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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성 PGA투어는 SBS골프최강전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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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마지막으로 열린 SBS프로골프최강전은 여자부 지유진(왼쪽), 남자부 최경주의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제이 모나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규 커미셔너가 시사한 남녀 혼성 골프 대회는 국내에서는 1992년부터 13년간 개최한 SBS골프최강전으로 유래가 올라간다.

모나한 커미셔너는 9일(한국시간) 미국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와 함께 조인트 이벤트 성사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새해 첫 대회를 남여가 함께 열어 우승자들끼리 이벤트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으로 고려중이다”고 설명했다.

2017년 PGA투어 개막전인 이 대회는 지난 시즌 우승자들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다. 지난해까지는 현대자동차가 메인 스폰서였지만 올해부터 제네시스오픈으로 옮겨가면서 이 대회는 SBS가 단독 스폰서이자 중계사로 남았다. 이에 대해 방송사 입장에서는 대회가 주목받을 만한 색다른 이슈가 절실해졌다. 개최 시기나 방법, 장소 등은 협의 중이라는 모나한은 “스폰서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골프가 다른 종목에 비해 남녀가 함께 경기하기에 수월한 면이 있어 골프 발전을 위해서도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혼성 대회의 포맷은 SBS골프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PGA투어와 LPGA투어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추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SBS골프가 이미 13년간의 개최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에서 여자 골프가 성장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의 시장 확대를 노리는 PGA투어와 LPGA투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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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끝난 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포스터.


SBS방송이 개국 1주년을 기념해 시즌 최고의 프로들을 초청해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가 1992년 시작된 SBS골프최강전이다. 10월22일 고양시 한양컨트리클럽(CC) 신 코스에서 개최된 이 대회는 김영일이 6언더파 282타로 한 타차 우승했다. 조호상의 맹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하면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 2회 대회는 골프 의류 브랜드를 스폰서로 한 ‘슈페리어컵 SBS프로골프최강전’이란 명칭으로 태영CC로 옮겨 개최됐다. 권오철이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박남신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첫 홀에서 극적인 버디로 우승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남자대회 속에 여자부를 끼워넣는 형식이 추가되었다. 총 9명이 출전한 여자부는 정길자가 우승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선수들의 숫자가 적어서 여자 대회는 이벤트 대회 성격을 띠었다.

대회 창설은 비공식이었지만, SBS최강전은 1995년부터 예선전을 거쳐 본선 대회로 우승자를 가리는 공식 대회로 승격됐다. 특히 주최사가 방송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매 대회 녹화나 생방송으로 중계해 시청자가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대회장은 첫해 한양CC에 이어 이듬해부터 SBS방송국의 모기업이 보유한 태영CC에서 11번 개최했고, 2003년 레이크사이드CC에서 한 번 개최한 것을 포함하면 3개의 코스에서만 열렸다.

1994년의 3회 대회는 현대자동차가 후원해 ‘쏘나타컵 SBS프로골프최강전’으로 2년간 개최됐다. 이듬해 4회 대회는 무관의 김종일이 거듭되는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일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김종일은 박연태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첫 번째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두 번째 연장에서 김종일이 버디를 잡으면서 역전승을 마무리했다. 당시 박연태는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경기 도중 혈당이 떨어져 당을 보충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여자부 출전 선수는 3배가 늘어난 21명이었고 김희정이 300타를 쳐서 우승했다.

1995년 4회 대회는 최상호가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면서 우승했고 여자부에서는 한명현이 286타를 쳐서 우승했다. 5회를 맞은 1996년은 ‘디아도라컵 SBS프로골프최강전’으로 명칭을 바꿔 개최했는데 최광수가 조철상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2언더파 286타로 우승했다. 22명이 출전한 여자부에서는 루키인 박세리가 13오버파 301타로 우승했다.

1997년은 라코스떼를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해 대회를 개최했는데 박남신이 4라운드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전년도 여자부 성적이 4일 경기로는 힘들다는 여론이 있어 이 해부터 3일 경기로 축소되었고 김미현이 222타로 우승했다.

1998년 IMF 외환 위기 시절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SBS는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해 대회를 치렀다. 박남신이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하면서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부에서도 20명이 출전해 김미현이 2연패를 이뤘다.

2000년은 기아옵티마컵으로 메인스폰서가 바뀌었고, 이듬해인 2001년은 동양화재로 다시 바뀌었으나 이 2년간은 경기 방식을 매치플레이로 진행했다. 남자부에서는 2000년은 임진한이 이듬해는 강욱순이 트로피를 들었다. 여자부에서는 2000년은 30명이 출전한 가운데 정일미가 우승했고 이듬해는 출전자가 2배 이상인 70명이 늘면서 치열한 접전 끝에 박희정이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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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과 김영이 우승한 2002년 SBS프로골프최강전.


11회를 맞은 2002년 동양화재컵SBS골프최강전에서는 277타 동타를 이룬 양용은, 박노석, 최상호가 연장전을 벌여 양용은이 연장 우승했다. 60명이 출전한 여자부에서는 3일 대회 끝에 김영이 우승컵을 들었다.

2004년(10월7~10일)에는 13회이자 마지막 대회가 열려서 최경주가 281타로 우승을 하루 전에는 지유진이 서아람, 김희정과의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었다. 대회 종료일이 하루가 차이났기 때문에 우승한 여자선수는 하루를 기다렸다가 함께 그린재킷을 입고 상금 보드를 들어올리고 기념촬영과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5년부터는 SBS가 코리안투어를 개최하면서 최강전은 더 이상 열리지 못하게 된다. SBS는 1년에 10개 대회를 선정하고 매 대회마다 3억원씩 지원하는 코리안투어를 창설해 남자 대회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러면서 참신하게 시도했던 남녀 혼성 대회인 골프최강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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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메인 스폰서였던 SBS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를 통해 남녀 혼성 대회가 재개된다면 SBS로서는 PGA정규투어 메인 스폰서이자 방송사로서 새로운 시도이면서 동시에 이 대회를 사라진 자사의 국내 대회로 연결시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게다가 실익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메인 스폰서인 SBS로서도 총상금 600만 달러의 큰 대회에 32명의 남자 선수만 출전하는 것보다는 국내 시장에 인기 높은 LPGA투어 선수들이 나오는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된다. 경쟁사인 JTBC골프가 LPGA투어 중계권을 가진 만큼 PGA-LPGA투어 혼성 대회를 개최하면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하나 더 얻는 것이기도 하다.

PGA투어와 LPGA투어는 지난해 전략적 제휴 협정을 맺으면서 혼성 대회를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남녀 투어의 대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면 새로운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로의 진출을 노리는 PGA투어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 중국의 펑샨샨을 비춰 시청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PGA투어로서는 명함도 못내미는 남자 선수 대신에 중국, 태국의 여자 선수들이 출전하는 LPGA투어를 통하면 아시아 시장 개척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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