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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건식의 도의상마] 올림픽 태권도를 바라보는 넉넉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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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희 장군(왼쪽)과 이승만 전 대통령.


“저것이 우리나라에 옛날부터 있던 택껸이야? 이것으로 깨뜨렸지?” 하며 오른 주먹의 사용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택껸이 좋아. 이것을 전군에 가르쳐야 해. 그 서양 사람들은 윗동이만 쓰는데, 발로 차면 빙그르르 주저앉을 게 아닌가.”

1954년 9월 이승만 대통령은 보병 제29사단 창립 1주년 기념식 전에 열린 무예시범을 보고 최홍희 장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후 최 장군은 ‘태권도’라는 이름을 짓고, 1955년에는 명칭제정위원회를 열어 정식명칭으로 사용한다.

최 장군은 1957년 각 대학 태권도부를 중심으로 학생태권도연맹을 조직되었으며, 군대, 일반, 그리고 대학의 관계를 명확히 하였다. 특히 1958년 최홍희는 예비군감이라는 한직(?)을 이용하여 전 예비사단에 태권도를 보급하는 데 성공한다.

최 장군과 태권도의 명칭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동아일보 1959년 2월 28일자 1면이다. 최 장군을 월남파월국군태권도시범단장이라고 직함을 적었다. 이어 1959년 9월 8일자 동아일보는 3면에서 당시 3파로 대립되고 있던 공수도, 당수도, 태권도가 대한체육회의 조정으로 통합되어 ‘대한태권도협회’가 발족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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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대한태권도협회 창립식의 기념 사진.


이러한 태권도가 지금은 세계인의 스포츠로 성장하였다. 전 세계 208개 국에 보급되어 있으며, 동양스포츠로는 유도와 함께 유일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었다.

태권도는 단순히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 보급되면서 한국을 알렸다. 초창기 태권도사범들은 각국의 왕실이나 경호실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며 약소국 한국을 대변했다. ‘코리안 가라테’라는 이름을 ‘태권도’로 각인시키기까지 태권도인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온 것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길을 잃으면 태권도장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그 도장이 현지인이 운영하더라도 그 관장의 스승은 한국인이기에 여행 중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이야기다. 또 자녀가 유학을 준비한다면 사전에 태권도만큼은 반드시 수련하라고들 이야기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각 학교의 동아리를 지도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리우에서는 태권도경기가 한창이다. 남녀 4체급씩 모두 8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대표로는 5명이 출전해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고 있다.

한국은 종주국이자 태권도 최강국인데 왜 5명밖에 출전하지 못하는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만 해도 종주국의 메달 싹쓸이를 막기 위해 남녀 2체급씩 출전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태권도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세계태권도연맹(WTF)는 이번 리우부터는 랭킹에 따라 자동출전권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사상 최다인 5명이 출전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종주국 한국이 8개 체급 모두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태권도는 세계인의 스포츠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의 목표가 금메달 1~2개라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태권도 평준화는 사실 속상한 것이 아니라, 기뻐해야 할 일이다. 태권도라는 이름이 생긴 지 불과 45년 만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됐고, 이후 다시 16년 만에 종주국이 최강을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전 세계가 태권도를 연마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정말 놀랄 만한 일이다. 이러한 태권도를 두고, 한국이 메달을 땄네 못 땄네라며 뒷담화를 하는 것은 좀 쩨쩨한 태도인 듯싶다. 기적의 종목인 태권도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한 종국이라면 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런 점에서 19일 자신을 꺾은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손을 들어준 이대훈은 매너 금메달감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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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대훈(왼쪽)이 19일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8강전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후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



*허건식 박사는 예원예술대학교 경호무도학과와 부설 국제TSG연구소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조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립태권도박물관 운영위원, 대한무도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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