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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75) 바람이 불어도

바람이 불어도 물이 없으면
파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없으면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는다.

아침 이슬이 영롱함은
아침을 비추는 태양 때문이며

저녁 이슬이 있어도
영롱함을 모르는 것은
밝은 태양이 없기 때문이다.

- 묘원 스님의 시 <바람과 이슬> 중 일부

이미지중앙

바람이 불어도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면 “옛사람이 위태로운 것을 말할 제, 소경이 애꾸말을 타고 한밤중에 깊은 물가에 섰는 것이라 했지요.”라고 수역 홍명복이 얘기하자, 연암은 “소경의 눈에는 위태로운 바가 보이지 않는데 대체 뭐가 위태롭다는 말이오?”라고 묻습니다.

드라이빙레인지보다 더 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져 있어도 OB 말뚝이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몸은 긴장을 합니다. 큰 호수가 앞에 있어도 잘라서 가면 아무 일 없는데 기어코 넘기려는 욕심이 없는 위험도 만들어 냅니다. 아무리 드라이버를 날려도 거기까지 가지도 않는데 왼쪽 절벽이 스윙을 주눅들게 하고 오른쪽 벼랑이 손목을 굳게 만듭니다. 모든 것이 눈에 속는 것이고 마음이 일으키는 장애입니다. 스윙의 완전함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강은 스스로를 낮추고 비울 줄 하는 사람에게는 쉬운 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너무도 넓고 깊은 강입니다. 골프는 강입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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