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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체육인 출신의 대기업 임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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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4월 9일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문재인캠프]


# “체대는 체육교사 아니면 할 일이 없잖아요?” 체대입시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체육을 전공한 사람은 체육 관련 일만 한다’는 고약한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사회의 성인 중에서 대학전공과 딱 맞아떨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통계를 따질 필요도 없이, 본인과 주변을 살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체육전공자는 체육만 한다’는 못된 인식에는 ‘체육인은 몸이나 쓰지 무식하다’는 못된 선입견이 깔려 있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공부하는 선수’, ‘체육인을 제대로 대우하는 나라’, ‘체육인 일자리 창출’, ‘학교체육강사 처우 개선’, ‘체육인 생활안정’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5월 18일 열린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한체대의 박재현 기획처장은 ‘은퇴선수의 43%가 무직 상태, 국가대표 출신 선수의 40%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사회적 인식도 그렇고, 대통령이 개선을 약속할 정도이니 체육인들의 삶이 녹록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 이 대목에서 코오롱그룹의 임원인 A씨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실명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쓸 수 있지만, 전해들은 그의 성격상 좋은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면에 알려질 이유가 없다’며 기사화를 고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확인된 내용으로만 그의 삶을 추적하기로 했다. 뭐, 이것만으로 체육전공자나 지망생들에게 충분히 유익하겠지만 말이다. A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주 종목은 수영이었다. 대학졸업 후 고등학교 교단에도 잠시 섰지만, 회원제 종합 스포츠센터인 코오롱 스포렉스(1984년 설립)에 수영강사로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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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개선방안' 심포지엄의 모습.


#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현재 스포렉스 사업부가 속한 코오롱글로벌의 전무, 코오롱 스포츠단의 단장,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원 직책 3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코오롱그룹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수영강사인 말단직원이 해당분야는 물론이고, 타 영역까지 관장하는 책임자가 됐으니 앞서 설명한 체육전공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타파할 최고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무명체육인의 성공스토리를 가능하게 했을까?

# 먼저 체육인 특유의 성실함을 들 수 있다. “골프연습을 하기 위해 늦은 시간 스포렉스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00님이 밤 11시까지 일하는 걸 봤습니다. 스스로 3개의 임원 직책을 맡았으니 남보다 3배는 일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코오롱 직원인 B씨의 말이다. 실제로 A씨는 성실하기로 유명하다. 일은 물론이고, 생활도 젊은 시절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할 정도로 자제력이 좋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어떤 운동이든 선수로 성공하거나, 남을 가르칠 정도가 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다.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는 훈련과 몸 관리를 위한 절제는 기본이다. 이런 운동의 메카니즘이 회사생활에 반영되면 좋은 일꾼이 될 수밖에 없다. A씨는 한 강연에서 “우리 사회는 지덕체(智德體)를 강조하는데 사실 체덕지가 맞습니다. 건강해야 인성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덕지는 체육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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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 [사진=문재인캠프]


# 두 번째 끊임없는 공부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와 함께 박사과정을 한 지인은 “보통 운동한 사람들은 공부가 어렵다면서 학위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임한다. 하지만 A씨는 달랐다. 정말 진지하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술회했다. A씨는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쁜 업무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독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실에서 체덕지의 마지막인 지식은 그리 대단치 않다. 지식보다는 지혜가 낫고, 또 그보다는 인품이 더 중요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은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대부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더욱이 운동을 했다고, 그 고된 훈련의 절반 정도만 노력해도 목표로 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익숙지 않은 일이라 어색하고, ‘운동만 했으니 나는 공부는 안 돼’라고 스스로 포기하는 게 문제일 뿐이다.

# A씨는 대통령이 강조하고, 현재 정부와 체육계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부하는 선수’와 ‘대우 받는 체육인’과 일맥상통한다. 몸으로, 인생으로 ‘체육’은 공부할 만한 것이고, 성공적인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체육전공자 출신 중에 더 많은 A씨가 나오도록,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지고 당사자들이 노력하면 된다. 앞서 심포지움에서 이종영 한체대 교수는 “(학생선수들에게) 우리의 사회적 여건과 스포츠 현실이 근본적인 제약을 가한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은 반성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참, A씨는 현재 코오롱그룹이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CC에서 대회를 총괄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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