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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위기의 한국 남자골프, ‘마쓰야마를 넘어라’

이번 타임리프의 소재는 시간여행이 아니라 현재다. 이유는 필자가 일본투어(JGTO)의 Q스쿨 2차 대회를 보기 위해 일본에 왔는데, 한국 남자골프가 일본에 추월 당한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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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히데키의 모습은 '위풍당당'하다. 그가 롱런 한다면 혼자서 그동안 한국 남자골프가 쌓아온 모든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사진=스릭슨코리아]


K골프의 아시아 최강 자존심과 위기

어떤 나라가 골프 강국인가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그 나라의 선수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인 양용은을 배출했고, PGA 투어 아시아 최다승자인 최경주(8승)를 필두로 총 15승을 합작했다.

현재의 전력도 평가척도인데 한국은 미PGA 투어카드를 보유한 선수가 6명으로 호주 다음인 세계 4위다. 각종 메이저 대회에 출전자격을 받는 한국 선수의 숫자도 세계 5위권이다. 현재 우리가 아시아 최강이라는 증거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골프 강국을 평가하는 다른 기준도 있다. 골프는 엘리트 스포츠이므로 잘하는 한 명의 선수가 그 나라의 수준을 대표한다. 올림픽의 금메달 한 개가 은메달 다섯 개를 제치고 국가별 순위 테이블에서 더 높은 위치에 놓이는 것과 같은 논리다(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쪽도 만만치 않지만). 현재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김시우(35위)인데 일본의 마쓰야마(2위)에게 크게 밀린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이미 일본에게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내어 주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09년 양용은이 당대 최고의 골퍼인 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당시 아시아의 골프선진국 일본과 대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불문가지다. 한국을 크게 부러워했다. 그날 이후 한국 골프팬들은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남자골프를 응원해 왔다. 그 자부심이 현재의 한국 남자골프를 떠 받치고 있는 힘이다. 그러나 이제 이 자부심은 큰 상처를 입을 위기에 처해있다.

부럽고 두려운 존재, 마쓰야마 히데키

1992년 생인 마쓰야마 히데키는 현재 세계랭킹 2위이다. 그가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한 랭킹 1위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PGA 투어 5승을 달성한 마쓰야마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모든 기록들을 혼자서 깨버릴 수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시아 최강국의 자리는 일본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쓰야마가 롱런 한다면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국들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현재 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연습을 하는 선수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2004년 타이거 우즈로부터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빼앗은 비제이 싱도 당시 연습량이 가장 많은 선수였다. 비제이 싱은 혼자서 메이저 3승에 PGA 투어 34승을 올리며 인구 100만도 안 되는 섬나라 피지를 골프 강국으로 인정받게 했다.

마쓰야마와 인터뷰를 하던 기자가 물었다. “골프를 안 치는 시간에는 무엇을 합니까?”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던 마쓰야마가 대답했다. “골프를 치겠습니다.” 그의 머리 속에는 골프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세계 최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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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히데키의 눈빛은 매섭다. 그리고 이 강인함의 원동력은 엄청난 연습량이다. [사진=스릭슨코리아]


한국 남자 골프선수들에게

골프에 천재는 없다. 연습이 챔피언을 만들 뿐이다. 골프는 외롭고 정직한 운동이다. 패배했다면 연습이 부족했다는 증거이다. 마쓰야마보다 연습량이 적다면 그를 이길 수 없다. 골프의 기량은 피와 땀과 눈물을 먹으며 성장한다.

현재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 한국선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PGA 투어 카드를 받고 미국으로 가면서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연습시간으로 비교할 때 내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온 다른 PGA 투어 선수들의 연습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한국에서 했던 연습은 장난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골프는 전 세계의 선수들이 무한경쟁을 펼치는 레드 오션의 무대이다.

벤 호건이 말했다. “스윙의 비밀은 먼지 속에 있다.” 혼자서 연습하며 스윙의 키를 찾아내야 한다. 어느 선생도 특효약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랜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벤 호건은 날마다 해가 너무 일찍 저물어서 연습시간이 부족한 것을 한탄했다.

그렇다면 위기의 한국 남자골프에 대한 주문은 간단하다. “한국선수들이여, 마쓰야마의 연습시간을 넘어서라. 그래서 K골프의 자존심과 골프팬들의 자부심을 지켜라.”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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