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춘천)=남화영 기자] 1860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골프장에서 디오픈이 시작된 이래 골프 경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갤러리가 몰렸다. 19세기 말 골프가 소수의 귀족에게서 부르조아와 신흥 상공인들에게 급속도로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골프장은 대중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곳 주변으로 생기게 되었고, 반대로 골프장이 있는 곳으로는 철도역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디오픈을 개최하는 로열리버풀, 올해 디오픈을 개최한 로열버크데일 모두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골프장이 위치한다. 이에 따라 오늘날 디오픈이 열리면 영국 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골프 대회장을 찾는 인파로 북적인다. 한국에서도 한반도 최초의 공식 코스로 여겨지는 효창원 코스나 청량리 코스 등은 열차역 인근에 건설되었다. 20세기 들어 자동차가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철도와 골프의 연관성은 점차 줄어들었다.

1990년부터 국제규모 골프 대회인 서울여자오픈을 8년간 개최한 한화그룹은 2011년 한화금융클래식으로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골프대회를 재개했다. 6년간 세계 톱랭커를 초청하고 상금액을 높이는 등 공들인 끝에 올해부터는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명칭을 한화클래식으로 바꾸고 대회장도 종전의 충남 태안 골든베이에서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파72 6673야드)로 옮겼다.

작년까지의 대회장이던 골든베이 리조트는 수도권에서 다소 먼 거리였으나 제이드팰리스는 서울에서 멀지 않다. 물론 주말에는 나들이객들의 귀경 차량과 맞물리면서 차량 지체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한화그룹은 챔피언이 가려지는 파이널 라운드인 일요일에는 상하행선 전세 열차를 2번씩 용산-청량리에서 오가기로 했다.


10시5분과 11시12분에 용산역을 각각 출발하여 청량리역(용산역에서 20분 후) 정차후 굴봉산역에 도착하며,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편은 굴봉산역에서 17시03분와 18시13분에 각각 출발해 청량리역, 용산역을 정차한다. 굴봉산역에서는 셔틀로 골프장까지 갤러리를 실어나른다.

김영식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의 말이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ITX청춘열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던 차에 전세열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코레일에 문의해서 한 량당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8량이 달린 전세 열차를 두 번 왕복 운행하게 됐지요. 한 열차에 최대 1600명씩 3200명의 갤러리를 실어나를 수 있으니까요. 금액은 갤러리를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요일 오후에 교통체증 없이 경기를 즐겁게 관전하고 편하게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굳이 전세열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경춘선을 이용하면 된다. 만약 ITX를 탄다면 가평역에서 내려서 경춘선을 갈아타야 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려면 엘리시안강촌리조트나 제이드가든으로 가면 된다. 거기서 15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오간다. 자동차를 몰고 한두 시간 이상 골프장을 찾아가는 것이 갤러리들의 일반적인 골프대회 관전 문화였다. 올해 한화클래식은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기차를 타고 골프장에 가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건 아마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체험하면 그것이 국내 골프 문화를 보다 편의성 높은 볼거리로 만들 계기는 될 것 같다. 디오픈에 오는 갤러리들은 마치 소풍가듯 골프장을 찾는다. 한화클래식에서는 마침 대회장 옆에 있는 수목원인 제이드가든을 연계해서 다양한 이벤트도 벌인다고 한다. 가족 나들이로는 의미있는 행차일 수 있다. 새로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챔피언의 탄생을 보는 것과 함께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