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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추격자들이 박인비를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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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도중 7번홀에서 홀아웃하며 갤러리들에게 인사하는 박인비.[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이제 하루 남았다. 박인비(28 KB금융그룹)는 놀라운 투혼으로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선두를 유지한 채 최종라운드를 맞게 됐다. 116년 만의 올림픽 여자골프 경기에서 대망의 우승을 눈앞에 둔 것이다. 공동 2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 제리나 필러(미국)와는 2타 차다.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무빙데이인 19일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에 가세해 올림픽 여자골프 경기를 블록 버스터로 만들었다. 필러 역시 출전선수 60명중 유일하게 1~3라운드에서 60대 스코어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추격자들이 박인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박인비에겐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진돗개 같은 승부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자. 2008년 6월 미네소타의 인터라켄CC에서 열린 US여자오픈 때다. 엣된 얼굴의 동양선수가 최종라운드에서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들은 “저 선수가 누구냐?”며 수군댔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 등 쟁쟁한 선수들이 거센 추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통통한 체구의 그 동양선수는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았다.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불안했으나 신기하게도 볼을 홀 근처로 올린 뒤 척척 파 퍼트를 집어 넣어 추격자들의 진을 뺐다. 메이저 대회 최종라운드라는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도 무심한 표정의 얼굴에 추격자들은 질릴 수밖에 없었다. 흔들림없는 모습에 환호한 건 가족과 한국에서 건너간 취재진, 그리고 대회장을 찾은 몇몇 교포들 뿐이었다.

짐작하다시피 그 엣된 소녀는 박인비였다. 현장에서 취재하며 느낀 박인비의 정신력은 불가사의했고 오뚝이를 보는 듯 했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후반 쐐기를 박는 버디를 잡아내며 2위 알프레드손을 4타차로 제압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그때 박인비의 나이는 만 19세 11개월 6일이었다. 어느덧 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박인비는 다양한 우승 경험 속에 더욱 단단해 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7승(메이저 7승 포함)을 기록중인 박인비가 54홀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을 때 16번중 10번 우승했다.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을 때 우승확률이 62.5%다. 반면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거둔 13번의 우승중 7번을 역전우승으로 장식했다. 리디아 고의 역전우승 확률은 53.8%다. 필러는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다. 30번의 톱10만이 있어 올림픽같은 큰 경기에서 우승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박인비는 투혼이 대단한 선수다. 허리 통증을 안고 출전했던 작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종일 7언더파를 몰아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목적이 분명하면 어떤 난관도 극복하는 게 박인비다. 116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은 혼신의 힘을 다할 가치가 있다. 저스틴 로즈(영국)와 헨릭 스텐손(스웨덴)의 명승부로 치러진 남자 경기에 이어 여자 경기도 흥미 만점의 밥상이 차려졌다. 변수는 최종라운드의 날씨다. 박인비가 악천후 속에서도 흔들림없는 플레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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