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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 'Adios!', 코트와 작별하는 ATP 선수들(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숱한 영광을 뒤로 하고 인생 제2막을 열어젖히는 테니스 스타들이 있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가까이 코트에서 수많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은 올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떠나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는 이들이 남긴 족적을 조명했다. 첫 번째 순서로 후안 모나코(33, 아르헨티나), 알베르트 몬타네스(37, 스페인), 그레가 젬랴(31, 슬로베니아), 솜데브 데바르만(32, 인도), 지오반니 라펜티(34, 에콰도르), 콜린 플레밍(33, 영국)이 선정됐다. (*소제목 뒤 일시는 은퇴를 선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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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의 강자', 모나코 (5월 15일) 커리어하이 단식 10위

모나코는 클레이코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가 보유한 9개의 단식 타이틀 중 클레이코트에서만 8개를 챙겼다. 2012년 7월 23일 생애 최고 순위인 10위에 올랐고, 커리어 통산 세계 10위 이내 선수들을 상대로 20승(56패)을 거뒀다. 2007년 웨스턴앤서던오픈에서는 라파엘 나달을 물리쳤고, 2015년 카타르 엑슨모빌오픈에서는 나달과 짝을 이뤄 복식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통산 복식 타이틀 3개 보유).

지난 5월, 은퇴를 앞둔 그의 소감은 진중했다. "수년간 끊임없이 도전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는 테니스를 통해 교육, 규율, 우정,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얻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테니스 코트를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제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헌신, 희생, 끈기 그리고 타협이 항상 저를 이끌었습니다. 마지막 시합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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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러를 꺾은 남자', 몬타네스 (4월 27일) 커리어하이 단식 22위

클레이코트에서만 6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스페인 선수는 지난 4월 바르셀로나오픈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인공은 커리어 통산 단식 255승을 기록한 알베르트 몬타네스. 2010년 자신의 최고 랭킹인 22위에 올랐는데, 그는 이를 두고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 지칭했다.

"저를 지지해준 모든 관중은 제 선수 경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지속한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2010년 에스토릴오픈 준결승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36, 스위스)를 꺾었다(스페인 선수가 클레이 코트에서 페더러를 무릎꿇린 건 당시까지 라파엘 나달(31, 1위)이 유일했다). 파죽지세로 결승에서 프레드 질(32, 포르투갈, 517위)을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한 것을 항상 기억합니다. 당시 에스토릴에서 거머쥔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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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베니아 No.1', 젬랴 (8월 12일) 커리어하이 단식 43위

젬랴는 슬로베니아 출신 선수로는 숱한 '처음'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슬로베니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ATP 단식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었고, 그랜드슬램 본선에 올라 커리어 통산 8승 11패를 기록했다. 30세가 되기 전에 이룬 소중한 업적이다.

2012년 10월 에르스테뱅크오픈에서는 토미 하스(독일, 당시 20위), 얀코 팁사레비치(세르비아, 당시 9위) 등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당시 8위)와 맞닥뜨렸다. 세트스코어 0-2(5-7, 3-6)로 패했으나 투어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그는 6개의 챌린저(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2013년 7월 15일 자신의 최고 랭킹인 4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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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스타', 데바르만 (1월 2일) 커리어하이 단식 62위

1985년생인 데바르만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정든 코트와 작별했다. 그는 2016년 1월 첸나이오픈 본선 1회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를 상대한 이후로 더 이상 투어대회 본선 드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독특한 이력도 지녔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2007년과 2008년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테니스 대회에서 백투백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남자 단복식 모두 금메달,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1년 7월 25일 세계 62위까지 오르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2012년부터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700위권까지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재활에 만전을 기해 복귀한 뒤 2014년 3월 7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거기까지였다. 데바르만은 투어 준우승 2회, 챌린저 우승 5회에 빛나는 자타공인 아시아의 테니스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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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 10회 우승', 라펜티 (2월 10일) 커리어하이 단식 110위

주로 챌린저에서 활동한 선수다. 챌린저 통산 201승 179패를 기록하면서 무려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가 남긴 가장 강렬한 기억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일곱이었던 지오반니는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회전에 출전해 영국을 상대했다. 그는 승부의 분수령이 된 복식에서 친형 니콜라스와 짝을 이뤄 팀 헨만-아빈드 파마 조를 세트스코어 3-0(6-3, 7-5, 6-3)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하루 뒤 단식에 출전해 파마를 세트스코어 3-2(4-6, 3-6, 6-1, 6-3, 6-3)로 꺾었다. 지오반니의 활약 덕분에 에콰도르는 영국 원정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승전보를 전했다. 2001년에는 프랑크 단체비치(캐나다)와 호흡을 맞춰 윔블던 주니어 남자복식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지오반니는 올해 2월 자국에서 열린 에콰도르오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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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왼쪽)과 허친스.


- '선수에서 코치로', 플레밍 (1월 16일) 커리어하이 복식 17위

플레밍은 지난 1월 스코틀랜드 테니스 국가대표 코치직을 수락했다. 복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0년간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무려 19차례 결승에 올라 8개의 복식 타이틀을 획득했다. 2013년 9월 9일에는 복식 17위로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플레밍과 함께 3번의 복식 우승을 따낸 로스 허친스(영국)는 선수가 아닌 코치의 삶을 택한 동료의 앞날을 축복했다. "콜린이 새로운 길에서도 언제나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는 선수 시절 환상적인 업적을 이뤄냈고, ATP 투어라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저는 콜린이 스코틀랜드 테니스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사진=ATP홈페이지]

* 'Adios!', 코트와 작별하는 ATP 선수들(하) 편에서는 라덱 스테파넥, 폴 앙리 마티유, 벤야민 베커, 마르코 치우디넬리, 마리우스 피르스텐베르크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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