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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22] 58년의 공들임 요코하마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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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그린 뒤의 Y자 가지를 가진 소나무가 요코하마의 상징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세계 골퍼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골프장 정보 사이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에서 일본 코스 3위이면서, 아시아에서는 5위, 세계 100대 코스 92위에 오른 요코하마(橫浜)컨트리클럽(웨스트 코스: 파71 6938야드)은 1964년에 개장한 골프장이다.

1957년에 오늘날의 월드컵인 캐나다컵을 일본에서 개최하고 일본인 나카무라 도라키치가 우승하면서 일본에 골프붐이 일어날 무렵 골프장이 태동되었다. 골프에 관심이 많고 실력도 수준급이던 오너 설계가 다케오 아이야마(相山 武夫)가 6년 여에 걸쳐 조성하고 개장했다.

리노베이션과 일본오픈
설립자 아이야마는 1960년 동코스 9홀을 시작으로 1년 뒤에는 18홀을 완성했다. 1963년에는 서코스 9홀을 세운 뒤에 1965년에 18홀을 모두 완공했다. 현재의 클럽하우스는 1970년에 준공했다. 동코스가 아기자기하다면 서코스는 챌린징한 코스로 주요 대회의 전장이 됐다. ‘골프를 일본에 보급하겠다’는 뜻을 품은 아이야마는 애초부터 골프 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었다.

1978년에 일본오픈을 개최한 요코하마는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올해 10월에 다시 일본오픈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스페인의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초청 출전해 일본에서 처음 우승했다. 2012년에는 일본여자오픈을 개최해 펑샨샨(중국)이 우승했다. 일본에서 내셔널타이틀인 일본오픈은 특정 골프장에서 개최하지 않는다. 뛰어난 코스를 가진 곳을 순회하며 개최한다. 미국에서처럼 일본오픈을 개최하려면 코스를 수준급으로 유지해야 하고 난이도와 관람 공간 등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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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후지산을 배경으로 라운드하던 설립 초창기 모습. [자료=요코하마클럽 50년사]


요코하마는 개장 40년이 지나면서 대대적인 코스 리노베이션에 착소했다. 동코스는 2000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설계가인 사토 겐타로가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투그린을 원그린으로 교체했다. 서코스는 개장한 지 50년만인 2014~15년에 오늘날 가장 인기높은 설계가인 미국의 빌 쿠어& 벤 크렌쇼에 의해 리노베이션이 이뤄졌다.

개장한 지 반백년을 지나면서 답압과 배수의 문제와 함께 투그린 코스를 고칠 필요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설립자의 손자인 클럽 이사장 다케야쓰 아이야마는 미국 코스들을 두루 돌아본 뒤에 샌드힐스를 만든 쿠어&크렌쇼를 찾아가 서코스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일본에서는 처음 작업을 하는 쿠어&크렌쇼는 그린을 섬세하게 언듈레이션을 두고 바꾸었고 잔디도 벤트그라스로 교체했다. 그린 밑으로는 오거스타내셔널 등 고급코스에 깔린 서브에어시스템까지 설치했다.

쿠어&크렌쇼 팀은 홀 라우팅(routing)의 뼈대를 유지하되 좀더 챌린징한 소폭의 홀 배열 변화를 추구했다. 좁고 짧았던 파4, 파3인 4, 5번 홀을 하나의 파4 4번 홀로 합쳤다. 그 대신 예전까지 파5로 운영되던 9번 홀은 파4 8번 홀과 파3 9번 홀로 나누었다. 그리고 남는 공간에는 170야드 거리의 파3 19번 홀을 신설했다. 만약에 올해 일본오픈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이 서비스 홀로 이동해서 서든데스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동코스 17, 18번 홀 역시 리노베이션되었는데 올해 일본오픈에서는 이 홀이 10, 11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서코스 2,3번은 작은 터널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갤러리 동선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이같이 결정되었다. 게다가 인-아웃 코스를 서로 바꿔 파3 9번 홀이 18번 홀이 되어 이곳에서 라운드를 마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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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2번 홀은 쿠어 & 크렌쇼의 벙커와 그린 에리어 리노베이션이 빛을 발한 홀이다.


리노베이션 결과 티잉그라운드들이 약간 올라왔으며 그라운드의 사각 형태가 자연스러운 윤곽으로 바뀌었다. 페어웨이 중간에 맹암거를 설치해 배수 기능을 높였고, 벙커턱에 풀을 심는 등 최근의 자연주의 트렌드에 맞춘 세부작업(매니큐어링)이 적용됐다. 올드 코스의 틀에 최고 전문가들의 그린 에어리어 개선 이후에 요코하마는 해외 패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6위에 그치던 서코스 랭킹은 단숨에 3계단을 뛰어 3위에 랭크됐다.

오모테나시의 정성과 디테일
골프장의 로고는 요코하마컨트리클럽의 영문 이니셜인 ‘Y’모양을 띤 소나무로 17번 홀 그린 뒤에 있다.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그린에 볼을 올리고 나면 그 나무가 위용을 드러낸다. 힘들게 오르막 그린에 오른 이들이 언덕에서 쉬어갈 때면 그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올드 코스인만큼 울창한 나무숲이 코스를 감싸고 있다.

요코하마는 동코스를 개장한 1961년부터 월간 회보 책자인 <요코하마>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 골프장이다. 게다가 이 골프장에서 나오는 모든 물품에는 요코하마 골프장 및 올해 개최되는 일본오픈 엠블럼을 박아두고 있었다. 심지어 식사에 나오는 젓가락에도 올해 열리는 일본오픈 로고를 박아두었다. 예사롭지 않은 젓가락을 살펴보니 세계문화유산인 쿠마노코도(熊野古道)에서 생산되는 일본 황실 물품 담당하는 궁내청에 납품 젓가락임을 은근히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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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맛까지 느끼게 하는 일본의 클럽하우스 식단. 올해 개최하는 일본오픈 로고가 젓가락 봉투에도 새겨져 있다.


우리가 라운드한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세 시간 가량 비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라운드를 했다. 세계 100대 코스 패널인 키미 호시야마 씨와 한국에서 골프 미디어와 전문가가 왔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골프장에서는 히로세 총지배인, 후미아키 부지배인, 가네코 부장 등이 와서 요코하마 코스를 안내했고, 리노베이션 후 일본오픈까지의 코스관리를 위해 캐나다에서 초빙된 그린키퍼까지 와서 코스를 어떻게 세팅하고 유지하는지 도면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하는 일본인의 자세에 감명받았다.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는 일본 사람들이 손님을 대하는 극진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대접한다는 뜻의 모테나시(持て成し)에 정중한 표현의 접두어 오(お)를 붙인 말이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대접한다는 의미로 에도시대의 일본식 연회요리인 가이세키(會席)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좋은 코스를 만들고 큰 대회를 주최하고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일본이 세계속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컵받침과 젓가락에까지 대회 로고를 붙여두는 디테일이 요코하마를 뛰어난 토너먼트의 전당으로 기억하게 하는 요소다. 골프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설립자의 의지는 58년을 통해 관철되고 있었다. 세계 100대 코스의 명예는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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