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레전드 오브 풋볼] 전설의 아스날 ‘03-04 무패 우승’을 이끈 프랑스 4인방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무패 우승.’ 그것은 어느 나라의, 그 어떤 팀에게도 결코 쉽게 오는 기회도, 쉬운 도전도 아니다. 이는 지난 시즌만 되돌아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 리그앙의 PSG는 30승 6무 2패를 기록했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뮌헨 역시 28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아쉽게 무패 우승을 놓쳤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있었던 무패우승은 14-15시즌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26승 10무)였다. 11-12시즌에는 유벤투스가 23승 15무로 이탈리아 세리에A 무패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한국에서도 최초로 무패우승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K리그 클래식의 전북현대는 5경기를 남긴 현재 33경기에서 18승 15무를 기록 중이다.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무패우승은 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아스날이다. 지금까지도 축구 게임에서 당시의 베스트11 조합이 종종 회자되곤 한다. 당시 아스날은 03-04시즌 26승 12무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개의 상대팀 중 맨유와 포츠머스를 제외한 17개 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길 정도로 최강의 팀이었다.

무패우승 이후 아스날은 10년 넘게 프리미어리그 무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매 시즌 아르센 벵거 감독은 팬들에게 경질을 요구받고 있으며, ‘4스날’, ‘아스날 4위는 과학’ 등으로 조롱당하고 있지만, 감독교체는 없었다.

이번 레전드 오브 풋볼에서는 03-04시즌 무적함대 아스날을 이끌었던 아스날의 프랑스 멤버 4인방을 소개한다.

이미지중앙

로베르 피레스는 프랭크 램파드에 한 발 앞선 미들라이커였다. [사진=아스날FC 홈페이지]


로베르 피레스 ? 아스날의 날개


첫 번째 선수는 로베르 피레스다.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 2선의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선수였다. 뛰어난 기술로 프랭크 램파드보다 먼저 ‘미들라이커’ 기질을 선보였던 선수다. 아스날에는 00-01시즌부터 05-06시즌까지 몸담았다.

1973년생인 로베르 피레스는 프랑스 출신으로 15세에 프랑스의 랭스 유스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89년부터 92년까지 유스 선수로 지냈고, 메스로 팀을 옮기며 93년 프로 데뷔했다. 메스에서는 6년 동안 162경기에 출장해 42골을 기록했고, 리그컵 대회인 쿠프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98년에는 마르세유로 옮겨 2년을 뛰었다. 이후 아스날에 이적했고, 01-02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아스날은 이 시즌에 FA컵 우승컵까지 거머쥐면서 더블을 달성했다. 03-04시즌 무패우승 당시 피레스는 14골 10도움의 기록을 세웠고, 3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피레스는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고 6시즌 동안 274경기에 출장해 79골 25도움을 기록했다.

피레스는 05-0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비야레알로 소속팀을 옮겼다. 2010년까지 라리가에서 128경기를 소화했고, 10-11시즌 다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톤빌라로 돌아와 12경기를 치렀다. 국가 대표 팀에서는 79번의 A매치를 치렀고, 14골을 넣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우승 멤버로도 활약했다.

선수생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5-16시즌 인도리그의 FC고아에서 잠시 선수로 8경기를 출전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스티븐 제라드, 카를레스 푸욜, 미하엘 발락 등과 함께 ‘Star Sixes’라는 풋살 팀을 결성하며 풋살 대회 참가를 선언한 상태다.

이미지중앙

아스날의 주장으로 무패우승을 이끌었던 패트릭 비에이라. [사진=아스날FC 홈페이지]


패트릭 비에이라 ? 거너스의 영원한 캡틴

다음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패트릭 비에이라다. 세네갈에서 출생해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프랑스 국적이 됐다. 17세 때 AS칸에서 데뷔했고, 19세의 나이로 주장을 맡을 만큼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1995년 AC밀란으로 이적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 없이 벤치를 달궜다.

1996년 비에이아를 눈여겨 보던 아스날의 벵거 감독이 마침내 영입에 성공했다. 우수한 피지컬과 왕성한 활동량, 탁월한 패스 능력 등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하면서 아스날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토니 아담스, 데이비드 시먼 등과 함께 아스날의 수비를 책임졌었고, 비에이라는 아스날이 우승 팀으로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거듭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당시의 아스날은 리그 우승을 휩쓸던 맨유의 유일한 대항마였다.

아스날에서의 활약은 국가대표 팀으로 이어졌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고, 디디에 데샹의 백업으로 활약했지만 그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이후 유로 2000에서 주전으로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1 프랑스 올해의 선수상, UEFA 베스트11 등에 선정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후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데니스 베르캄프 등과 함께 03-04시즌 아스날 무패우승을 견인했다.

2000년대 초반은 프리미어리그를 양분하던 아스날과 맨유가 대립각을 세우며 경쟁하던 시기였고, 비에이라와 로이 킨의 라이벌 의식도 거세졌다. 공격 진영에서는 앙리와 반 니스텔루이가 득점왕 경쟁을 벌였고, 후방을 담당하던 비에이라와 로이 킨은 양 팀의 주장으로서 혈투를 벌였다. 04-05시즌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경기 직전 비에이라와 게리 네빌이 설전을 벌였고, 로이 킨은 거구의 비에이라가 작은 체구의 네빌을 괴롭히는(?) 장면을 참지 못하며 충돌 직전까지 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4년 동안 거너스(아스날의 애칭)의 주장으로서 소임을 다한 비에이라는 05-06시즌을 끝으로 아스날을 떠나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주장 완장은 앙리에게 넘어갔다. 큰 그림을 그리고 떠났지만 그 시즌 유벤투스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몸살을 앓으며 2부 리그 강등 징계를 받았고, 반면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던 비에이라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기여했고, 곧바로 인터밀란으로 이적했다. 2010년에는 1월 맨시티로 이적해 약 1년 간 활약하며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에이라는 은퇴 후 맨시티의 축구발전위원회, 유스 팀의 감독 등을 지내다 2015년부터 미국 뉴욕시티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중앙

프리미어리그와 아스날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티에리 앙리. [사진=AP뉴시스]


티에리 앙리 ? 아스날의 ‘킹’, 득점왕 앙리

다음 선수는 티에리 앙리다. 1970년대 리버풀에 ‘킹’ 케니가 있었다면, 2000년대 초 아스날에는 ‘킹’ 앙리가 있었다. 앙리는 프랑스 출신으로, 188cm의 장신 공격수였다. 아스날이 무패우승을 할 당시에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우승을 이끌었다. 앙리는 어린 시절 좋은 신체 조건과 빠른 스피드로 육상선수로도 활동했다. 1993년 AS모나코 유스 팀을 거쳐 프로 데뷔를 했고, 96-97시즌에는 모나코의 리그와 컵대회 우승으로 더블을 달성하며 본인 커리어 사상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 1998년에는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에 우승을 경험했다.

1999년 유벤투스로 이적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모나코 시절 스승이었던 아르센 벵거의 러브콜을 받아 아스날에 입단했다. 앙리는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으로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2001년부터 2006년 사이 한 시즌을 제외하고 4번이나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다 득점왕 횟수이며, 아스날에서만 228골을 기록해 아스날 역사상 최다골을 기록한 선수로도 남아 있다.

앙리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과 두 번째 시즌에 17골을 기록했다. 세 번째 시즌인 01-02시즌에는 24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이 시즌 아스날은 더블을 달성했다. 02-03시즌에는 맨유에 밀려나면서 2위를 차지했지만 앙리는 24골 23도움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초로 무패우승을 차지했다. 앙리는 이 시즌에 한 경기를 제외한 37경기에 나서 30골을 기록했다. 05-06시즌에는 기존 주장이었던 비에이라의 이적으로 주장을 맡았고, 리그 득점왕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점차 기량이 쇠퇴했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06-07시즌에는 17경기 10골에 그쳤다.

06-07시즌을 끝으로 아스날을 떠난 앙리는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이 때 앙리는 최전방 공격수 대신 윙포워드로 경기에 나섰고, 리오넬 메시, 사무엘 에투 등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마침내 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이 시즌 26골을 기록하면서 바르셀로나의 6관왕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한 번 떨어진 기량은 되살리기 어려웠다. 결국 앙리는 2010년 미국 MLS의 뉴욕 레드불스로 이적했다.

앙리는 은퇴 직전인 11-12시즌 단기 임대를 통해 아스날에 복귀했다. 기존 226골에 2골을 추가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고, 2014년 레드불스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국가 대표로서도 청소년 대표를 거쳐 성인 대표 팀에서 큰 활약을 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유로 2000 우승, 2006 독일 월드컵 준우승 등 굵직굵직한 행보를 이어갔다. 123번의 A매치에 나서 51골을 기록해 프랑스 대표 팀 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면서 족적을 남겼다. 은퇴 후 현재 앙리는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과 벨기에 국가 대표 수석코치를 겸하고 있다.

이미지중앙

아르센 벵거 감독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도 아스날을 맡아 빅클럽으로 성장시켰다. [사진=AP뉴시스]


아르센 벵거 ? “무관이라도 괜찮아!”

마지막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아스날의 사령탑을 지내고 있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다. 선수 시절은 초라했다. 아마추어 팀에서 대부분의 선수 생활을 보냈고, 프로 무대에서는 10경기 남짓 출전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출신인 벵거는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경제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이는 그의 별명인 ‘교수님(The Professor)’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벵거는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스트라스부르 유스 팀에서 감독 준비를 시작했고, 낭시 로렌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1987년에는 AS모나코의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87-88시즌 곧바로 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프랑스 최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90-91시즌에는 쿠프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면서 명장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1994년 프랑스 리그에 불어 닥친 승부조작 여파로 축구계가 어수선해지면서 팀을 떠났다.

AS모나코를 떠난 지 3개월 만에 벵거는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의 감독을 맡게 됐다. 1년간의 짧은 일본 생활이었지만 일왕배, 슈퍼컵 우승을 이뤘다. 1996년 아스날에 부임했고, 이 때가 바로 벵거가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다.

벵거는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97-98시즌 부임 2년차에 더블을 이끌었고, 99-00시즌에는 아스날 사상 최초로 UE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01-02시즌 또 한 번의 더블을 기록했고, 03-04시즌은 플랫 4-4-2 전술을 극대화시키면서 무패우승을 달성했다. 지금의 아스날의 스타일이 패스 축구 위주의 아름다운 축구라면, 당시의 아스날 스타일은 피레스, 융베리의 빠른 좌우 측면 돌파와 앙리의 골 결정력을 활용한 스피드 축구였다.

벵거는 아스날에서 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6번의 FA컵과 커뮤니티실드 우승을 이뤄냈고, 3차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스날 최초의 외국인 감독 벵거. 그는 20년 동안 아스날의 수장으로서 아스날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 됐고, 얼마 전에는 그의 1,000번 째 경기를 기념하기도 했다. 비록 03-04시즌 이후 무관에 그치고 있지만, 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온 아르센 벵거는 오랜 시간 맨유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기록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무패우승을 이끈 아스날의 프랑스 4인방에 대해서는 '축덕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해축야화 35화'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해축야화는 매주 금요일에 1부가, 토요일에 2부가 업로드되며, 팟캐스트 어플 '팟빵'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레전드 오브 풋볼은 축구 팟캐스트 '해축야화'의 한 코너입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바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