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대회 치르기 위해 휴가도 반납한 채 폭염에 녹은 잔디 되살리려 철야작업 나서
프로암이 끝난 뒤 잔디 보식작업에 나선 군산CC 직원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KPGA 코리안투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프로암이 열린 지난 30일 군산CC. 대회코스인 리드-레이드 코스(파72 7115야드)의 페어웨이는 잔디가 많이 죽어 있었다.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혹독한 폭염이 휩쓸고 간 흔적으로 맨땅이 드러난 곳이 많았다. 군산CC 측은 다행히 그린 방어에는 성공해 대회를 못치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군산CC 직원 200여명은 이날 프로암이 끝난 뒤 코스에 투입돼 폭염으로 녹은 잔디를 되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보식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야간 관수를 위해 코스관리과 직원은 물론 캐디와 클럽하우스 관리직원들까지 동원됐다. 이들은 여름 휴가도 가지 못했다. 2일까지 부안-남원 코스에서 KLPGA 회장배가 열리는데 이어 이번 주 KPGA 코리안투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을 2주 연속 치르게 됐기 때문. 기온이 내려간 4~5일 전부터는 전 직원이 철야작업에 나서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런 어려움은 양잔디로 시공된 골프장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은 시련이었다.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지성 잔디인 양잔디들이 녹아 내린 결과였다. 페어웨이를 켄터키 블루 글래스로 시공한 군산CC의 경우 8월 한달간 영업 손실도 마이너스 30%에 달했다. 81홀을 운영중이니 만큼 피해도 커 수억원대 손실이 있었다. 군산CC 서종현 전무는 “모두가 속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예정된 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농작물에 치명적이다. 잔디 역시 마찬가지다. 폭염으로 골프장 잔디는 물론 축구장 잔디까지 말라 죽었다. 햇빛에 강한 버뮤다 클래스를 제외한 나머지 양잔디들은 특히 피해가 막심했다. 페어웨이의 온도가 37~40도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국지성 호우가 집중적으로 내리면 빗물이 70~80도로 뎁혀진 상태에서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잔디 뿌리가 데쳐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는 자연재해에 가까워 골프장 입장에선 손 쓸 틈이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지로 조성된 골프장들은 사정이 조금 나았지만 벤트그래스로 조성된 그린 관리는 마찬가지로 힘들었다.
코스 상태가 엉망이지만 선수들은 이해하는 분위기다. 대비가 어려운 폭염으로 인한 결과인 만큼 이를 받아들이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분위기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라는 점도 이해의 폭을 넓혔다. 이성호 프로는 "코스가 너무 안 좋아져 마음이 아프다. 최선을 다해 좋은 스코어를 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KPGA 김태연 경기위원장은 “날씨가 선선해져서 더 이상 코스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스코어카드 한 장 정도 크기 내에서 볼을 옮기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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