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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세계랭킹 1위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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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에 도전중인 저스틴 토마스.[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주 WGC-델 매치플레이 준결승에서 저스틴 토마스가 버바 왓슨에서 3&2로 패했다. 기세등등했던 토마스의 일방적인 패배는 의외였다. 토마스는 경기후 AP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랭킹 1위 등극에 대한 부담감으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며 “오늘처럼 특정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 적은 없었다.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토마스가 왓슨을 꺾었다면 더스틴 존슨을 밀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집착하는 바람에 경기 리듬이 깨지고 말았다. 절정의 퍼팅감으로 조별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둔 후 16강전에서 김시우를 6&5로 대파했던 토마스는 왓슨을 맞아 여러 차례 짧은 퍼트를 넣지 못했다. 또한 안정적이던 드라이버샷은 방향을 잃었다. 세계랭킹 1위와 관련된 기자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멘탈이 흔들리고 말았다.

토마스는 알렉스 노렌과의 3~4위전에서도 5&3로 대패했다. 노렌도 훌륭한 선수지만 잘나가던 토마스의 일방적인 패배는 골프가 멘탈게임이란 것을 증명한다. 토마스는 노렌과의 경기후 “차라리 잘됐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거스타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에 대한 유혹이 사라진 상태에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까?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랭킹 1위를 꿈꾼다. 세계랭킹 시스템이 생긴 1986년이후 지금껏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베른하르트 랑거부터 더스틴 존슨까지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한 골퍼들은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위는 부와 명예도 주지만 반대로 역할과 의무도 만만치 않다. 언제나 미디어의 인터뷰에 응해야 하며 다양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도전자들에 비해 연습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일인자의 자리를 노리는 도전자들의 끊임없는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이다. 올라본 자는 그래서 정상의 자리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는 그래서 더 위대해 보인다. 우즈는 역대 최다인 683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뒤를 이어 그렉 노먼이 331주, 닉 팔도가 97주, 로리 매킬로이가 95주,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1주간 일인자의 자리에 군림했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은 58주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인들의 위협 속에 가장 오랜 시간 일인자의 자리를 지킨 우즈의 지난 시간은 그래서 더욱 값져보인다.

정상에 오르지 못한 자는 산 너머 세상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토마스가 그의 말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을까? 토마스에겐 '마스터스 우승=세계랭킹 1위'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문제다. 참고로 1위인 존슨의 세계랭킹 포인트는 9.8833점, 2위인 토마스는 9.4946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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