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헌의 골통일기] (43) 발
이미지중앙



가만히 생각해보면 발이 참 불쌍합니다. 온갖 굳은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손에 비해 그렇습니다. 손은 화려합니다. 숟가락을 들고, 타이핑을 하고, 악수도 하고 핸드폰의 번호를 누르고 날렵하게 문자를 날리면서 사람의 표정을 대신하기도 하고 은밀한 유혹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손은 ‘드러남’입니다. 그렇지만 뿌리인 발은 은근한 조력자, 든든한 버팀목, 음덕의 수행자, 발은 ‘감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골프에 있어서만은 손보다 발이 더 우선합니다. 적어도 골프에서는 손은 완전한 수동태여야 합니다. 손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손이 독립을 외치면 골프가 어려워집니다. 눈도 믿을 것이 못 되는 골프에 있어서 발의 균형감이나 발의 거리감이 더 믿을 만한 동반자입니다. 적어도 골프에 이르러 발은 저의 존재 의미를 확연히 드러냅니다. 골프를 치고 나면 그날만이라도 발을 많이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고 보살펴주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얘기해 주세요.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