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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2R 8위로 주목받는 인도 소녀 아쇽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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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유일한 LET 소속 여자 프로골퍼 아디티 아쇽이 올림픽 2라운드에서 8위에 올라 있다. [사진=IGF]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인도의 18세 소녀 골퍼 아디티 아쇽(Aditi Ashok)이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 8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첫날 68타에 7위에 이어 19일(한국시간)은 이틀 연속 3언더파를 치면서 선두에 4타차다. 전반에 1번 홀을 시작으로 3개의 버디를 잡으면서 한 때 선두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은 버디와 보기를 2개씩 적어냈다.

아쇽의 프로 골퍼로의 도전은 토요일에 시상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다음주 목요일부터 열리는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하는 것이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아니라 다음주 있을 큐스쿨에 대한 도전이 흥분된다는 의미다. 지금 성적이 좋지만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생각지도 않는다면서 일부러 거리를 둔다.

“지난해까지는 나이가 모자라 도전하지 못했는데 이제 18살이니까 미국 LPGA에서 뛸 가능성을 얻었어요.” 아쇽은 지난해 유러피언여자투어(LET)의 출전권을 처음 획득하면서 지난달 브리티시여자오픈도 출전했었다. 그 대회가 끝나자마자 책정된 올림픽 출전 선수를 가리는 롤렉스 랭킹은 444위였다. 하지만 상위권에 있는 몇몇 선수가 올림픽 출전을 고사하면서 아디티는 58번째이자 인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권을 따냈다. 올림픽 2라운드를 마친 현재 아쇽은 8위에 있고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22위다. 물론 아직 대회는 이틀이 더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인도 방갈로르 동쪽의 카나타다골프협회가 있고 로얄 오키드골프장 사이에 있는 음식점 가게주인의 딸인 5살 소녀가 처음 골프를 접한 게 시작이었다. 딸의 캐디를 맡고 있는 아쇽 구드라마니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거기서 볼을 치는 걸 보고 들어갔고 퍼팅 그린을 특히 좋아했지요” 그뒤로 아쇽은 그린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골프를 시작한 지 8개월 뒤인 6살에 전장 6200야드가 넘는 방갈로르 골프장에서 첫 라운드를 했다. 구드라마니는 “라운드를 마치고는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다시 또 시작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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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쇽은 캐디를 맡은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구드라마니는 딸이 골프를 시작하자마자 숏게임 연습에 빠졌고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고 수줍게 자랑했다. 10살 때에는 국가 핸디캡 대회 여자부에서 4번이나 우승했다. 그리고는 2012년부터 3년간 인도 주니어부챔피언이었고, 인디아아마추어 대회에서 2승을 거뒀다. 지난해말 17세에 LET 2부 투어인 랄라아이차에서 23언더파로 우승도 했다. 올해 1월에 프로로 데뷔한 뒤로 LET 큐스쿨을 1등으로 통과하면서 투어 프로 자격을 얻은 것이다. LET에 소속된 유일한 인도 여자골퍼다.

비슷한 홍조의 미소가 올림픽 둘째날 연속 68타 스코어카드를 적어내는 아디티에게서도 어렸다. 18세 소녀가 전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합하는 무대에서 리더보드 10위 안에 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로얄오키드골프장의 식료품 가게와 리우의 올림픽 경기장은 너무나 이질적인 조합이다.

게다가 2라운드까지 아쇽의 활약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116년 만에 재개된 올림픽에서 인도에서 온 18살 소녀가 리더보드 상단에 떡하니 있으리라는 것도 말이다. 인도 방송국 관계자들도 놀라워하면서 뉴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쇽의 말이다. “제 생각에 인도에는 꽤 큰 일이고 특히 여성 골퍼에게는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아마 여성 골프 인구도 늘겠죠.”

인도골프협회(IGU)에 따르면 12억5000만명으로 추정되는 인도 인구 중에 골퍼는 12만5000~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많이 과장되었을 수 있다. 일단 골퍼라면 주말에 한 번 라운드하는 일반 골퍼의 수준보다 훨씬 많은 라운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IGU 회원인 디립 토마스에 따르면 진짜 골프인구는 7만~8만이라고 한다. 인구 2천명 중에 골퍼가 한 명 꼴이다. 그중에 여성 골퍼는 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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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쇽은 토요일 올림픽을 마치고는 다음주 열리는 미국 LPGA 큐스쿨에 도전할 생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로 한 2009년에는 아디티가 골프를 시작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인도에는 아디티와 같은 롤 모델이 한국의 박세리가 그러했듯이 골프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디립 토마스는 인도 골프의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전망한다. “인도인들은 정신과 감각과 관련된 운동에는 뛰어납니다. 골프는 바로 정신과 감각 모두를 키우는 운동이죠. 아마 15~20년 뒤에는 인도 선수들이 골프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크리켓 뿐이죠.”

토요일에 아디티가 어떤 메달이든 딴다면 인도 골프는 새로운 단계를 맞을 것이다. 현재 인도에는 총 206개의 골프장이 있고 서양의 기준으로 퍼블릭 골프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는 환경에서 식료품 가게의 딸이 올림픽 메달을 따는 있을 수 없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캐디를 보는 부친 구드라마니는 덧붙였다. “아디티가 인도 골프에 공헌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도는 큰 나라니까요. 메달 시상대에 오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죠.” 그의 꿈은 창대할 지라도 캐디를 보는 동안에 그가 명심하는 게 있다. “플레이 중에는 입 닥치고 있는 거죠.”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올림픽 마지막 라운드를 마치면 아쇽은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갈 예정이다. 하지만 리우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녀의 인생은 또 다른 항로를 시작할 것이다. 인구 12억5000만의 인도는 레슬링에서 동메달을 하나 따서 현재 종합 순위 71위에 올라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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