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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7) 최초의 여자 프로 리그를 찾아서
재활과의 지루하면서도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부상엔 ‘시간이 약’이겠거니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더불어 두 달여간의 짧은 공백기 동안 여자야구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를 감상하게 된 것도 ‘여자야구 좀더 알기’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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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들만의 리그>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43년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ll American Girls Professional Baseball League)의 시작을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테드 윌리엄스, 조 디마지오와 같은 메이저리그의 별들도 전장으로 나가야만 했다. 메이저리그는 300여 명이 넘는 메이저리거들의 참전으로 흥행에 직격탄을 맞았다. 야구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다름 아닌 ‘여자 야구’였다. 그렇게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리그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탄생됐다.

야구에 재능이 있는 언니 도티(지나 데이비스)와 실력은 언니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열정만큼은 강했던 동생 키트. 여자아마추어 팀에서 야구를 즐기던 둘은 우연히 여자프로야구리그를 기획하던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실력을 인정받은 자매는 락포드 피치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멤버들과 술에 절어 살던 홈런왕 출신의 지미 듀건 감독(톰 행크스)이 팀으로 하나 되어 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영화 속 선수들은 단순한 ‘야구선수’가 아닌 ‘야구를 하는 예쁜 숙녀’이기를 강요받았다. 관중몰이를 위해 유니폼 대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야만 했고, 심지어 파울볼을 잡으면 키스를 해주는 이벤트까지 벌여야만 했다. 여성들이 남성의 영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 일반적이었기에 그녀들의 도전은 응원받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지만, 현실의 여자프로야구는 흥행과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 선수들이 돌아오며 관중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메이저리그로 옮겨가게 된 것. 인기는 갈수록 떨어졌고, 1954년까지 총 11시즌을 치른 후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1997년 다시 한 번 여자 프로리그가 시작됐으나 대중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199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6년 현재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래서일까, 일본은 여자야구 세계랭킹 1위다.

<그들만의 리그>는 자그마치 24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배경은 73년 전이다. 그러니 영화 속 인물들의 스타일이 구닥다리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그들의 땀과 열정은 결코 촌스럽지 않다. 지금봐도 부럽기만하다. 극중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도티에게, 지미 듀건이 이렇게 말한다.

“야구는 힘든 거야. 힘들지 않으면 누구나 다 하지. 야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힘듦이란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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