디 황용훈 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남화영 기자] 이틀 라운드에 27타차! 최호성(46)이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 36홀을 거치며 9언더파를 치면서 선두로 나선 반면, 한 조에서 동반 라운드한 지브 밀카 싱(인도)은 18오버파를 쳐서 꼴찌에서 바로 위(142위)로 컷 탈락했다.

최호성은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 7328야드)에서 이틀에 67-66타를 쳐서 4타차 선두에 올랐다. 첫날은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공동 3위였고, 둘째날은 6번 홀 샷 이글을 포함해 기기묘묘하게 파를 세이브하면서 버디 4개를 더하고 보기는 한 개만 적어냈다.

올해 46세의 최호성은 잡초파 골퍼다. 26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코리안투어 2부리그 KTF 016투어부터 시작해 투어만 19년이다.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근성은 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잘 드러났다. “제 자신 안에 극복하고 싶은 도전 정신이 있다. 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시험하고 싶다. 마음을 내려놓지 않고 ‘나는 할 수 있다’는 강한 열정이 나를 이끈다.”

최호성은 포항수산고 고3 여름 현장 실습 때 부산의 참치 공장에서 해체작업을 하는 과정에 손가락이 절단됐다. 어린 나이라 그것 때문에 몇 년 동안 절망감이 빠져 있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인데 엄지 끝마디가 없으면 물건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런 핸디캡을 안고서도 골프 연습에 매진한다. 스윙을 할 때도 엄지 첫마디가 불편하고, 겨울이면 살이 자주 튼다. 신체의 핸디캡을 안은 만큼 연습을 오히려 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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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2라운드 36홀을 마무리한 최호성이 마지막 퍼트를 마친 후에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그의 골프 인생은 눈물겨운 극복의 일화로 점철돼 있다. 안양골프장에 아르바이트 갔다가 계약직 직원이 됐다. 몇 년 있다 보니 골프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손에 피가 나도록 연습해 2001년 KTF 016투어에서 2승을 하면서 상금왕에 올랐다. 2003년까지 2부 투어를 뛰다가 2004년부터 코리안 투어에 합류한 뒤로 국내 2승(2008년 하나투어챔피언십, 2011년 레이크힐스오픈)을 거두었고, 2013년에는 일본(JGTO)투어 인도네시아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일본투어를 뛰는 최호성은 올해 한국오픈도 어렵게 출전했다. 최종 예선전에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샷이글을 하는 행운으로 2언더파를 치면서 출전권을 땄다. 그는 “이글을 하고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막상 출전하자 올해 65세인 장인(황용훈)이 캐디를 보았고 부인은 갤러리로 뒤를 따랐다. 22일 36홀의 마지막 홀에 이른 최호성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면서 기합을 넣었다. 티 샷을 하고 나서도 ‘으라차’하는 기합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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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카 싱이 22일 한국오픈 마지막 9번 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하고 있다.


지브 밀카 싱은 첫날 13오버파 84타를 쳐서 꼴찌였다. 파4 12번 홀에서 5오버파인 퀸튜플 보기를 적어냈다. 2라운드는 그나마 5오버파 76타에 그쳐서 꼴찌는 면했다. 하지만 18오버파 160타는 그의 골프 인생에서 극히 드문 저조한 성적이 될 듯하다.

올해로 47세인 인도의 엘리트 골퍼다. 1998년에 인도인으로는 첫 유러피언투어 선수가 되었다. 1993년에 프로가 되었으니 프로 경력만 25년이다. 유러피언투어에서 4승,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4승, 아시안투어 6승에 기타 인도의 투어를 포함해 투어 통산 20승을 쌓았다.

2013년까지 유러피언투어를 2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뛰었으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듬해부터 아시안투어로 돌아와서 투어를 다닌다. 싱은 오랜만의 한국 투어 출전이어서인지 타수를 제법 많이 까먹었다. 아내 쿠드랏과 아들 하르자이가 가장의 힘든 라운드를 따라다녔다.

라운드를 마치고 최호성은 밀카 싱과 악수를 했다. 싱은 최호성의 선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갤러리로 선수의 뒤를 따르던 최호성의 부인은 이틀동안 얼굴이 익은 싱의 부인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는 두어 살 위인 밀카 싱이 전성기였을 때 최호성이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는 안 되다가 되는 것이고, 되다가도 안 된다. 전혀 다른 골프 인생의 궤적을 그려온 40대 후반의 두 노장 골퍼가 한 조에서 만나 극과 극의 결과를 낳은 것도 신기한 일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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