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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현철의 링딩동] ‘머니 vs 코너’ 복싱계의 시각은? - 복싱인 100명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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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의 살아있는 전설 메이웨더(왼쪽)와 UFC 인기파이터 맥그리거. [사진=헤럴드경제DB]


메이웨더(40 미국)와 맥그리거(29 아일랜드), 두 비즈니스형 전사가 만들어낸 이벤트가 이제 4일 앞으로 다가왔다(한국시간 27일 오전). 복싱과 격투기의 지존이 복싱 룰로 자웅을 겨루는 사상 초유의 이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맥그리거를 링으로 원정 보낸 격투계는 져도 그만이고 이기면 초대박인 반면, 메이웨더 때문에 의도치 않게 격투기의 제왕을 모셔온 복싱계는 날이 갈수록 초조함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메이웨더가 망신을 당할 경우 받아야 할 세간의 따가운 눈총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대결을 앞두고 국내 복싱계의 반응은 어떨지 100명의 복싱계 종사자 및 복싱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현역 선수 25명, 관장 겸 선수 10명, 현역 체육관장 40명, 국제심판 10명, 전 세계챔피언 및 전문가 15명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예상평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11명의 전 세계챔피언과 18명의 동양챔피언, 38명의 한국챔피언과 25명의 신인왕, 전 아마추어 국가대표 5명이 포함되어 있다.

98% vs 2%

100명의 설문조사 대상자 중 절대 다수인 98명이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한 반면, 단 2명만이 메이웨더의 패배를 점찍었다(2명 모두 KO승). 메이웨더를 꼽은 98명 중 69명은 메이웨더의 무난한 KO승 또는 TKO승을 예측했으며 25명은 판정승, 3명은 판정 또는 KO승을, 1명은 반칙승 등 다양한 결과를 예상했다. 설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존칭과 직함은 생략했고,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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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가 KO로 이긴다

메이웨더의 KO승을 예상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복싱 룰이라면 맥그리거가 도저히 메이웨더를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 있어서는 초반 4라운드 이내부터 중반 5~8라운드, 10라운드 이후의 후반 KO승까지 다양했다. 염동균 씨(전 WBC S밴텀급 챔피언)는 “복싱 룰로 한다면 (맥그리거가)100전 100패”라고 강조했고, 박종팔 씨(전 WBC S미들급 챔피언)는 “팔, 다리를 함께 쓰는 사람보다 복서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관장 겸 선수인 원우민 씨(KBM 한국 슈퍼라이트급 챔피언)는 “맥그리거가 더티플레이를 한다 해도 메이웨더가 압도적으로 리드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권중석 씨(KBA 심판부장)는 “킥을 허용하는 룰로 해도 메이웨더가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이밖에 유제두 씨(전 WBA Jr.미들급 챔피언), 김태식 씨(전 WBA 플라이급 챔피언), 서성인 씨(전 IBF Jr.페더급 챔피언), 이형철 씨(전 WBA Jr.밴텀급 챔피언), 최용수 씨(전 WBA S페더급 챔피언), 지인진 씨(전 WBC 페더급 챔피언), 김하나 씨(전 WBA 여자 S플라이급 챔피언), 박지현 선수(현 3대기구 세계챔피언) 등 전, 현직 세계챔피언들은 판정승을 예상한 권순천 씨(전 IBF 플라이급 챔피언)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메이웨더의 압도적인 KO승을 예상했다.

압도적인 KO승과는 반대로 초반을 탐색전으로 보내고 중반 이후에 맥그리거를 KO시킨다는 의견도 상당수 나왔다. 초반부터 거칠게 나오는 맥그리거의 변칙성 플레이에 3, 4라운드까지는 메이웨더가 고전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았으며, 맥그리거가 체력이 방전되는 중반 이후에 승부가 가름날 것으로 본 전문가도 여럿 있었다. 김신용 씨(마블복싱스퀘어 관장)는 맥그리거의 긴 팔과 큰 체격, 스위칭 등으로 초반에는 고전하다가 6회 이후부터 메이웨더의 날카로운 공격이 주효한 뒤 후반 레퍼리스톱을 예상했다. 손정오 씨(천안비트손정오복싱클럽 관장) 역시 “2~3회까지는 고전하다가 파악이 끝난 후 요리를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스포츠에는 이변이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이웨더의 후반 KO승을 예상한 김주태 씨(팀JT체육관장)는 “메이웨더가 맥그리거의 시끌거운 입만 골라서 때려줬으면 좋겠다”는 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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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메이웨더-맥그리거 경기의 포스터.


메이웨더가 판정으로 이긴다


25명의 복싱인들은 메이웨더가 승리하겠지만 맥그리거를 KO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장 겸 선수인 김두협 씨(더파이팅체육관장), 정종민 씨(복싱타임 관장)는 “맥그리거가 메이웨더를 제대로 공략하지는 못하겠지만 호락호락하게 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임준배 씨(WBC 국제심판)는 맥그리거가 메이웨더를 추격만 하는 경기양상을 예상하며 “메이웨더의 스피드, 디펜스를 깰 수는 없다”고 했다. 한진희 씨(브리드복싱짐 관장)는 “메이웨더 특유의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한 차례 다운은 나올 수 있지만 KO는 어렵고 이변은 없다”고 예상했다. 이종구 선수(KBC 한국 헤비급 챔피언) 역시 “메이웨더식 포인트 전법으로 판정까지 갈 것”으로 봤다. 메이웨더의 판정승을 예상한 대부분의 복싱인들은 메이웨더가 맥그리거를 KO시키기 위해서 굳이 모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주영(KBC 한국 웰터급 챔피언), 김윤성(KBF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 정수홍(전 국가대표, KBM 한국 라이트급 2위) 등 세 명의 선수들은 판정이든 KO든 메이웨더의 승리를 점쳤다. 메이웨더의 반칙승을 예상한 손준호 씨(복싱메카 관장)는 “막대한 판돈이 걸린 이번 승부가 베팅업체의 의도에 따라 맥그리거의 반칙패로 끝날 것”이라고 독특한 전망을 내놨다.

맥그리거가 이긴다

한국 페더급 챔피언 출신의 이오형 씨(대구영남체육관장)는 메이웨더가 모션 없이 나오는 맥그리거의 카운터에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맥그리거의 피지컬과 젊음, 메이웨더의 나이와 공백 등을 고려할 때 복싱이 다른 종목에게 지는 건 분하지만 맥그리거의 KO승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우진 씨(번영체육관장) 역시 맥그리거의 KO승에 한 표를 행사했다. 인우진 씨는 메이웨더의 부담감이 이 시합을 망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복싱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이 시합에서 맥그리거를 어떤 모양새로 이길지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히 있다”며 “자존심 때문에 근래처럼 약삭빠르게 시합을 운영하지는 못할 것이고, 정석은 변칙에게 단 한 번 약한데 이번 시합이 그 한 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변칙에 능한 맥그리거의 승리를 예상했다.

우려의 목소리

복싱인들은 절대적으로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한 반면 ‘만일’이라는 걱정도 잊지 않았다. 김광수 씨(현대체육관장)와 변교선 씨(대전복싱클럽 관장)는 “혹시라도 럭키펀치를 허용한다면 세계적으로 복싱이 큰 망신을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배요한 선수(KBF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는 “복싱의 자존심을 위해서 메이웨더가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재호 선수(KBM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는 “5라운드를 넘길 경우 메이웨더는 이기고도 진 시합”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권범우 선수(전 KBF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는 “대중적으로 자극적이어서 흥행에는 좋겠지만 복싱은 얻을 게 없는 형태의 경기”라고 표현했다. 김윤성 선수 역시 “메이웨더가 멋지게 이겨서 UFC 선수들이 돈만 보고 복서와 경기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주영 선수도 “복서로서 얻을 게 하나도 없는 매치”라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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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맥그리거의 대결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가 복싱룰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복싱인들은 메이웨더 절대 우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긍정의 목소리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복싱인도 많았다. 김일권 선수(WBC 유라시아 라이트급 챔피언)와 권오곤 선수(KBM 한국 라이트급 1위)는 “이슈가 되는 시합이고, 이런 대결로 복싱의 인기가 재조명되는 것 같다”고 반겼으며 관장 겸 선수인 이은창 씨(KBM 한국 슈퍼미들급 챔피언)는 “흥행이 되는 쇼적인 경기가 벌어지는 현재의 추세를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용남 씨(강북체육관장)와 양정훈 선수(전 KBC 한국 웰터급 챔피언)도 이러한 대결에 대해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경훈 씨(아트체육관장)와 이오형 씨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변화 - 흥행의 과도기

복싱계에서는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코너 맥그리거의 이번 시합에 ‘세기의 대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조차 상당히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맥그리거가 UFC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할지라도 복싱은 한 경기도 치러보지 않은 풋내기에게 메인이벤트의 기회를 줬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천억 원이 넘는 돈 잔칫상이 차려진 사실도 정통 복서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만하다.

그러나 시대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흥행이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고, 이 대결은 향후 복싱과 격투기의 정체성 문제를 떠나 색다른 흥행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복싱팬, 격투기팬을 넘어선 일반 대중들의 시선을 고정시킨 이번 대결에서 단순한 ‘흥미’ 이상의 무언가가 도출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대결과 흥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40년 전 알리와 이노키 밋밋한 대결의 재판이 될 것인지, 화끈한 파이팅이 연출될 것인지, 과연 메이웨더일지, 혹시 맥그리거일지, 4일 뒤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SBS프로복싱해설위원]

*황현철 위원은 27일 메이웨더-맥그리거 경기의 SPOTV 중계방송에서 해설을 맡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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