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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더 큰 행복을 위해 흘린 장하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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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순 아카데미에 위치한 파3코스에서 라운드 도중 포즈를 취한 장하나(오른쪽)와 강욱순 프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장하나가 국내 복귀후 첫 번째 맞은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 27일 끝난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연장전에 진출했으나 상대인 이정은6가 긴 파 퍼트를 넣는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패한 탓인지 장하나는 경기 종료후 많은 눈물을 흘렸다. 겉으로 강해보이는 사람들이 속마음은 오히려 여린 경우가 많다.

장하나는 다음 날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강욱순 아카데미를 찾았다. 그리곤 최근 스윙을 봐주고 있는 강 프로와 함께 9홀짜리 파3코스를 돌았다. 지난 주 경기를 치르면서 인후염에 몸살을 앓아 하루 정도 쉴 수도 있었으나 동병상련의 경험을 갖고 있는 강 프로를 만나 위로받는 쪽을 택했다. 강 프로는 2003년 PGA투어 Q스쿨 최종예선에서 50cm짜리 퍼트를 놓쳐 꿈을 이루지 못한 아픔이 있다.

장하나는 전성기 때 미국생활을 정리한 후 국내무대로 복귀한 첫 번째 선수다. 해외무대에서 국내로 U턴한 선수들은 시드를 잃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려진 대로 무남독녀 외딸인 장하나는 한국에 홀로 남아 외로워 하던 엄마를 위해 귀국을 결심했다. 그리고 석달 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막상 국내무대 복귀를 결정하자 마음의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미국무대에서 4승을 거두고 돌아온 만큼 빨리 우승을 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장하나는 그러나 국내무대 복귀후 슬럼프에 빠졌다. 더 잘하기 위해 쇼트게임 레슨을 받으러 미국에 갔다가 스윙까지 손을 보는 바람에 모든 게 헝크러졌다. 결국 강욱순 프로에게 SOS를 쳤다. 원래 김종필 프로에게 사사받고 있었으나 양해를 구한 뒤 원포인트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강 프로는 장하나를 직접 만난 후 “TV에서 볼 때 보다 실제로 보니 장점이 훨씬 많은 선수였다”며 집중레슨을 해줬고 다행히 빠른 속도로 제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사려깊은 강 프로의 지도로 예상보다 빨리 지난 주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의 우승 경쟁으로 이어졌다.

안산에서 만난 장하나는 하루 만에 함박웃음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씩씩하게 “원래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라며 "이번 주 한화클래식부터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한화클래식이 열리는 제이드팰리스 골프장은 깊은 러프에 좁은 페어웨이, 장거리 코스로 세팅됐다. 장하나는 “러프에서 잘 빠져나오는 스윙이기 때문에 내가 유리할 것”이라며 눈동자를 빛냈다.

장하나는 행복을 찾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우승해도 다음 대회장소로 이동하기 바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우승하면 집으로 가서 축하파티도 하고 다음 날 늦잠도 잘 수 있다. 그런 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우승했을 때 엄마가 행복해 하는 특유의 표정이 있다. 그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족 간의 소소한 행복. 그 게 부와 명예 못지 않게 소중하다는 걸 장하나는 깨달은 눈치다. 그리고 오늘 아프게 패했으니 다음 번 우승은 더 행복하리라는 것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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