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만족을 아는 골퍼 히메네즈의 멋진 인생
이미지중앙

좋은 음식, 좋은 와인, 좋은 시가, 그리고 약간의 체조가 우승의 비결이라는 히메네즈.


[헤럴드스포츠= 남화영 기자] 기계공(Mechanic), 꽁지머리 골퍼, 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나이’로 불리는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Miguel Angel Jimenez)는 골프 라운드 전에 아크로바틱을 닮은 유연한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64년1월5일생, 올해로 52세인 이 선수는 유러피언투어에서 21승을 거뒀다. 마지막 우승은 50세133일(2014년)에 얻은 스페인오픈이다. 우승후의 답변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비결은 없어요. 좋은 음식, 좋은 와인, 좋은 시가, 그리고 약간의 체조.”

그의 체조는 재미나다. 일단 양쪽 무릎을 바짝 붙인 다음 왼쪽으로 틀었다가 오른쪽으로 틀고, 사뿐사뿐 가볍게 무대를 걸은 다음에는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튼다. 허공을 향해 팔을 쭉 뻗고, 그 다음에는 우아하고 고상하게 번쩍 뛰어오른다.

히메네즈가 즐기는 것으로는 레드와인과 시가, 그리고 페라리가 있다. 작은 키에 배도 조금 나온 히메네즈은 잘 생겼다고 불릴 외모는 아니다. 실제로 선수들은 그의 얼굴을 놓고 ‘씹다 만 캐러멜’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외모보다 더 중요한 부분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스페인 남해안의 말라가에서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곱 형제 중에 다섯째였다. 첫째 형이 그에게 골프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부모님한테서 배웠죠.” 히메네즈는 말한다. “왜 내 인상이 편안해 보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정이 많은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가난하지만 늘 행복했죠. 돈은 더 풍족한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행복은 영혼의 영역이에요. 골프는 오래 전부터 내 직업이자, 나의 즐거움이었죠. 생계의 수단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이미지중앙

히메네즈는 골프 전에 이런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그가 장수하면서 최고령 우승을 하는 이유다.


멋진 골퍼가 되지 않았다면 그는 뭘 하며 살았을까?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카레이싱을 해보고 싶어요. 빠른 차를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물론 소원 같은 건 빌지 않을 거야. 우리 아버지는 건축 일을 하셨어요. 벽돌 만지는 일을 하셨지. 벽돌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벽돌을 만지는 일을 계속 했다면 골프선수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살던 곳 근처의 라이더컵을 개최한 발데라마 골프장에는 1994년도 볼보마스터즈 중에 그가 기록한 알바트로스를 기념하는 명판이 시그너처 홀인 17번 홀에 설치되어 있다. 이건 우리의 기계공이 선수생활을 하면서 남긴 수많은 소박한 기념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유럽에서 꾸준히 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 그는 4대 메이저에서 모두 톱10의 성적을 기록했다.

골프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이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지. 개성이 뚜렷하고. 가슴, 가슴, 가슴. 20년 넘게 매주 연습라운드를 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2000년에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는 어니 엘스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골프 토너먼트로 손꼽힐 대회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타이거 우즈가 이 대회에서 15타 차이로 우승하면서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기억하는 건 엘스뿐이다. “그런 것에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그는 말했다. “나는 그때 US오픈이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히메네즈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홀인원도 아니고 최고령으로 우승했던 기록 경신도 아니다. “아놀드 파머와 몇 홀 정도 연습을 함께 한 것, 잭 니클라우스와 경쟁했던 일, 개리 플레이어, 톰 왓슨, 세베와 올리, 랑거, 그리고 엘스와 필과 팔도와 타이거와 비제이와 노먼,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 마테오 마나세로 같은 선수들과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죠. 쉰 평생 만난 모든 세대와. 나는 정말 행운아에요.”

2012년에 히메네즈는 스키를 타다 사고를 당했고 힘겨운 재활과정을 겪었다. “이제 골프를 할 시간이 2~3년이나 남았을까,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조심해야죠. 하지만 나는 스키가 좋아요. 나는 삶을 사랑해요. 니클라우스도 전성기에 스키를 탔어요. 그도 삶을 즐기길 원했죠. 잭이 했던 일이라면 내가 따라해도 괜찮은 것 아니에요?” 그리고 히메네즈는 여전히 골프 대회에 나오고 있다. 올해 챔피언스 투어에서 3승을 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