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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85) 게으름

게으름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것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한가로이 거닐기, 남의 말 들어 주기, 꿈꾸기나 글쓰기처럼, 사람들이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려진 순간에 깃들여 있다. 게으름은 어디 아픈 것처럼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증세가 아니다. 천천히, 느리게 있는 그대로 삶을 누리려는 몸가짐이자 마음가짐이다. 아주 천천히 가고 있어서 삶의 저물 녘에, 막바지 노을 속에서, 영원의 저녁 빛을 숨쉬는 그러한 능력이 게으름이다.

- 피에르 썅소 외 지음 <게으름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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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게으른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악’이라고 범죄에 준하는 어떤 몰지각한 행태쯤으로 배웠습니다. 모두들 지금까지도 그렇게 알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고 누군가 옆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면 눈뜨고 봐주기 힘들어 보고 있는 본인이 더 괴롭습니다. 스스로도 너무나 게을러지고 싶어하고 결국 그렇게 살아보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면서도 말이죠. 워낙 확고하게 속도와 성장만이 미덕이라 드라이브를 거는 세상을 몇 십 년 살다보니 ‘빨리빨리’가 뼛속까지 배서 자연 속을 소요하거나 새소리를 음미하러 간 골프조차 속도주의와 성과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양적인 생산보다는 질적인 생산, 성장 일변도이기보다는 분배가 전제된 지속 가능한 성장, 복제된 가격보다는 창조된 가치, 상품이기보다는 문화! 허둥거리며 뛰어가기보다는 느릿느릿 음미하면서 걸어가는 동안에 만들어지고 이루어지는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죠. 속전속결보다는 게으름이 훨씬 더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렇지만 꾸준히!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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