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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골프 팀57 스토리 2] 한진선, ‘1부 투어’를 향한 땀의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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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드림투어로 점프한 한진선. [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건국대 1학년인 한진선(19)은 바쁜 프로 1년차를 보내고 있다. 대학 새내기의 한가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3부 투어에 뛰어들어 상반기에 정회원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2부 투어에서 더 높은 무대로 오르기 위해 아등바등 대회를 찾아다니며 땀 흘리고 있는 것이다.

2,3부의 남녀 유망주 골프 선수 6명에 코치진 5명으로 지난해 11월 시작한 마음골프 팀57이 이제 결실의 계절을 맞이했다. 잠재력은 있으나 골프를 지속하기 힘든 유망주를 선발해 프로 선수로 육성하고 후원한다는 기치 아래 운영되는 팀57에서 한진선은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선수다. 그의 11개월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한진선은 강원도 속초에서 중학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부모가 취미삼아 하던 골프여서 엉겹결에 골프를 시작했고, 주변으로부터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골프를 대충 했다. 어린 마음에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 어느 날 엄마(이서로)가 딸의 손을 잡고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산 정상에서 돌아선 엄마는 결연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지 않을 거면 골프 그만두자.”

부모가 평소 내색하지 않지만 골프 선수를 키운다는 건 평범한 가정으로선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자 투자였다. 영문도 모르고 평소와 달리 단호해진 엄마를 따라 산길을 오르며 울던 한진선은 그 순간 마음에 와닿는 게 있었고, 이후로는 군말 없이 연습에 불을 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2014년 용인대총장배 중고 대회에서 여고부 4위, 중고연맹에서 10위를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는 박카스배에서 3위, 경남도지사배에서 2위를 하면서 4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하지만, 속초는 골프 선수가 연습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못 된다. 은행원인 부친이 골프를 뒷바라지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에서 숏게임 등 원하는 연습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에 한진선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홈페이지에 뜬 팀57 팀원 모집 공고를 보고는 바로 응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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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선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성대의 팀57 아카데미에서 하루 10시간 땀을 흘린다.


배성만 팀57감독은 한진선에 대해 “처음엔 각종 데이터상 제일 약해 보였지만, 면접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임을 느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도 속초라는 환경에서도 골프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발전될 여지가 가장 많아보였다. 에너지가 밝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팀 훈련이 진행되면서 많이 웃고 잘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퍼포먼스에서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 스윙 헤드스피드가 처음 측정할 때 90~91마일이었는데 팀57 합류 이후 95마일까지 늘어났다. 골프 스윙뿐 아니라 체력 훈련을 병행해서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한진선은 팀57에 들어와 골프 연습에 방향과 체계가 잡힌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달라졌다. 작년까지 무작정 연습만 했다. 하지만 팀57에서는 효율적으로 운동하게 됐다. 예전 같으면 시합에는 힘든 상태로 나갔는데 이제는 준비된 상태로 나간다. 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지 못했는데 매일 피지컬에 신경쓰다보니 스윙이 좋아졌다. 아이언 비거리가 일관성있게 한 클럽씩 늘었다. 파워가 생겼고, 임팩트가 좋아졌다.”

대학 1학년인 한진선의 연습 일과는 고3 수험생보다도 더 타이트하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7시에 밥을 먹고 7시20분에 출발해 의정부에서 28km 거리의 팀57 연습장이 있는 하남 캐슬렉스 이성대로 온다. 9시부터 본격적인 연습의 일과가 시작되어 오후 3시까지 스케줄에 따라 샷을 하고. 피지컬 연습을 하고 스윙을 가다듬는다. 골프장에서 막팀이 나가고 나면 그 뒤를 따라 7시까지 실전 필드 연습하고 어둑어둑해지야 집으로 돌아간다.

팀이라고 하지만 연습장에 와서는 개별적인 스케줄에 따라 연습이 진행된다. 한진선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냥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꿈을 땀으로 맞바꾸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노력한 만큼 얻는 건 세상의 진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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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57에서는 골프 스윙과 피지컬을 접목시켜 훈련하면서 기량 향상을 돕는다.


프로 데뷔에서 정회원까지
한국프로여자골프(KLPGA)는 1부 투어가 그 밑에 2부 투어인 ‘드림투어’가 있고, 그 밑으로는 3부 ‘점프투어’까지 있다. 점프투어 대회에서 일정 성적과 자격을 갖추면 정회원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아마추어 골퍼는 3부, 2부를 거슬러 올라가야 투어 프로의 삶이 시작된다.

KLPGA 3부 투어인 점프투어는 4월25일부터 10월18일까지 16개의 대회가 치러진다. 올해는 영광CC를 비롯해 그랜드삼대인, 신안그룹이 스폰서가 되어 4개의 디비전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프로를 선언한 한진선에게 첫 우승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4월 27~28일 전남 영광의 영광컨트리클럽(파72 6190야드)에서 열린 영광CC배 점프투어 2차전에서였다.

첫날 최희선과 함께 공동 2위(2언더파 70타)로 마무리했다. 이튿날인 28일은 1번 홀(파5) 보기를 한 뒤 3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반전은 6번 홀(파3)부터 일어났다. 버디를 잡은 한진선은 총 6개의 버디를 낚으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선두로 치달았다. 이날 3언더파 69타를 치면서 최종합계 5언더파 139타로 생애 첫 우승을 역전 우승으로 거뒀다. 한진선은 우승한 뒤 “아마추어 때부터 우승의 문턱까지는 갔지만 번번히 미끄러졌는데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우승해 기분좋다”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 뿌듯하다"고 말했다.

4차전까지 치르면서 정회원이 되는 날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3차전에 날씨가 궂어 다들 스코어가 엉망이었다. KLPGA에 의하면 상금랭킹 14위까지이면서 동시에 평균타수 74타 이내 기준을 통과해야만 정회원 자격을 준다. 이에 따라 5월12일 영광CC배 4차전을 마친 선수 중 11명의 선수만이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한진선은 2차전 우승으로 전체 상금랭킹 5위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평균타수 74.13타라는 스코어 때문에 정회원이 될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야 했다. 3차전에서 망친 스코어가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한진선의 낙심은 컸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디비전을 준비했다. ‘올해 목표는 정규 투어 시드권이지 정회원이 아니다’, ‘목표에 조금 늦게 가는 것 뿐 받아들이자’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긍정의 마인드는 좋은 결과를 낳는 법이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6월27~28일 이틀간 충북 청주에 위치한 그랜드 컨트리클럽(파72 6135야드)에서 열린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7차전에서 또 다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1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공동 4위로 마친 뒤 이틀째는 1번 홀에서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시작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133타(67-66)로 거둔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로써 올 시즌 점프투어 2승을 기록하며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우승 상금은 600만원이었다.

한진선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올해 벌써 2승을 거두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 팀57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한진선은 기간 상금랭킹 2위, 점프투어 전체 상금랭킹 1위로 정회원이 되었다. 7월에 받아든 회원 번호는 1120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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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기는 하지만 선수들은 개별 스케줄에 따라 연습한다. 샷을 점검한 뒤의 꿀맛같은 물 한 모금. [사진=채승훈 기자]


땀은 흘린 자를 배반하지 않는다
정회원 자격증을 건 한진선은 여름부터는 2부투어인 드림투어 대회를 7개 대회를 쉼없이 뛰었다. 8월18~19일 백제CC에서 열린 엑티비아백제CC드림투어 13차전에서 2위, 14차전 5위를 하면서 성적을 올렸으나 아직 상금 32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만큼 상금으로 1부에 오르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래서 11월 무안에서 열리는 시드 순위전을 통해 1부투어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올해 목표는 1부 시드지만 더 긴 꿈은 정규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멋진 선배 프로들처럼 좋은 플레이를 골프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최종 목표는 국내 1부투어가 아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룬 모델은 전인지다. “전인지 선수처럼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도 사람들에게 인성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진정으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1년 전 한진선은 팀57에 들어오면서 목표를 설정했다. 이제 연말 고사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코치들과 함께 팀이 되어 땀을 흘렸고, 노력한 데 대한 자신감이 있다. 11개월에 걸친 땀의 마라톤은 이제 피니시 라인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땀은 흘린 자를 배반하지 않는 법이다.

한진선 프로필
학력: 건국대 1학년
생년월일: 1997년 12월15일생(173cm)
전적: 2016년
2부 투어 드림투어 상금 32위(7개 대회 출전, 엑티비아백제CC드림투어 13차전 2위)
3부 투어 3승(영광CC배 점프투어 2차전, 그랜드삼대인투어 7차전)
2015년
KLPGA회장배 여자아마추어선수권 여자선수권부 개인전 7위
대보그룹배 매경아마추어선골프선수권대회 여자선수권부 개인전 7위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 여자선수권부 개인전 13위
경남도지사배 전국중고등학생골프대회 여고부 개인전 2위
박카스배 SBSGOLF 전국시도학생 골프팀선수권대회 여고부 개인전 3위
2014년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회장배 여고부 개인전 10위
용인대학교총장배 전국중고등학생골프대회 여고부 개인전 4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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