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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아의 차이나는 골프] (4) 가오얼푸 방송도 한국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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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로 한 해에 2승을 거둔 최혜진. 중국 여자 아마추어대표들은 올해 최혜진의 성장을 지켜보며 무척 놀라고 있다.


여자국가대표 최혜진(18 학산여고) 선수가 지난 주 아마추어로 참가한 마지막프로대회(MBN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이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네요. 제가 중국 아마추어 여자국가대표를 지도하고 있는 까닭에 이 뉴스가 저희에게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선수들도 최혜진 선수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제39회 퀸시리키트컵에서 최혜진이 이끄는 한국에 이어 중국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6월 일본의 산토리 대회에서도 최혜진과 자웅을 겨룬 중국선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앞서 7월 최혜진의 US오픈 준우승은 중국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자신들은 US걸스주니어와 US여자아마의 지역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데,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내심 동급으로 생각한 최혜진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말입니다. 이어 최혜진이 한국 1부투어에서 아마추어로 올해 2승을 거뒀고, 많은 계약금과 함께 후원사를 얻었고 곧 프로로 나선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죠. 최혜진의 성장과정을 직접 지켜봤으니 한국 여자골프의 높은 수준에 많이들 놀라고 있는 겁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좀 ‘으쓱’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탱큐, 최혜진 새내기 프로님!).

한국의 주말골퍼들이 중국 골프투어를 참 많이 합니다. 몇 번 말씀 드렸지만 그래서 중국골프장에서는 한국어 안내문이 친숙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골프장 카트에 대구매운탕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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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골프장 카트에 웬 대구 매운탕 광고가...


그런데 의외로 중국 골프계의 속살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골프채널’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중국에도 골프전문방송이 있습니다. 명칭도 골프채널이죠. ‘가오얼푸핀다오’라고 하는데, 가오얼푸가 골프, 핀다오는 채널을 뜻합니다. 여기서 골프중계를 많이 하는데요, 중계권 때문인지 이상하리만큼 유럽경기를 많이 보여줍니다.

한국은 골프전문방송사가 큰 것만 2개라고 하는데, 인구는 한국의 26배가 넘고, 땅은 96배에 달하는 중국은 딱 하나밖에 없다는 게 이색적이죠. 그래서일까요, 가오얼푸핀다오 외에도 스포츠채널인 CCTV6, 여행채널 등도 골프를 중계합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KLPGA투어에서 김혜림이 우승했을 때, 한한령(限韓令)을 의식해 우승자의 얼굴을 한 번도 비추지 않은 황당중계를 한 방송사가 바로 CCTV입니다(김혜림의 모자에 적히 LOTTE 글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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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입간판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릿지CC CLPGA 베이징 헤리티지'는 중국의 여행채널이 중계했다.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은 정말 행복한 나라입니다. 국내 프로대회(가끔은 2, 3부대회까지)는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골프대회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죠.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인 레슨프로그램에, 골프예능프로그램까지.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정말 볼 게 많습니다. 본방송을 놓치면 VOD나 각종 SNS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도 있죠. 중국은 아직 골프전문성이 부족해 중계도, 레슨도, 기타 프로그램도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언젠가 한국의 야구중계기술이 외국으로 수출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국 골프는 선수들의 높은 기량뿐 아니라 방송도 빼어납니다. 외국에 나오니,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에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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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캐디의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한 CLPGA의 공문과 이런 행동을 하는 캐디의 모습.


끝으로 두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주 제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프로대회(브릿지CC CLPGA 베이징 헤리티지)에 출전한 까닭에 베이징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경기 중 캐디들이 휴대전화를 쓰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스코어 기록을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골프에서 선수는 캐디 외에는 조언을 받을 수 없는 게 기본인데, 그러면 누군가 휴대전화로 캐디를 통해 선수에게 조언을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아마추어 선수인 허무니가 준우승을 차지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이 칼럼을 통해 중국선수들이 한국의 신라면을 무척 좋아한다고 소개했죠. 이걸 본 중국농심 측에서 라면과 생수 등을 보내주셨습니다. 작지만 꾸준히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양이 엄청났습니다. 여기서 감사인사 전합니다(꾸벅). 한국 골퍼가 좋은 성적을 내고, 높은 골프문화를 선도하고 있고, 여기에 음식까지 한국회사가 후원을 해주니 중국선수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코치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헤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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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중국 골프대표팀에 보내온 후원품(왼쪽)과 이에 기뻐하는 중국선수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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