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진보가 체육도 잘 챙겨야 한다
이미지중앙

9일 밤 더불어민주당이 페이스북에 올린 공고문. 문재인은 광화문대통령이 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64)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스포츠관계자로 시작부터 조금은 당돌한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 생뚱맞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9일 밤 개표방송을 보는데, 당신을 적극 지지한 제 아내가 “5년 뒤 문재인도 대통령직을 마치면 감옥에 가거나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을가?”라는 질문을 툭 던졌습니다. 저는 “설마...”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씁쓸한 여운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4년여 전에는 당신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 개인적으로 정치는 잘 모르지만 우리네 삶이 정치에 의해, 다르게 표현하자면 몇몇 유력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사회가 요동치지 않는 즉, 누가 대통령인지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그런 나라가 더 좋습니다.

# 예컨대 설령 좋은 방향이라고 해도, 몇몇 정치인이나 특정 정치세력이 나라를 확 바꿔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다음에 나쁜 대통령(반대세력)이 집권해 나라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불안합니까? 좋은 말만 쏟아내는 선거국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결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는 정치제도는 썩 달갑지 않습니다. 가장 선진화된 헌법을 가진 바이마르공화국의 국민들이 투표로 히틀러라는 독재자를 만들었고, 우리도 얼마전 첫 여성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부디 문재인 새 대통령이 이런 후진적인 한국의 정치문화를 혁신했으면 합니다.

# 본론인 체육 얘기입니다. 1995년부터 스포츠기자 생활을 했으니, 문민정부(김영삼), 국민의 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을 거쳐 이명박근혜 시대를 스포츠미디어 분야에서 살아왔습니다. 최소한 체육(스포츠)정책은 직업상 가까이서 지켜봐온 것이죠. 당신의 표현대로 1, 2기 민주정부는 경제, 안보(남북화합), 복지, 사회통합 등 거대담론에서 큰 발전을 보였습니다(반대의견도 있겠지만). 하지만 체육은 잘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보수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 못한 측면도 많았습니다.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 때는 경황이 없으니 그렇다고 치고, 참여정부도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친한 정치인을 대한체육회장으로 찍어내리고, ‘체육소통령’이라는 정치인 때문에 말이 많기도 했습니다. 보수는 체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고(3S 중 하나), 진보는 체육을 등한시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미지중앙

지난 4월 9일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 참석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 [사진=문재인캠프]


# 3기 민주정부는 부디 달라졌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진보가, 민주정부가 체육(정책)도 참 잘했다’는 평을 들었으면 합니다. 9일 밤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 대통령은)먼저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데 70~80% 이상 힘을 써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적폐청산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큰 정치담론보다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이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국민들의 실제 삶에는 이 체육이 참 중요합니다. 알고 보면 ‘복지’ 중에서 ‘체육복지’가 가장 경제성이 높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됩니다. 생활체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가 3.43달러 절약됩니다. 또 부모들이 학교에 ‘아이들 운동 시키지 마세요’라고 주문하는 이 엽기적인 현실도 빨리 바꿔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0교시 체육’이 청소년의 신체는 물론, 창의력 및 학업능력을 고취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스포츠의 감동 등 순기능은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 이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연휴가 좀 길었던 까닭에 1, 2기 민주정부와 관련된 책들을 4~5권 빌려와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미 국정을 담당한 경험이 있더군요. 그리고 당신의 당선이 유력했던 까닭에 대선을 앞두고 이미 체육계에서는 ‘당신의 모교인 경희대 출신들이 활개를 칠 것이다’, ‘(체육인)누구누구가 캠프에 줄을 댔다’, ‘이제 누구는 끝났다’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심히 걱정이 됩니다. 체육과 관련해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진심으로 체육에 관심을 갖고, 많은 체육인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보면 됩니다.

# 5년 뒤(혹은 그 중간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지금 이렇게 이 멋진 정권을 출범시킨 새 정권의 주역들 중 누구도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이 4년 전부터 외쳤던 이 말 참 좋아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참 스포츠스러운 캐치프레이즈이기 때문입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이미지오른쪽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