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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첫 왕중왕전 우승' 매탄고의 3가지 비결, #백스리 #주승진 #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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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수원삼성 U-18)가 사상 첫 왕중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영광)=정종훈 기자] 매탄고(수원삼성 U-18)가 사상 첫 왕중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매탄고는 4일 오후 영광스포티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영등포공고를 2-0으로 격파했다. 성인팀 수원삼성이 FC서울을 꺾고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하루 만에 아우들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수원의 명가 자존심을 살렸다.

매탄고가 초반 분위기를 살렸다. 전세진을 필두로 빠른 공격으로 영등포공고를 공략했다. 영등포공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부진 플레이를 앞세워서 매탄고를 강력히 압박했다. 최전방에서는 하승운이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매탄고의 수비를 교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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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전세진(23번)이 선제골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선제골의 몫은 매탄고였다. 전반 19분 박상혁이 올린 코너킥을 전세진이 헤더로 골문을 열었다. 이후 매탄고는 고삐를 더욱 당겼다. 박상혁-신상휘를 거친 뒤 최정훈이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시작과 함께 영등포공고가 강하게 매탄고를 압박했다. 적극적이고 빠른 슈팅으로 위협했다. 이창현, 최성준 등을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했지만 이에 매탄고는 윤서호, 박대원을 투입한 매탄고의 수비를 넘지 못했다. 결국, 전반에 터진 골을 잘 지킨 매탄고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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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백스리의 중심 김대원이 수비상을 수상했다.


#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한 ‘백스리’ 전술

매탄고는 전반기 내내 전방에서의 득점력은 갖췄지만 항상 뒤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를 지배하다가도 역습 한 방에 수비 뒷공간과 함께 실점을 내주곤 했다. 잡을 수 있던 경기를 와르르 무너지면서 무승부 또는 패배를 기록했다.

이에 매탄고 주승진 감독은 전반기 왕중왕전 때 ‘백스리’ 카드를 꺼냈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수비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상대팀 골문을 위협했다. 8강에서 신갈고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긴 했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주 감독은 “성인팀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최근 트렌드이기도 하며 우리 선수들 구성상 스리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후반기에 들어서도 전술의 유연함은 그대로 가져갔다. 상황에 따라 백포와 백스리를 혼용했다. 그 결과, 후반기 K리그 주니어에서 최다 득점, 최소 실점의 좋은 기록과 함께 당당하게 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도 백스리 전략으로 철저하게 안정을 지향했다. 특히 큰 고비였던 8강 현대고(울산현대 U-18)와의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철저한 맨마킹으로 오세훈을 필두로 한 트윈타워를 저지하면서 4강에 올랐다. 이어진 4강, 결승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격을 막아내며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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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주승진 감독이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 ‘ONE TEAM’의 선두 주자, 주승진 감독

지난해까지 매탄중을 이끌었던 주승진 감독의 매탄고 사령탑 첫해 성적은 3관왕. 춘계연맹전 우승을 시작으로 K리그 주니어 후기리그, 후기리그 왕중왕전까지 우승컵을 거머쥐며 환하게 웃었다. 팀을 맡은 첫 해이긴 했으나 2010년 매탄중 코치부터 시작해오면서 함께한 선수들이기에 선수단 파악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이런 선수단을 주승진 감독은 소통으로 풀어냈다. 대화를 통해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선수들을 계속 독려했다. “침착해!”, “사이 공간에 나타나서 받아줘야지!”, “괜찮아! 괜찮아!”라며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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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주승진 감독(가운데)이 제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도 경기 전 미팅한 부분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결승전 두 번째 골. 최정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타이밍의 크로스를 시도하자 수비수가 당황한 나머지 준비되지 않는 동작에서 골을 허용했다. 매탄고 주승진 감독은 “연습했던 부분이다. 측면에서 빠른 크로스를 연결하자고 했는데 그게 행운의 골로 연결됐다”고 기뻐했다.

한편 주승진 감독은 매탄고에 대한 평가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단에 ‘매탄병’이라는 꼬리표가 붙곤 했다. 개인 실력에 대한 오만함에 빠져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것을 뜻했다. 주 감독은 “저희 선수들도 성실하고 꾸준히 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거두려고 많이 노력했고 또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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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최우수선수상(MVP)를 받은 매탄고 박상혁.


# 책임감까지 갖춘 팔망미인, 대회 최우수선수(MVP) 박상혁


대표팀 인적사항에 따르면 박상혁의 키는 163cm. 하염없이 작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는 결코 작지 않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선수들에게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하게 압박하고 도전한다.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선수다.

시즌 초반, 그는 주로 측면에 놓였다. 탁월한 드리블 능력으로 수비진을 헤집어 놓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본인의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이에 주 감독은 박상혁을 다시 중앙에 배치했다.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저돌성이 더 빛을 발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였다. 최전방,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았다. 어느 위치에서든 평균 이상의 실력은 뽐냈다. 결승에서도 도움을 기록하고 크로스바를 맞추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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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박상혁이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도 잊지 않았다. 주장 박대원이 부상으로 후반기에 빠지자 박상혁이 주장 완장을 찬 것. 더불어 3학년들은 대학과 프로 진출에 관한 진로가 정해진 뒤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박상혁은 달랐다. 끝까지 주장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주 감독에게 말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박상혁은 “호칭만 주장이다. 선수들을 휘어잡고 싶지 않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웃음 지었다.

이러한 행동에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부상에서 복귀한 유주안, 박대원을 포함해 윤서호까지 잔디를 밟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조합이 잘 이뤄지면서 꾸준한 경기력을 펼쳤다. 이에 주승진 감독은 “동료들이 하니까 본인들도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덧붙여 박상혁은 “한 가지만 집중했다”며 “끝났을 때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매탄고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상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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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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