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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건식의 도의상마] 정유년과 무예

60간지(육십갑자) 중 34번째에 해당하는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로 불린다. ‘정(丁)’이 십간 가운데서도 불(火)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유(酉)’는 닭을 뜻하기 때문이다. 붉은 닭은 ‘밝다’, ‘총명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새해 2017년은 ‘총명한 닭의 해’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닭이 5가지의 덕(德)을 갖춘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관을 쓴 것은 문(文)이고, 발에 갈퀴를 가진 것은 무(武)이며, 적에 맞서서 감투하는 것은 용(勇)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먹을 것을 보고 서로 부르는 것은 인(仁)이며,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알림은 신(信)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유년은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해로 불린다. 어지러운 난세를 극복한 업적이 우리 역사에 많기 때문이다. 877년 정유년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태어났고, 1597년 정유년에는 정유재란이 일어나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 후 300년이 지난 1897년 정유년에는 대한제국이 건국되었으며, 독립문이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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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일 열린 2016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의 개회식 장면. [사진=WMC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문화와 체육은 퇴보했고 어지러웠다. 이러한 이유에서 올 정유년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무예계도 마찬가지다. 잠자는 전통무예진흥법의 제대로 된 시행이 절실하고, 어려운 환경속에서 무예진흥을 위해 노력하는 일선 도장 지도자들 역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새해 무예계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변화가 시작된다. 세계 무예 3대기구로 불리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ICM), 유네스코 자문기구 세계무술연맹(WoMAU)의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된다. 여기에 충주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지난 해에 비해 예산을 증액해 전국체전과 함께 준비 중이다.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는 오는 10월 100여 개국의 해외 무예전문가와 행정가들이 참여하는 WMC 컨벤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ICM 역시 국제센터 건립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유네스코 무예활동을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이 국제기구들이 국내 무예단체에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이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심지어 이 국제기구 본부를 둔 충북 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냐 라는 비판적인 입장도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국내 본부유치는 국내 무예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 보다 좋은 조건에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국내 무예계는 ‘전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 세 국제기구들은 전통무예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무예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확장성을 담보한다.

세계무예계의 흐름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펜칵시라트와 우즈벡키스탄의 크라쉬, 태국의 무에타이가 2018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태국의 무에타이는 스포츠어코드의 올림픽인증종목위원회 종목이 되었다. 또 2020 도쿄올림픽에 가라테가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의 삼보와 중국의 우슈는 분주해졌다. 세계무예계도 발 빠른 국제화와 국제스포츠로 발돋움하려는 종주국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세계무예계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무엇보다 소외된 무예 종목의 활성화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특정 무예종목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 그늘에 무예인들의 인생을 건 노력과 열악한 환경이 가려져왔다. 사라진 우리 무예를 복원하고 재현해 세상에 알리고, 전통무예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무예인들의 피땀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무예계의 많은 원로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화된 무예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정통과 전통을 위해 몸부림치며 우리 무예를 지키려 애썼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차세대 무예인들이 경제적인 고통을 이겨내며 묵묵히 그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무예진흥에 있어 올림픽무예종목만을 위해 그동안 모든 정열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최근 무예진흥을 위해 수많은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세계 3대 무예기구를 보유한 대한민국답게 정부는 정유년 새해에는 우리 무예의 진정한 진흥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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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건식 박사는 용인대에서 체육학박사(무도학)을 취득했고, 현재 유네스코-세계무술연맹(UNESCO-WoMAU) 이사,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위원, 국립태권도원 운영위원, 대한무도학회 상임이사, 예원예술대학교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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