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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그 많던 삼성의 '슈터'는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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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은 장신 슈터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 그가 살아야 팀이 산다.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우리 팀엔 확실한 슈터가 없어요."

지난 2일 오리온과의 홈경기에 앞서 이상민 삼성 감독은 시름에 잠겼다. 경기 전 각 팀 공수력 비교 자료를 들여다보며 삼성의 3점슛 시도가 두드러지게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이날까지 3점슛 시도가 단 40개에 그쳤다. 같은 3경기를 치른 KT의 115개(1위)에 1/3 수준이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7-104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은 3점슛에 울고 웃었다. 경기내내 외곽포가 터지지 않아 고전했지만, 101-104로 끌려가던 2차연장 승부처에서 문태영이 극적인 동점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역전에 발판을 마련했다(3승1패로 공동 1위 등극).

오리온 전에서 삼성의 3점슛 시도는 앞선 3경기의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26개였다. 이 중 림을 가른 것은 8개로 성공률은 31%. 결국 이상민 감독의 뜻대로 선수들이 3점슛을 많이 던졌고, 시원스레 터지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위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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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을 넘어 우승까지, 삼성의 올 시즌 목표는 뚜렷하다. [사진=뉴시스]


실업농구 시절부터 삼성은 '슈터 왕국'으로 유명했다. 최부영-박인규-김현준-문경은으로 이어지는 슈터의 계보는 그대로 한국 남자농구의 그것이었다. 이후 신인왕 출신인 이규섭이 장신슈터로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선배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졌고, 그나마 2013년 이규섭의 은퇴 이후에는 간판슈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임동섭(포워드 198cm)이 잠재력을 폭발시켰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활약에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98개의 3점슛을 성공하고, 성공률도 36.07%로 준수했지만 클러치 능력은 부족했다. 올 시즌도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경기당 평균 1.25개, 성공률 25%로 지난 시즌에 못 미친다. 평균 득점도 두 자릿수(10.25)에서 8.5점으로 떨어졌다.

슈터는 오픈 찬스에서 주저 없이 슛을 쏠 수 있어야 하고, 흐름 상 꼭 넣어야 할 때는 어김없이 성공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임동섭은 정통 슈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문태영은 확실한 스코어러지만 3점슛 전문가는 아니다.

라틀리프, 크레익, 김준일이 버티는 삼성의 골밑은 나머지 9개 구단의 포스트진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공격력을 배가하는 화끈한 외곽포가 절실하다. 이상민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미 개막 전 "올 시즌 목표는 4강 이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3점슛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시즌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3점슛은 경기당 평균 5.1개로 최하위였고, 그 성공률은 31.99%로 꼴찌에서 두 번째에 불과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삼성은 평균 득점 1위(99.8점), 2점슛 성공 1위(33.8개), 2점슛 성공률 1위(61.93%), 어시스트 1위(23개) 등 각종 지표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3점슛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경기당 5.5개로 최하위이고, 성공률은 33.33%로 전체 7위다.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3점슛 약점만 보완하면 삼성은 바로 우승후보가 된다. 슈터들이 자신있게 3점슛을 던지고 필요할 때 꽂아주는, 2일 같은 경기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1강'으로 꼽히는 오리온은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3점슛 아낌없이 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이상민 감독이 천금 같은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한 것은 한국농구의 레전드 장면 중 하나다. 그는 포인트가드지만 3점슛 능력도 제법 준수했다. 결국 올시즌 삼성의 성적은 이 감독이 선수들의 3점슛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슈터는 볼을 자주 만져야 슛 성공률이 좋아지는 법이죠. 안 들어가도 찬스가 나면 일단은 던지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상민은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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