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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친구' 아니면 '철천지 원수', PGA투어 선수-캐디 콤비 톱5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프로골프 경기에서 선수와 캐디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모은다. 선수가 둘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만 어떤 때는 선수가20kg에 달하는 무거운 캐디백을 메고 필드를 누비는 캐디는 선수의 기분을 살피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야 한다.

선수와 캐디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원수와 같은 관계를 맺는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PGA투어에 길이 남을 선수-캐디 콤비 5팀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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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적대적으로 변한 우즈(오른쪽)와 캐디 윌리엄스.


■ 타이거 우즈-스티브 윌리엄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
타이거 우즈(41 미국)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역사적인 12타차 우승을 거머쥐었는데 당시 그의 곁에는 마이크 코완(69 미국)이 있었다. 콧수염으로 유명했던 코완은 우즈의 프로데뷔 첫 2년을 함께 하며 투어 첫 우승과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1999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코완이 우즈와 상금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가 즉각 해고된 것이다.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는 우즈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후 우즈는 스티브 윌리엄스(53 뉴질랜드)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호흡을 맞췄다. 둘은 메이저 대회 13승을 합작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는 우즈의 호위무사였다. 우즈는 워낙 많은 팬이 몰리고 늘 관심의 대상이었기에 윌리엄스는 우즈 대신 나서 갤러리의 카메라를 뺏어 던지기도 했다. 우즈가 퍼팅라인에서 고민할 때 그의 조언이 승리의 퍼트를 가져온 적도 많다.

그러나 우즈가 2009년 성추문으로 문제가 불거진 이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지더니 결국 결별했다. 헤어진 이후로 윌리엄스는 우즈에게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등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윌리엄스는 이후 우즈에 대한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냈는데, 2011년에는 우즈를 ‘흑인 멍청이’로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은퇴한 윌리엄스는 뉴질랜드에 돌아가 장착을 패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며 산다. 하지만 종종 호주의 애덤 스캇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때면 백을 메기도 한다. 2013년 마스터스에서는 스캇의 메이저 대회 첫 승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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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오른쪽)과 캐디 짐 맥케이.


■ 필 미켈슨-짐 맥케이 ‘아름다운 이별’
지난 6월 22일 필 미켈슨(47 미국)이 25년간 호흡을 맞춘 짐 맥케이(51)와 결별을 발표했다. 22살 미켈슨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하던 1992년부터 선수와 캐디로 짝을 이뤘다. 600여개 이상의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두 사람은 상호 합의 하에 헤어지기로 했다.

미켈슨은 맥케이의 도움으로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49승을 달성할 수 있었고, 대륙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을 11번씩 함께 출전했다. 맥케이는 1992년 처음 미켈슨의 캐디를 하면서 ‘라이더컵에 나가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으니 소원은 달성한 셈이다.

맥케이는 또한 “미켈슨의 경기력은 세계 정상급이니 그가 우승을 차지할 때 가장 먼저 축하해주겠다”고 덕담했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그러나 캐디로 은퇴하지는 않고 잠시 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다. 미켈슨은 이번 시즌 남은 기간에는 동생인 팀 미켈슨을 캐디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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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팔도는 패니 수네슨을 최고의 캐디라고 칭찬했다.


■ 닉 팔도-패니 수네슨 ‘세계 최고의 여성 캐디’
스웨덴 출신의 패니 수네슨(57)은 가장 성공한 여성 캐디로 알려져 있다. 수네슨은 1989년부터 영국의 스윙머신 닉 팔도(60)와 10년간 함께 했다. PGA투어 통산 6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 팔도는 수네슨의 도움을 받아 4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수네슨은 퍼팅라인만큼이나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 캐디로 알려졌다.

팔도는 “수네슨은 조용히 내 곁을 지켜 등 뒤에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팔도가 은퇴한 뒤로 수네슨은 세르히오 가르시아, 프레드 펑크 등의 캐디를 맡았고. 미셸 위와도 함께 했다. 2003년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프로캐디협회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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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친형제 같았던 왓슨(왼쪽)과 그의 캐디 에드워즈.


■ 톰 왓슨-브루스 에드워즈 ‘눈물샘 자극하는 우정’

캐디와 30년 넘게 우정을 주고받은 골퍼도 있다. 톰 왓슨(67 미국)은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1954-2004)와 함께 디 오픈 등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해 PGA투어 39승을 일궈냈다. 에드워즈는 필드의 동반자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였다.

에드워즈가 1973년 PGA 데뷔 3년 차인 왓슨을 찾아와 캐디로 써달라고 요청하면서 둘의 우정은 시작됐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왓슨은 1990년 중반 자신의 기량이 떨어지자 에드워즈를 당시 최고 선수이던 그렉 노먼(62 호주)에게 보냈다. “최고의 캐디는 최고의 선수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얼마 후 왓슨의 곁으로 돌아왔다. 왓슨의 푸근한 인정과 따뜻한 배려심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오자마자 1996년 PGA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을 합작한 에드워즈는 불치의 루게릭병으로 죽는 날까지 왓슨과 함께 했다. 에드워즈는 근육 힘을 점점 잃어 자신의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던 2003년 9월 US오픈에서도 백을 메고 필드를 누볐고, 2004년 4월 마스터스 대회 때에도 백을 메겠다고 애원했으나 왓슨의 만류에 부딪힌 뒤 대회 기간 중 숨을 거뒀다. 눈물의 라운드를 마친 왓슨은 18번홀 그린 위에서 “영원한 친구 에드워즈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하다”며 눈물을 한없이 쏟았다.

왓슨은 곧바로 유족들을 찾아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의 거액을 건넸다. 자신을 위해 청춘과 인생을 바친 캐디에 대한 정성이며 작은 보답이었다. 그는 이후 루게릭병 재단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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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곰' 잭 니클라우스(오른쪽)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콧수염이 인상적인 아르게아와 PGA투어 44승을 합작했다.


■ 잭 니클라우스-안젤로 아르게아 ‘웃음 주는 편안한 캐디’
원조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77 미국)에게는 그리스인 캐디 안젤로 아르게아(1929-2005)가 있었다. 아르게아는 1963년부터 20년 동안 니클라우스를 보좌하며 PGA투어 44승을 도왔다. 명캐디로 이름을 알렸지만 아르게아는 단 한 번도 니클라우스에게 조언을 하지 않았다. 한 방송에서 ‘니클라우스를 위해 하는 게 무엇인가‘ 하고 묻자 그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그가 최고 골퍼임을 상기시키고 아직 많은 홀이 남았음을 얘기해준다”고 답했다. 니클라우스는 아르게아에게 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아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니클라우스는 “아르게아와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 즐거웠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면 ‘노래나 한곡 할까’라며 농담을 던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아르게아는 1999년 프로 캐디협회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고 6년 뒤인 2005년에 간암으로 향년 75세에 생을 마감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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