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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전드 오브 풋볼] AC밀란의 황금기를 이끈 네덜란드 ‘오렌지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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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AC밀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네덜란드의 '오렌지 삼총사'. 왼쪽부터 프랑크 레이카르트, 반 바스텐, 루드 굴리트.[사진=AC밀란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AC밀란은 유벤투스, 인터밀란과 더불어 이탈리아 세리에A의 대표 명문 구단으로 꼽힌다. AC밀란은 세리에A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인 18회 우승을 달성했다. 10회 우승을 달성한 팀은 엠블럼 위에 별을 달게 되는데, 두 번째 별을 목전에 두고 수 년 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금은 세리에A의 하락세와 최근의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축구팬들에게 ‘왕년의 황제’ 등으로 불리지만, 그들에게도 한 때는 유럽축구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90년대는 그야말로 AC밀란의 황금기였다. 91-92 시즌부터 3연속 우승을 포함해 무려 5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 시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와 슈퍼컵에서도 2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AC밀란에는 파올로 말디니, 프랑코 바레시 등의 레전드 스타들과 함께 팀의 황금기를 이끈 네덜란드 선수 3인방이 있었다. 일명 ‘오렌지 삼총사’로 불리는 루드 굴리트, 반 바스텐, 프랑크 레이카르트가 이번 레전드 오브 풋볼의 주인공이다.

오렌지 삼총사의 에이스로 불리는 루드 굴리트는 1962년 생으로 1987년 AC밀란에 입단했다.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높다는 네덜란드 출신답게 190cm의 장신이다. 10번을 달고 뛰었지만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 포지션을 소화 가능했다. 그는 빠른 발과 헤더 능력, 윙어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시의 플레이메이커 능력까지 두루 갖춘 선수였다. 이러한 장점 덕분(?)인지 한 온라인 축구 게임 유저들에게는 완벽에 가까운 육각형 능력치를 가진 선수이자 이른바 ‘사기 캐릭터’로 분류되어 사뭇 익숙한 선수이기도 하다.

루드 굴리트는 수리남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까만 피부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흔치 않은 흑인 혼혈로 인해 ‘검은 튤립’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본인은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많은 팬들은 긴 레게머리와 콧수염으로 그를 기억한다.

그는 하를렘, 페예노르트, 아인트호벤 등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거쳐 AC밀란에 입단했고 뒤이어 입단한 반 바스텐, 유년기를 함께 보낸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만나게 된다. 루드 굴리트는 셋 중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았다. 87시즌 아인트호벤과 AC밀란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발롱도르 1위를 차지했고, 다음 해에도 네덜란드 대표 팀의 유로 우승을 이끌면서 발롱도르 1위를 수상한 반 바스텐, 3위 프랑크 레이카르트 사이에서 2위에 올랐다.

91-92 시즌 세리에A 무패 우승에 공헌했지만, 활약은 그리 길지 않았다. 89-90 시즌에는 부상으로 시즌 내내 전력에서 이탈했고, 90-91 시즌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몰수패와 유럽대회 출전 금지 징계로 출장 경기가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대회에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이 생겼고, 루드 굴리트는 전술에서 제외되면서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삼프도리아를 거쳐 잉글랜드의 첼시로 이적한 루드 굴리트는 95-96 시즌 당시 감독이었던 글렌 호들의 사임으로 선수와 감독을 겸하게 됐다. 27년 만에 팀의 FA컵 우승을 이끌었지만, 97-98 시즌 과도한 자금 지출로 인해 경질됐다. 이후 뉴캐슬과 페예노르트, LA갤럭시에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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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삼총사의 9번을 담당했던 공격수 반 바스텐.[사진=AC밀란 홈페이지]

다음은 오렌지 삼총사 중 9번을 맡았던 반 바스텐이다. 1964년 생으로 오렌지 삼총사의 막내다. 반 바스텐은 뛰어난 공격수였지만 부상에 시달려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한 불운의 천재였다. 그는 티에리 앙리, 필리포 인자기, 반 니스텔루이 등의 유명 스트라이커들의 롤 모델이었다.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와 체조선수 출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운동 유전자와 188cm의 좋은 체격 조건으로 반 바스텐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스포츠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축구 실력은 최고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아약스의 코치가 그를 유소년 팀으로 입단시켰고, 1982년 17세의 나이로 에레디비지에 데뷔전 데뷔골을 작성했다. 이 때 당시 요한 크루이프도 아약스에 몸담고 있었는데, 자신의 후계자로 반 바스텐을 점찍기도 했다.

85-86 시즌 요한 크루이프가 아약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반 바스텐은 토털 사커의 주축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시즌 26경기에 나서 37골을 터트리면서 골든 부츠를 수상했다. 아약스에서 133경기 128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4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대표 팀에서도 58경기 24골을 기록했다.

1987년 AC밀란에 입단한 반 바스텐은 부상으로 한 시즌을 건너 뛴 뒤 88-89 시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로 1988에서 네덜란드의 우승을 이끌었고, 득점왕과 대회 MVP를 차지하면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유로피언컵에서도 활약하면서 AC밀란의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그 결과로 반 바스텐은 1988년과 1989년 2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89-90 시즌과 91-92 시즌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고, 발롱도르, IFFHS 선정 올해의 선수를 비롯해 각종 매체 선정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석권했다. 1992년에는 본인의 세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면서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 아약스 시절 막판에 당한 발목 부상이 재발하며 부진한 반 바스텐은 연골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하면서 1995년 31살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반 바스텐은 아약스, 네덜란드 국가대표 팀 감독, 헤렌벤, 알크마르 등에서 사령탑을 지냈지만 대부분 팀에서 실패를 맛봤다. 현재 그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팀의 수석코치를 지내고 있다.

마지막은 오렌지 삼총사의 9번 프랑크 레이카르트다. 1962년생으로 친구 루드 굴리트와 마찬가지로 수리남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15살에 아약스에서 클럽 커리어를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수로서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면서 지도자들의 눈에 들었다. 데뷔전은 18살에 치렀는데, 이 경기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후 네덜란드 대표에도 발탁됐고, 81-82 시즌에는 아약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1987년까지 아약스에서 맹활약했지만, 요한 크루이프와의 불화를 일으키면서 스포르팅, 레알사라고사를 전전했다. 악조건에 놓였지만, 유로 1988에 나서면서 최고의 수비수로 대회에서 우승했고 대회 직후 AC밀란에 입단했다.

반 바스텐과 루드 굴리트가 공격과 허리를 맡은 상황에서,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둘의 뒤를 단단히 받치면서 아리고 사키 감독의 압박축구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대단한 활약을 펼치면서 ‘마드리드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1988년과 1989년 2년 연속 발롱도르 3위에 선정됐고, 89-90 유로피언컵 벤피카와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우승에 일조했다.

이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91-92 시즌 AC밀란의 세리에A 무패우승을 이끌었고, 92-93 시즌에는 세리에A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외국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1995년 친정팀 아약스로 돌아와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1998년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면서 그의 축구인생 2막이 시작됐다. 히딩크의 후임으로 네덜란드를 맡아 유로 2000 준결승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다음 행선지인 스파르타 로테르담에서는 팀을 역대 리그 최저 득점으로 만들면서 팀 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꼽혔다. 암흑기를 거친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2003년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본인의 감독 커리어에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직전 시즌 6위였던 바르셀로나를 2위까지 끌어올렸고, 04-05 시즌에는 레알마드리드를 꺾고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하면서 더블을 작성했다. 또 리오넬 메시를 본격적으로 1군에 기용하면서 세계 최고 선수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바르셀로나를 떠난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이후 다시 감독으로 최악의 행보를 보였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터키의 갈라타사라이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 팀 감독을 지냈다.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몬트버디 아카데미의 기술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AC밀란의 황금기를 이끈 네덜란드 오렌지 삼총사에 대해서는 '축덕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해축야화 32화'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해축야화는 매주 금요일에 1부가 토요일에 2부가 업로드 되며, 팟캐스트 어플 '팟빵'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레전드 오브 풋볼은 축구 팟캐스트 '해축야화'의 한 코너입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바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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