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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천재골퍼' 김효주는 왜 평범한 선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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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김효주(사진)가 평범한 선수가 됐다. 올해 22개 대회에 나가 우승없이 톱10에 4번 드는데 그쳤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는 공동 64위를 기록했다. 올해 예선탈락도 4차례나 당했으며 세계랭킹은 어느덧 44위까지 밀려났다.

김효주는 95년 7월 생으로 이제 만 스물 두 살이다. 아직 창창한 나이에 이런 조로(早老) 현상은 흔치 않은 일이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발휘했던 선수가 불과 1~2년 사이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는 점은 특이한 케이스다.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과연 김효주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효주는 2014년 에비앙챔피언십 첫날 61타를 쳤다. 메이저 역사상 18홀 최소타였다. 그리고 우승했다. 놀라운 것은 그 대회가 메이저 첫 출전이었다는 점이다. 김효주는 그 보다 앞서 17세 때인 2012년엔 일본여자투어 산토리레이디스오픈 최종일 61타를 치며 4타차로 우승했다. 어느 코스에서든 두자릿수 언더파는 아무나 치는 게 아니다.

김효주는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귀하신 몸’이 됐다. 메인 스폰서인 롯데그룹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받았으며 요넥스와 아시아나, 헤지스, 스릭슨, 게토레이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김효주의 매니지먼트사인 YG스포츠는 적지않은 이익을 챙겼다. 김효주를 키운 부친 김창호 씨는 딸의 관리를 매니지먼트사에 일임했다.

김효주는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해 5월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를 3타차로 앞서며 우승했다. 그 때만 해도 무난하게 미국무대에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무리한 스케줄로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2014년 K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김효주는 타이틀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승상금 전액을 몰수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혀 이듬해 강행군을 했고 결국 기초체력 마저 갉아 먹었다. 4월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선 경기 내내 피로감을 호소하다 기권했다. 본인 메인 스폰서 대회라 무리하게 출전한 게 화근이 됐다.

김효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삼성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근육량이 너무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어깨와 팔의 움직임을 지탱하는 등쪽 근육량이 많이 부족했다. 선수생활을 오래도록 잘 하기 위해선 근육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였다. 시즌 초반인 4월에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체력문제로 기권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매니지먼트사인 YG스포츠는 김효주와 상의해 당장 무리한 스케줄을 조정했어야 했고 체력강화 프로그램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 해 김효주는 미국에서 25개, 한국에서 5개 대회에 나왔다. 장거리 이동을 하며 일년에 30개 대회에 출전했으니 가뜩이나 체력이 약한 김효주로선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됐다.

김효주의 현주소가 그 후유증이다. 김효주는 2016년 LPGA투어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 때 이후 지금까지 2년간 LPGA투어 우승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간 김세영이 6승, 장하나가 4승을 거둔 것과 비교해도 김효주의 통산 3승은 아쉬운 성적표다.

김효주의 각종 데이터 또한 실망스럽다. 올시즌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49.29야드(101위)이며 그린 적중률은 69.59%(52위)에 불과하다. 라운드당 평균 퍼팅수만 28.99개로 11위를 달리고 있을 뿐이다.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물흐르듯 유연하던 스윙은 흐트러졌다. 자신감도 땅에 떨어졌다. 리디아 고와 함께 세계랭킹 1위를 다툴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관리가 부실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관리 부실의 책임은 일정 부분 매니지먼트사에 있다. 재기를 위해선 망가지는데 걸린 시간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아직 어리기에 김효주에겐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김효주가 방황하고 있다는 소리가 바람 결에 들린다.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김효주의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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