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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골프 노마드 이민지-민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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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민지. [사진=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호주 교포 이민지(22 하나금융그룹)가 생일날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민지의 우승을 가장 기뻐한 이는 아마도 가족일 것이다. 이민지 가족은 골프 유목민이다. 엄마는 딸과, 아빠는 아들과 함께 전 세계의 골프대회를 다니느라 떨어져 살고 있다. 그래서 이날도 함께 미역국을 먹지 못했다.

누나 민지가 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경쟁을 할 때 두 살 터울 동생인 민우는 인천 송도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호주 국가대표인 민우는 올 연말 프로전향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험을 쌓기 위해 모국의 프로대회에 출전했다. 나흘내내 꾸준히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렸으나 마지막 날 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15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민지-민우 남매는 전미주니어골프사상 최초로 남매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누나 민지가 2012년 US걸스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으며 동생 민우는 4년 뒤인 2016년 US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남매는 골프에 유리한 유전자를 갖고 골퍼들의 천국이라는 호주 퍼스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체대 출신인 부친 이수남 씨가 KLPGA 티칭 프로인 모친 이성민 씨를 만났고 96년 호주로 이민을 갔다. 퍼스는 해가 길어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천국이다. 부친 이씨는 98년 골프에 입문해 불과 5년 만인 2003년 포트 케네디 골프장의 클럽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골프에 열정과 재능이 있었다.

이씨 부부는 민지가 6살, 민우가 8살 때 아이들을 키즈 골프스쿨에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며 민주적으로 키웠다. 호주 퍼스의 지역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누나 민지는 어려서부터 작은 목표들을 끊임없이 세우고 달성하는 노력을 했다. “너의 목표를 달성하라” “최선을 다하라”라는 문구를 포스트잇에 써 책상에 붙여놓았다.

민지는 엄마가 연습장에 데려갈 때 한번도 싫다는 소리를 안했다고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연습했기 때문이다. 동생 민우는 하나 밖에 없는 누나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덕인지 남매는 둘 다 호주의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있었다. 또 민지나 민우 둘 다 경기가 안 풀려도 클럽을 땅에 던지거나 화를 내는 일이 없을 정도로 가정교육도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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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호주 국가대표 이민우. [사진=KPGA]


이민지 가족은 호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민자 가정에서 아이 둘을 골프선수로 키우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민지가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호주골프협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그 중심에 멘토인 캐리 웹이 있었다. LPGA투어에서 41승을 거둔 웹은 이민지에게 US여자오픈에 출전할 경비를 지원하고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동생 민우는 호주골프협회와 가족의 도움 속에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지만 여러 나라를 오가며 각종 대회에 나가느라 비용이 많이 든다. 민우에겐 돈 잘 버는 누나가 있어 다행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진출한 윤채영(31 한화)도 열심히 벌어 주니어 골프선수인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 장남이나 장녀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과거 60~7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이민우의 목표는 PGA투어 진출이다. 빅리그에 가기 위해 일단 웹닷컴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할 생각이다. 민우가 꿈을 이룬다면 남매가 LPGA투어와 PGA투어에서 뛰는 흔치 않은 사례가 될 것이다. 남매의 꿈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이 정겹다. 민우는 이번 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 출전한다. 누나의 볼빅 챔피언십 우승 기운이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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