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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카카오톡으로 골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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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식 카카오VX 대표는 올해 골프부킹과 용품 사업을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카카오톡이라는 좋은 플랫폼(서비스 공간)으로 수많은 골퍼의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태식 카카오VX 대표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스크린골프 브랜드 티업(T-up)을 넘어 카카오톡을 활용한 올해 골프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이미 지난 7일 열렸던 카카오게임즈 미디어데이에서 “카카오톡으로 골프용품을 구매하고 대화형 AI(인공지능) 로봇인 챗봇(chatbot)을 통해 골프장을 예약하고, 카카오맵으로 길 안내 받고, 라운드 후에는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연동되는 골프 총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톡에서 골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올해 골프에 엄청난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언이었다. 부킹, 용품 등 골퍼들이나 업계의 지형이 변할 수 있을 듯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자세히 듣고 싶었다. 그는 “미디어데이 이후로도 기존 골프장과 골프업계에서 이미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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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되고 있는 부킹 사이트들.


수수료 없앤 골프 부킹
문 대표는 올해 안으로 이용자가 5천만이라는 전국민 이용망을 가진 카카오톡에 골프를 심는다고 했다. 골프 부킹의 경우 이용자의 골프 스타일과 예약 패턴 등을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뒤에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퍼블릭 골프장의 빈 티타임이 생기면 골프 이용자에게 바로 알려지고 그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부킹하게 된다.

“기존에는 산재한 부킹 에이전트들이 티타임 예약에 성공하면 골프장에서 수수료를 받았지만 저희는 그것 대신에 골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빈 타임을 골퍼들에게 즉시 소개하고요. 골프장도 할인 이벤트를 내걸 수 있죠. 단톡방에서 얘기하다가 친구들끼리 바로 골프 부킹을 편리하게 하죠. 회원제 골프장들도 빈 시간 티타임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엑스골프, 골프큐브, SBS골프 등 수많은 골프 사이트가 인터넷으로 부킹 서비스를 해주지만 각자 회원들을 나눠가질 뿐이다. 그런데 1만원 내외의 수수료를 안 받는다는 건 골프장이 적극 반길 일이다. 게다가 퍼블릭 골프장 숫자가 회원제를 초과한 요즘 상황이라면 충분히 빅데이터를 활용해 티타임을 알리고 골퍼들이 쉽게 부킹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골프장마다 다양한 운영 방식이 있고, 만약 예약 후에 방문하지 않거나 취소하는 종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부분도 연구 중인데 우선 선결제 방식을 활용해 예약 취소, 미방문 등에 대응해야죠. 빅데이터라서 가능한 대응력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예컨대 조인 플레이를 원할 경우에 비슷한 성향의 골퍼를 매칭시킬 수 있습니다. 골프장은 매출이 늘고, 동반자가 필요한 골퍼는 인원을 채워 라운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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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캐릭터들이 다양하게 골프용품으로 등장할 수 있다.


용품과 캐릭터 콜라보 진행
문 대표는 카카오의 간편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 등 기존 카카오가 진행하는 서비스를 모두 연계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골프와 관련된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이 가능해진다. 골프용품 구매도 카카오톡을 통해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부킹과 연계시키는 골프 e커머스가 가능해진다.

“카카오의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골프 용품 판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피팅용 고반발 클럽은 제작,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제품도 있고, 기존 업체와 제휴도 가능하지요.” 지난해 카카오톡의 캐릭터를 골프볼에 새긴 콜라보가 진행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헤드커버, 파우치백 등 액세서리에 이어 클럽에도 카카오톡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라이언, 튜브, 무지, 콘, 네오 등 카카오의 캐릭터를 활용한 골프 액세서리를 제작하거나 패션업체와 콜라보도 가능합니다. 프렌즈 용품이 인기가 많습니다. 단지 클럽을 유통만하는 단계를 넘어섭니다. 그리고 이를 부킹 서비스와 연동시킬 생각입니다.”

지난 7일 미디어데이에서 카카오VX가 골프장 부킹, 용품 사업에도 진출한다고 표방하자 많은 기업에서 제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미 브리지스톤골프, 루디선글라스, 파나소닉 등과는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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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표는 지난 7일 카카오게임스 미디어데이에서 골프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한게임 성공의 주역
문 대표의 구상대로라면 올해 국내 골프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만하다. 하지만 그같은 망을 연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가능한 일일까? 종전까지 스크린골프 사업을 주로 하던 카카오VX가 골프 시장을 얼마나 변화시킬지 짐작하려면 문태식 대표의 이력과 함께 카카오VX의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문 대표는 1998년 설립된 ‘한게임’ 성공 신화의 주역이자 창업멤버로 2005년12월부터 NHN 미국대표까지 역임했다. 미국에서 NHN대표를 하면서 골프를 시작한 그는 NHN의 ‘당신은 골프왕’이라는 온라인 골프게임을 출시하더니 2007년에 N플루토를 창업하면서 독립했다.

게임과 스크린 골프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 결국 그는 2011년 티업을 출시하면서 스크린 골프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골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다. 게임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경험을 가진 그에게 스크린 골프는 충분히 매력적인 열린 시장이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크린골프가 급성장하고 있어 티업은 게임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2012년에 마음골프학교를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마음골프’로 바꾸고 스크린 골프에 골프 레슨을 추가한 교육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이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 인구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를 게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레슨과 교육을 통해 필드 골프와 연결하고 싶었다.

2015년 말에는 골프 선수를 키우고 육성하는 팀57을 창설했다. 2,3부의 남녀 선수 7명과 코치진 5명으로 출범한 팀57은 순수한 선수 아카데미다. 일반 기업들처럼 유명 선수를 모아 골프단을 만들고 기업 홍보나 광고에 활용하지 않았다. 형편이 어렵거나 골프가 절실한 유망주를 선발해 프로 선수로 육성하는 일종의 엔젤 투자 개념이었다.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선수들이 나중에 후진들에게 재투자하는 선수 육성의 선순환 생태계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팀57의 설립 철학이었다. 문 대표가 정보통신(IT)업계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된 뒤로 스타트업 기업들을 육성하던 엔젤투자 개념을 골프에 접목시킨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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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VX는 최근 티업비전2를 통해 인공지능을 스크린골프에 접목시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티업비전2 광고화면.


게임에서 AI 넘어 VR까지
마음골프는 지난해 3월 스크린골프업체인 지스윙을 인수하면서 업계 2위로 규모를 키운 뒤에 9월에는 업계 최초로 AI기술을 적용해 음성 캐디와 말을 나눌 수 있는 티업비전2도 런칭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게임즈에 자회사로 편입되었고, 사명을 카카오VX로 변경했다. 2007년 골프게임업체로 창업한 뒤로 5년 주기로 회사의 외양을 조금씩 키웠다.

“N플루토를 시작할 때는 게임이었고, 티업을 런칭했을 때는 스크린골프였는데 그게 둘이 아니었습니다. 캐디 서비스나 다른 지역 골퍼들이 서로 대결하는 방식은 원거리 게임에서 쓰이던 방식을 스크린에 적용한 것이었으니까요. 당시 업계 1위인 골프존에서 합자를 제안했으나 저희는 고민 끝에 독자적으로 스크린골프 브랜드를 꾸려 나갔습니다.”

이전 사업이 게임에서 시작해-스크린골프-레슨-선수 육성의 길을 걸었다면, 지난해 카카오VX로 바뀌면서 출시한 티업비전2는 스크린골프에서는 새로운 개념이었다. “AI가 도입된 것입니다. 골퍼가 ‘헤이 티업’하고 챗봇을 깨워 직접 소통합니다.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서서히 데이터를 늘려나가고 인공지능으로 기능을 높여나가죠. 나중에는 주변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켜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스크린골프에서 시작한 저희 사업은 향후 홈트레이닝(홈트)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입니다.”

카카오VX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차세대 콘텐츠 연구 본부와 공동으로 소비자의 동작을 측정하고 분석해 코칭까지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원천기술을 차세대 홈디바이스(가정용 기기)에 적용해 어린이와 교육용 가상 체험 콘텐츠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VX에 따르면 AI연계 서비스의 일종으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운동을 배우는 홈트레이닝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각종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동작을 카메라 센서로 측정하고 분석해 동작을 교정하는 고급 서비스 기능까지 가능하다.

문 대표는 한게임에서 시작해 NHN을 만들고 발전시킨 주역이었다. 2007년 골프 게임으로 시작해 스크린골프와 교육으로 발전시켜나갔다. 그리고 VR, AR을 생활 현장에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함께 국내 IT산업을 키웠던 카카오의 창업 멤버들과 다시 합쳤다.

그가 서로 떨어진 업계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온 것처럼 카카오VX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스크린골프를 넘어 골프 전체 영역으로 충분히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법하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 일상 영역에 확장해온 카카오톡으로서도 카카오VX라는 길라잡이를 이용한다면 골프 대중화를 이끄는 훌륭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어 보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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