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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무예스포츠는 왜 충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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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진천종합운동장 화랑관에서 열린 제1회 진천 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의 개회식 장면.


#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 원래는 동명이인 ‘추천석’의 민담에서 비롯된 얘기지만, 한자 생김 탓에 요새는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땅이 좋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당연히 진천은 듣기 좋은 반면, 용인은 좀 서운하다. 실제로 진천은 군 내 각종 명칭에 ‘생거진천’을 달고 있지만 용인이 ‘사거용인’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현실은 정반대다. 용인‘시’는 인구 100만을 돌파했으나, 진천군은 아직 8만 명이 안 된다. 결론적으로 ‘생거진천’은 용인과 비교할 필요 없이 진천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옥한 농토(실제로 쌀이 유명하다), 후덕한 인심 등으로 살기 좋다는 표어로 쓰면 될 듯싶다.

# 진천은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金庾信 595~673)과 천재 수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상설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특히 김유신과 관련된 유적이 즐비하다. 진천에서 태어나 태령산 주위에서 열다섯 살 안팎까지 살다가 당시 서울인 경주로 갔다. 따라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을 비롯해, 구수마을, 개죽마을, 서술원, 성대마을 등 관련된 곳이 많다. 당연히 ‘화랑의 고장’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생거진천’과 ‘화랑의 고장’은 진천 최대의 스포츠시설에 새겨져 있다. 진천종합운동장은 ‘생거진천종합운동장’으로, 그 옆에 붙어있는 다목적체육관은 ‘화랑관’으로 공식명칭이 정해졌다.

# 삼국시대 진천을 비롯한 충북 일대는 ‘중원’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접경지이자 격전지였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 점령이 필수였다. 당연히 치열한 전투가 많이 벌어졌고, 총이나 대표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자연히 무술이 발전했다. 참고로 6.25전쟁 때는 유명한 ‘진천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개편된 수도사단이 북한군 제2사단을 상대로 12일간 치열한 공방전을 치른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 속도를 늦춰 전쟁초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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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종합운동장. 아래 한글표기에는 '생거진천'이 들어 있다.


# 이처럼 ‘화랑의 고장’이고, ‘무술의 땅’인 까닭에 진천은 2004년 태권도원(당시 태권도공원) 조성 당시 무주에 밀린 것이 큰 한(恨)으로 남았다. ‘무술은 충북, 태권도는 진천’이라는 명분이 워낙 강했고, 군민들의 염원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진천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태릉선수촌을 대신하는 국가대표선수촌이 진천에 조성됐다(지난 10월 개촌). 지역이기주의와 정치논리에 밀려 의미깊은 시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진천에서 제1회 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이 열렸다. 진천에서 국제스포츠행사가 열린 것은 태권도공원 유치를 위해 국제태권도대회를 개최한 이래 두 번째다. 특히 특정종목이 아닌 종합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청북도는 ‘무예스포츠의 메카’를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정했다. 이미 ‘택견의 고장’ 충주는 세계무술축제 등으로 유명하고, 도청소재지인 청주는 지난해 제1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일종의 무술올림픽)을 연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청소년 버전의 대회를 열면서 개최지를 진천으로 선택한 것이다. 진천을 태권도를 넘어 무술의 고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이다. 진천은 최근 ‘무예진흥원’이나 ‘태권도전용경기장’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 충청북도는 ‘무예는 충북’, 즉 ‘충주 청주 진천이 세계적인 무예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충북일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유는 찾으면 많다. 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과 의지를 갖고,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일이다. “올림픽은 그리스에서 시작됐죠. 그런데 IOC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고, 로잔이 국제스포츠행정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무술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이 저마다 전통스포츠로 발전 시켜왔습니다. 그 중심지를 진천 등 충북이 하려고 하는 겁니다. 서구 중심의 올림픽이 ‘저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비대화로 신음하는 반면, 무예마스터십은 저비용고효율을 달성하는 스포츠이벤트입니다. 특히 게임에 물든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교육효과가 뛰어납니다.” 20년이 넘도록 충북과 무예를 고민해온 이시종 충북지사의 말에 우문에 대한 현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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