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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55] 마스터스 챔피언 배출 방정식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1934년을 시작으로 80회를 치르는 마스터스 챔피언은 5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 대회 4승을 한 아놀드 파머가 세상을 뜨면서 살아있는 선수는 32명이다. 마스터스는 한 번 우승하면 평생 출전권을 가지기 때문에 실제 출전하는 선수는 열아홉 명에 불과하다. 승리의 요건을 갖춘 선수는 누구인지 선수와 캐디, 관계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패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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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은 감각적인 골프를 하면서 마스터스에서 3승을 거뒀다.


감각적인 선수가 유리하다= 상위권 선수들은 장점과 함께 단점을 한두 개는 가지고 있다. 문제는 단점을 얼마나 잘 억누르는가에 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저마다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마스터스 우승이 없다. 2013년 챔피언 애덤 스콧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는데 퍼팅 실력이 형편없다. 하지만 티샷 등 롱게임이 좋고, 샷이 상승세를 타면 평균 이하의 퍼팅 실력으로도 우승을 할 수 있다.

요즘 골퍼들은 코스가 아닌 연습장에서 게임을 배우고, 플라이트스코프 등의 측정기기로 샷을 평가한다. 하지만 오거스타에서는 그런 식으로 플레이를 할 수 없다. 2승을 거둔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클럽 하나만으로 플레이하는 법을 터득했지만, 마스터스에서 그보다 더 월등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제대로 마스터스를 공략하는 선수는 3승을 한 필 미켈슨과 2승의 버바 왓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정도다. 그들은 스윙을 하는 게 아니라 골프를 하고, 오거스타에서는 그런 식
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종종 흐름 하지만 흐름이 역류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투어에 등장했을 때는 진정한 골퍼였던 타이거 우즈는 2005년 4승을 거둔 이후 생체역학을 골프에 접목하면서 오히려 그 함정에 빠졌다. 패드레이그 해링턴, 저스틴 로즈도 그렇다. 과학으로 접근해서는 오거스타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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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이 장타력을 바탕으로 마스터스를 우승할 수 있을까.


드라이버와 퍼트 싸움= 비거리가 짧은 선수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가망이 없는 시대가 됐다. 매트 쿠차나 짐 퓨릭은 단타자다. 전략만으로는 승을 할 수 없다. 제이슨 더프너가 마스터스 우승은 요원하다. 샷이 길고 높은 선수들을 주목해야 한다. 제이슨 데이, 더스틴 존슨, 애덤 스캇, 로리 매킬로이, 버바 왓슨에게는 오거스타내셔널의 파5는 파4라고 해야 한다.

퍼팅이 뛰어난 조던 스피스도 유리하다. 그는 2016년 우승 때 18언더파였다. 그 전후로 우승을 놓친 것은 퍼팅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우승이 이런 공식에 구애받지 않는 건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각자의 고유한 강점이 무마되는 경우다. 예컨대 아무도 파5에서 투온을 하지 못하는 경우 뿐이다. 그럴 때는 2007년 챔피언 잭 존슨이나 2003년 챔피언 마이크 위어같은 단타자이지만 견고한 선수가 우승할 수 있다. 벤 크렌쇼가 2승을 한 것도 그의 퍼팅이 워낙 뛰어나 그린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리 트레비노는 예전부터 자신의 샷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오거스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티샷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몇몇 홀에서 언덕 위로 볼을 보낼 도리가 없었다. 요즘의 단타자들이 직면한 문제도 거의 비슷하다. 비거리가 긴 선수들이 7번 아이언으로 샷을 할 때 나흘 동안 하이브리드와 롱 아이언으로 대적하기란 너무 힘들다. 도저히 상대를 할 수가 없다.

5천여 그루의 나무와 세컨드 컷이 도사린 코스에서는 티샷이 휘어지는 여유를 부릴 수 없다. 1997년에 우즈는 300야드 이상의 강타를 휘둘렀지만, 이제는 그 정도 기량은 안 된다. 한두 홀은 괜찮을지 몰라도 72홀 내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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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스터스 우승자 조던 스피스.


인내하는 선수가 리더보드에 오른다= 공격적으로 시도했다가 빗나갈 경우 기껏해야 보기가 최선인 샷을 라운드마다 10번은 하게 된다. 최고의 감각파 선수로 불리는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참을성이 없어서 항상 일을 망친다. 로리 매킬로이와 더스틴 존슨이 아직까지 우승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데이는 지나치게 공격적일 때가 있는데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들 중에서 참을성이 가장 많은 선수는 조던 스피스다.

샷과 샷 사이에 어떤 행동을 하든, 그는 본인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스코어를 가장 잘 관리한다. 미켈슨은 참을성이 없다. 패트릭 리드도 그렇고, 루이 우스트후이젠은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기세가 확 꺾인다. 선수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불합리해도 인정하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거스타는 그 정도로 불공정하다. 샷을 홀 옆 2.4m 에 붙이고도 언덕을 따라 60야드를 굴러 내려갈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선수들의 신경을 자극한다.

경험이 중요하다. 오랜 세월 근무하는 캐디들 조차 해마다 새로운 점을 터득한다. 사소한 것들이라도 해마다 뭔가 달라진다. 참을성도 중요하지만, 잃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정말 큰 걸 노리는 태도도 필요하다. 핀의 위치에 따라 버디를 할 수 있는 홀과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는 곳 아홉 곳으로 나뉘고 이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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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은 마스터스에서 2번 우승했다.


왼손잡이 선수가 더 유리하다=
마스터스에서는 왼손타자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2016년까지 13차례 마스터스에서 왼손잡이의 우승은 35%인 5회다. 반면 정상급 골프선수 중 왼손잡이는 5%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역대 남자 메이저대회에서 왼손 골퍼의 우승은 총 9번 나왔는데 3분의 2인 6번이 마스터스에서 나왔다.

캐나다의 마이크 위어는 키도 작고 비거리도 길지 않았지만 우승했다. 왓슨은 2012년과 2014년에 우승했고, 미켈슨은 오거스타에서 3승을 했다. 이처럼 왼손잡이가 유리한 이유는 오거스타내셔널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버디나 이글이 많이 나오는 파 5홀 중 3개가 왼쪽으로 휘어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18개 홀 중 9개가 왼쪽으로, 3개가 오른쪽으로 굽었다. 9개 왼쪽 도그레그 홀 중 왼손이 확실히 유리한 홀은 2, 5, 9, 10, 13번 홀로 5개다. 왼손잡이 선수는 이 홀들에서 파워 페이드샷을 쳐서 쉽게 타수룰 줄이곤 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을 쳐야 하는데, 런이 많이 생겨 어디까지 굴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왼쪽으로 많이 휘면 개울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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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을 가지는 선수가 낫다= 오거스타가 가장 잘 하는 것이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건 플레이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뜻이다. 사실 프로들은 선택의 폭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러면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US오픈에서 그린 주변 러프와 20cm 떨어진 곳에 볼이 멈췄다면 선택은 하나뿐이다. 샌드웨지를 쥐고 페이스를 오픈한 다음 볼이 부드럽게 착지하기만을 바라는 것. 그런데 오거스타에서는 범프-앤-런을 할 수도 있고, 퍼팅을 할 수도 있고, 로프트를 가할 수도 있고, 하이브리드나 3번 우드 샷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선수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행여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마음에 의구심을 심어놓는다.

오거스타는 긴 러프도 없다. 거기서는 짧은 잔디가 해저드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좁은 페어웨이와 일련의 러프를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이버 샷은 하지만, 그린 주변에서는 페어웨이가 해저드이고, 마스터스에서는 이걸 능숙하게 활용한다. 페어웨이의 잔디를 티 방향으로 깎는 것도 오거스타가 사용하는 한 가지 전략인데, 이것의 효과는 단지 볼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잔디를 깎는 방향 때문에 볼이 조금 내려앉을 수가 있다. 깔끔한 라이를 확보하기가 그만큼 힘들다. 어프로치 샷에 적당한 거리로 볼을 보내려고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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