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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고난 딛고 정상에 선 약관의 챔피언 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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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는 스무살 청년 서형석 프로.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KPGA 코리안투어가 장이근과 이정환에 이어 새로운 스타를 한명 더 발굴했다.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약관의 나이로 우승한 서형석(신한금융그룹)이 주인공이다. 서형석은 지난 3일 경북 칠곡의 파미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선망의 대상이던 최진호와 김비오, 최고웅, 맹동섭, 박은신, 이창우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서형석은 경마 레이스 처럼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진 최종라운드에서 일천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특히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나온 이글성 버디는 보는 이들의 팔뚝에 소름을 돋게 한 멋진 샷이었다. 우승 다음 날 서형석은 “어젠 멍해서 뭐가 뭔지 몰랐어요. 좋은 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을 맞고 나니 너무나 행복해요. 기분 좋아요”라고 말했다.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의 수줍은 고백이다.

서형석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첫 우승에 이르는 여정이 꽤나 험난했다. 5살 때 부친 서준종 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서형석은 사춘기 때인 중학 3학년 때 얼굴에 난 빨간 여드름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엄마와 아빠, 누나 등 가족들 조차 형석의 얼굴을 만졌다가는 난리가 났다. 몇 번이나 세수를 해야 마음이 진정됐다. 부끄러우면 얼굴이 홍당무가 된 것도 이 때였다.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된 배경이다.

한참 예민한 그 시기 드라이버 입스까지 겹쳤다. 좌측으로 감기는 심한 훅으로 라운드당 OB가 5~6개가 났다.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 지산 골프아카데미의 이준석 원장이 역발상의 해법을 내놨다. “훅이 심하게 나니 아예 왼쪽을 보고 깎아 치라“고 했다. 아예 왼쪽을 봉쇄한 것이다. 대신 우측으로 나는 푸시성 OB는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OB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 작년 5월부터 모중경 프로의 지도를 받으면서 나머지 문제도 해결됐다. 드라이버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어 2온이 안되던 파5홀에서 2온을 노리게 됐다. 방향성도 개선돼 코리안투어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4위(80.387%)에 올랐다.

서형석은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부터 샷이 좋았다. 하지만 이번엔 퍼팅이 속을 썩였다. 볼을 핀 가까이 붙여 놓아도 퍼팅이 따라주지 않아 우승 경쟁을 할 수 없었다. 송경서와 최종환, 염동훈 등 여러 명의 코치에게 퍼팅 레슨을 받았으나 좋아지지 않았다. 서형석은 “그렇다면 혼자 해보자”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 연습 그린에서 시간을 보냈다. 부드럽게 굴리는 퍼팅이 해답이었다.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캐디를 해 준 문준혁 프로의 어드바이스가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나흘간 버디 21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그 것도 1m가 안되는 파 퍼트를 툭 쳤다가 나온 방심의 보기였다.

지난 6월부터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 인텔리전스 그룹 김명구 대표의 소개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한 서형석은 골프를 좋아하는 보컬 트레이너 고효정(제이스스튜디오 대표) 씨 덕에 성격도 외향적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고 발성을 배우면서 골프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조근조근 들어주는 보컬 선생님 덕에 마음의 응어리도 풀렸다. 이번 우승의 보이지 않은 일등공신이 보컬 선생님인 듯하다. 부친 서 씨는 “가족도 못 만지는 형석이 얼굴을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은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이라며 고마워 했다.

서형석은 너무 골프가 안돼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2주전 다이내믹부산오픈에서 부진하자 “자리가 비면 빨리 군대나 가자”고 혼자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하던 우승이 찾아왔고 다시 골프화 끈을 조이고 달려보기로 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입에 쓴 보약을 많이 먹은 서형석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팬들이 많아질 것 같다. 우승상금으로 스승인 모중경 프로에게 차를 선물하겠다고 한 마음 씀씀이는 저절로 나온 게 아닐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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