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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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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2002년)의 한 장면. 왼쪽이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형사 강철중이다.


#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주인공 강철중은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 경력을 인정 받아 형사로 특채됐다. 이런 설정은 현실에서 따온 것이다. 투기종목의 아시안게임 입상자(최근에는 올림픽금메달리스트까지)들이 ‘민중의 지팡이’로 변신하곤 했던 것이다. 이들은 강인한 체력에, 규칙을 잘 지키고, 참을성과 책임감이 강해 대체로 업무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시흥경찰서에 근무하는 정용범 형사(1962년생)는 뉴델리 아시안게임 복싱(웰터급) 금메달리스트로 강철중의 실존모델이다.

# 말이 많은 것이 사실지만 지금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경제적 이득도 있다. 소속팀이나, 해당종목 단체가 주는 포상금은 물론이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돈을 준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메달 10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의 메달 연금포인트가 부여된다. 총 20점이 넘으면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받는다. 병역 및 경제적 혜택 외에도 강철중처럼 진학 및 취업에 큰 이점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을, 아니 사후까지 아시안게임(혹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명예가 이름 석 자에 따라다닌다.

# 스포츠에서 메달의 기원은 역시 올림픽에서 비롯됐다. 1896년 제1회 올림픽부터 우승자에게 올리브 화환과 함께 메달(당시는 은메달)을 수여했다. 1904년 올림픽부터 금은동 제도가 도입됐고, 경기 후 시상식에서 목에 바로 걸어주는 의례는 1960년 올림픽부터였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시상식 사진에 메달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스포츠 분야의 ‘메달리스트’는 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인 중 메달리스트가 있으면 이를 뿌듯하게 여긴다.

# 지난 5일 새벽 재벌(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28) 씨가 서울의 한 고급주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난동을 부려 구속됐다. 폭행피해자와는 합의를 했지만, 경찰차를 파손하는 등의 죄질이 심각해 철창에 갇히게 됐다고 한다. 그는 21살 때인 2010년 10월에도 한 호텔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이 정도이니 아무래도 상습범인 듯싶다. 우리 사회에서 원체 재벌가의 사고가 일상다반사이니, 김동선의 이번 추태도 그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범인들은 더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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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수폭행 공용물건손상 업무방해 등 3가지 혐의로 구속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동선 씨. [사진=뉴시스]


# 그런데 여기서 꼭 지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김동선은 재벌 3세임과 동시에 자랑스러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위업을 달성했다. 승마 마장마술에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단체전 금메달의 멤버였고,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개인전 은메달까지 땄다. 당연히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고, 연금 메달포인트는 32점이다. 매달 일정액의 연금까지 받는다. 미국 명문대를 나왔으니,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페어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술에 취해 술집종업원과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스포츠인이 가장 하지 말아야할 행동 중 하나라는 것도.

# 아무리 집안내력이 대마초를 피우고, 교통사고 뺑소니, 조폭을 동원한 사적보복 등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3번이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4개의 메달을 딴 김동선 씨만큼은 ‘잡범’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 스포츠인, 메달리스트의 망신이기 때문이다. 부디 아래와 같은 한 농구선수의 삶을 보고 절실히 반성하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소아마비 후유증, 어머니는 척추측만증을 앓았다. 집은 온 가족이 단칸방에서 지낼 정도로 몹시 가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구공을 잡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한국 최고의 농구선수가 됐다. 대한민국 남자농구선수로는 유일하게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2002, 2014년)이나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2개의 금메달로 받게 된 연금은 남몰래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 선수가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알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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