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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66) 눈

사람의 감각 중에 가장 믿을 수 있는 게 눈이지만, 사람을 가장 많이 속이는 것도 눈입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게 자신이지만, 자신을 가장 많이 속이는 것도 자신이지요. 사람이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것 같지만, 정신이 사람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이철환의 <눈물은 힘이 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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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애초에 눈은 뭔가를 꼼꼼히 보고서 따지고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각기관이 아니다.” 한없이 나약하고 자연의 거대한 힘을 경외해야 했던 시절에 인간은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쫓아가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를 순식간에 판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절의 습관이 지금까지도 여전한 거 아닐까요? 눈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직관의 뇌에 직결되어 있어서(아무런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제 생각입니다) 순식간에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니 잘못 판단할 수 있지요. 하지만 판단을 하느라 시간을 끌다 생기는 비극에 비하면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 얼마든지 용서가 된다는 거지요.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관심 있는 쪽으로만 돌아가고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봐 놓고도 금방 잊고 흥분하면 좁아지고 피곤하면 흐려지고…. 가까이 보이던 그린이 어느 날은 멀어 보이고 멀쩡한 홀 컵이 커 보이는 날이 있고 유난히 작아 보이기도 하고 오르막이 내리막 같고 내리막이 오르막 같고….

골프는 변덕스러운 눈과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눈으로 본 것을 일단 의심하는 버릇, 골프에서는 필수적입니다. 20년 골프의 노하우 하나 알려드릴까요? 골프에 있어 정말 거짓이 없고 한결 같은 감각기관은 ‘발’입니다. 발의 거리감과 발의 평형감을 믿으세요. 눈으로 읽고 느끼는 것보다 온몸으로 부딪치며 깨우치는 것이 더 빠르고, 진하고, 정확하고, 오래간다는 거! 다들 살면서 깨달아 가고 있는 ‘진리’ 아닌가요? 그 진리! 골프를 하면서도 잊지 마세요.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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