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 루저 들에게 희망 안긴 다니엘 강의 우승
이미지중앙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다니엘 강. [사진=LPGA]


재미동포 다니엘 강이 메이저 타이틀인 KPGA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강효림’이란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그녀의 우승은 많은 루저 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겼다. 프로데뷔 후 무려 6년여 만에, 144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다니엘 강은 챔피언 퍼트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며 한의사 출신 어머니와 감격의 포옹을 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0년과 2011년 최고 권위의 US여자아마챔피언십을 2연패한 선수였기에 우승에 대한 목마름은 컸다. 199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1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2007년 14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에 첫 출전할 정도로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엔 아마추어 자격으로 4대 메이저 대회에 나가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다. 전년도 US여자아마챔피언십 우승으로 얻은 출전권 덕에 메이저 대회에 대한 경험을 일찌감치 쌓을 수 있었다.

2011년 프로무대로 뛰어든 다니엘 강은 그러나 데뷔전인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예선탈락했다.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경기였는데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 해 LPGA투어 Q스쿨에 응시했으나 공동 39위를 기록하는데 그쳐 2012년 컨디셔널 시드로 프로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19개 대회에 나가 13차례 컷을 통과해 상금랭킹 52위로 이듬해 풀시드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다니엘 강은 첫 우승 전까지 LPGA투어에서 준우승을 거둔 적도 없었다. 최고 성적은 공동 3위였고 5년간 뛰면서 든 ‘톱10’ 횟수도 8차례에 불과했다. 경기력 보다는 홀인원으로 뉴스가 되기도 했다. 2014년엔 홀인원을 3개나 해 화제가 됐는데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현재 웹닷컴투어에서 뛰고 있는 오빠 알렉스에세 선물했다는 기사도 떴다.

다니엘 강은 3년 전 아버지를 잃었다. 부산 출신인 부친 강계성 씨는 자식들에게 태권도와 골프를 가르쳤다. 그리곤 프로골퍼가 된 딸에겐 공격적으로 골프를 하라는 말을 남기고 2013년 11월 뇌암으로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살아 생전 딸의 캐디로 대회 현장을 누비기도 했던 아버지는 뇌에 생긴 암세포가 폐와 위로 퍼지면서 손 쓸 사이도 없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하지만 경상도 사나이인 아버지의 강한 정신력은 딸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KPGA 위민스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도중 다니엘 강은 10번홀 쓰리 퍼트후 11~14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이에 대해 경기후 “연속 버디를 잡았을 때도 아직은 더 붙이고 과감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파5홀인 18번 홀에서 2온을 시키며 버디를 추가해 1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경쟁자인 브룩 헨더슨이 17,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맹추격했기에 아버지의 뜻인 공격적인 골프가 아니었다면 다니엘 강의 우승은 보장할 수 없었다.

다이엘 강은 우승이 확정된 후 챔피언 조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최운정의 캐디와 한동안 포옹을 했다. 최운정의 부친 최지연 씨였다. 인터뷰를 통해 “하루도 아빠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던 다니엘 강이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와 포옹하는 듯 했다. 다니엘 강의 오른손 검지에는 한글로 ‘아빠’라는 두 글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최운정의 부친 최 씨도 헌신적인 골프 대디다. 경찰 직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2부 투어에서 뛸 때인 2008년부터 무거운 캐디 백을 메고 있다. 최운정 역시 2015년 마라톤클래식에서 데뷔 7년 만에, 157경기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거둔 선수였다. 우승 순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담담해 하던 부친 최 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랑스런 딸들의 우승 뒤엔 이렇듯 아빠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녹아 있다. 아울러 노력하며 기다리다 보면 루저들에게도 인생 역전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도. 이강래(칼럼니스트)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