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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신세대 IOC위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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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IOC의 공식역사(The Official History of the Olympic Games and the IOC)>의 표지. 2004년에 처음 나왔고 이후 하계올림픽을 기준으로 4년마다 내용이 추가되고 있다. 한국 번역판은 없고, 인터넷에서 영어원문으로 내용을 볼 수 있다.


# "서울올림픽 대성공,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엄청난 영향력, 뛰어난 상상력과 경험 등이 그의 장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대회 역사 기록가이자, 전 세계 스포츠저널리즘에서 원로기자로 통하는 데이비드 밀러(81 영국) 기자는 한국의 한 IOC위원에 대해 이렇게 평한 바 있다. 한국은 이기붕부터 가장 최근의 유승민까지 10명의 IOC위원(선수위원 포함)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국제무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스포츠외교관은 김운용 전 IOC수석부위원장(85)이다. 밀러는 저서 <올림픽과 IOC의 공식역사(The Official History of the Olympic Games and the IOC)>에서 김 전 부위원장과 서울올림픽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 한국 스포츠외교는 아주 쓸쓸한 포스트 김운용 시대를 보냈다. 김운용이 정치권력에 의해 한방에 훅 가버린 후 이건희 위원, 문대성 선수위원이 IOC의 멤버였지만, 전자는 기업비리로 고생을 하다 이제는 건강문제로 사실상 활동하지 못하고 있고, 후자는 논문표절로 나라 안팎에서 큰 망신을 당하느라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 문대성 위원은 임기종료(리우 올림픽)를 앞두고 활동이 정지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한때 동시에 3명의 IOC위원을 보유했던 한국은 이제 유승민 위원 한 명에게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 "선배, 탁구 좀 알죠? 유승민 위원 잘 알아요?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요. 리우(올림픽)에서 여러 번 만나고, 취재하느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보통이 아니네요. 왜 전에 좀 더 친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말을 잘하고, 인품도 아주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IOC에서도 그냥 단순한 선수위원 한 명이 아닌 거물급인사로 성장할 거 같아요.“ 얼마전 리우 올림픽 취재를 다녀온 모 일간지의 후배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늘어놨다. 뭐든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는 기자를 팬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유승민은 드라마대사처럼 ‘이 어려운 일을 곧잘 해낸다’.

# 유승민은 주량도 제법 세지만 절제를 아주 잘한다. 어쩌다 술자리에 참석하면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선수시절 세계 최고의 파워드라이브로 관중의 시선을 끌어당겼듯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참석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는 탁구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가 유승민의 인간적인 매력을 잘 입증한다. 그 원동력은 뭘까? 언젠가 유승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누구든 만나는 사람을 진정으로 대합니다.” 맞다. 그러니 절대열세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리우 올림픽 현장에서 선수위원으로 뽑히는 대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원래 그가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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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평창에서 구닐라 린드버그 IOC조정위원장(가운데)과 미팅을 가진 후 셀카사진을 찍고 있는 유승민 위원(왼쪽). [사진=유승민 페이스북]


# 유승민의 영원한 스승인 강문수 전 삼생생명 감독은 “유승민은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집중력이 좋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여기에 지독한 노력형이다. 자기가 목표로 한 일에 아주 철저하다. 일찌감치 스포츠행정가를 목표로 정한 후 선수시절부터 영어 상식 등 공부를 쉬지 않고 했다. 내가 소개해 경기대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어느날 보니 경기대쪽 사람들을 다 자기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전 감독에게 따르면 유승민의 최대장점은 ‘긍정의 마인드’다. “유승민은 정리를 참 잘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탁 털어버리고 다음을 준비한다.” 이렇게 하는 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 지난 12일 전국체전 탁구경기가 열리는 아산의 호서대체육관에서 유승민 위원을 만났다. 보자마자 “탁구 열심히 치시나봐요. 살이 많이 빠지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왔다. 언제가 생활체육 탁구를 즐긴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걸 잊지 않고 덕담을 툭 던진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다. 유승민 위원은 이틀 전 탁구장을 다녀갔지만, 이날 시상자로 다시 찾았다. ‘발탁구’로 불린 탁구 스타일처럼 신임 IOC위원으로 정말이지 부지런하게 체육계 이곳저곳을 다닌다. 34세의 젊은 IOC위원답게 수시로 셀카사진을 올리며 SNS소통에도 능하다. 정말이지 IOC위원 하나는 잘 뽑은 것 같다. 잘하면 수십년 뒤 IOC위원장에 도전할 만한 국제스포츠계의 거물이 한국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현 IOC위원장(제9대)인 토마스 바흐도 1976년 올림픽의 펜싱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그리고 유럽 8명, 미국 1명이었던 IOC위원장도 가까운 미래에 동양이나, 유색인종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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