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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정신적 문제도 장애입니다
지난 10월 5일 서울지역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사상 첫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문요원들은 서울시 산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자살예방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알코올중독 등 정신건강 상담을 비롯해 자살 예방 사업도 담당한다.

최근 정신장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전문요원들은 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파업집회를 연 것이다. 또 서울시 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 자살 알코올중독, 환청, 망상, 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로 센터에 찾는 대상자로부터 상시적 위험에 노출돼 신변의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다.

필자도 정신보건센터에 방문해 체육 지도를 한 적이 있다. 의욕이 없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도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많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체육지도를 했건만 이날 체육 지도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이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었다.

당시 매주 정신장애인을 상대로 체육지도를 했는데, 정신장애인들은 ‘언제 수업을 했었나?’라고 생각하는 듯 늘 처음과 같은 멍한 표정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장애유형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지도상대라고 단호하게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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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 산하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센터 종사자들이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파업집회를 열었다. [사진=서울시정신보건지부 페이스북]


정신장애

고대 중국과 인도,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 문헌에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을 연상케 하는 증상이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정신장애는 인류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각박한 상황은 정신장애의 질과 양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이는 사회 현상으로 대두하고 있다. 혹자는 모든 정신장애의 유병률을 합치면 대략 60% 정도가 된다고 한다. 100명 중 60명이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신장애의 시대에 살면서 각자의 정신 건강을 챙길 때이다.

특수체육은 정신장애의 경우 자립과 사회 참가를 목적으로 하는 지도를 한다. 스포츠를 활용하여 자립과 사회 경제활동의 참가, 여가선용, 신체기능의 유지와 증진을 꾀하는 것이다. 결국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이 목표다.

스포츠를 즐기게 되면 상쾌함을 경험하고 억압된 충동을 발산하고, 규칙을 지키고 집단행동에 익숙해져 사회적응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미국 성인의 32%가 일생 동안 이런저런 정신장애에 걸리고 20%는 늘 걸려 있는 상태다. 매년 신규 발생 환자는 인구의 24.1%에 4,8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정신병연구학자 허브커친스가 쓴 <정신질환은 만들어진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정신장애는 통계 매뉴얼(DSM)에 따라 진단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받게 되고, 의료보험도 적용된다. DSM의 ‘일상의 질병화’ 덕분에 미국의 정신의학 관련업계는 의사, 병원, 제약회사 할 것 없이 모두 번창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황은 심각한데 미국만큼 체계적인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어떤 정신장애든 혼자서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신장애에 맞는 스포츠가 필요하다

정신장애는 우리가 아는 지적장애, 자폐장애와는 다른 장애이다. 우울증, 정신분열, 공황장애 등이 대표적인 정신장애에 해당한다. 공황장애는 연예인 이경규, 김구라에 의해서 대중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신장애등급을 평가할 때는 보호자나 주변인, 치료자와 같은 주변 환경 적응 상태를 감안한다. 정신질환 상태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최근 3개월간 증상이 가장 심할 때와 호전적일 때의 평균을 기준으로 3등급으로 나뉜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로 무료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이하 대장체)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곳은 없다. 대장체에서도 정신장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체육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신장애는 장애인전문지도사들이 기피하는 장애유형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의 감정 기복이 크고 개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요소들이 많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체육 종목은 명상과 함께 근육이완을 할 수 있는 요가나 등산, 신나는 음악이 함께 하는 댄스 등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개인의 특성에 맞춘 운동을 시작해 자신감이 생기면 그룹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장체는 의욕 저하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각도의 연구를 할 때이다. 장애인전문지도자를 육성하여 웃음과 스포츠의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할 의무가 있다.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전문체육이 육성되는 만큼 정신장애의 영역도 생활체육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개발하고 선수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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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성남시는 정신장애에 대해 홍보그림을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장애는 눈으로 이상 행동을 확인하지 않는 한 쉽게 알 수 없다.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많은 이들은 정신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인지하거나 장애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각한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을 상대로 일을 하는 전문요원들도 주기적으로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성을 겸비한 감정 노동자로서 부정적인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받아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안고 함께 치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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