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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올림픽] “한국 발펜싱, 세대교체 시급” - 김영호 특별기고 '리우 펜싱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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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리우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금메달을 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발펜싱


리우올림픽 펜싱이 끝났습니다. 한국은 보고 또 봐도 감동적인 박상영의 금메달(남자 에페 개인)과 김정환의 동메달(남자 사브르 개인), 이렇게 2개의 메달을 획득습니다. 당초 대표팀이 “색깔에 상관 없이 2개 이상의 메달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니 기본은 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아쉽습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 런던 올림픽으로 가 보죠. 정말이지 한국 펜싱은 눈부신 선전을 펼쳤고,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전통의 펜싱강국 이탈리아(금3 은2 동2)에 이은 종합 2위에 올랐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성적인가 하면, 한국 펜싱이 런던 이전 역대 올림픽에서 딴 메달은 금, 은, 동 각 1개씩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다른 나라 선수와 임원들은 “한국선수들이 미쳤다”라고 엄지를 치켜올렸습니다. 앞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2개 중 7개를 휩쓸며 종합 1위를 차지한 데 한국의 발펜싱이 세계 펜싱사를 새로 쓴 역사적인 무대였습니다.

사실 리우 올림픽의 목표인 ‘메달 2개’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입니다. 낮게 잡아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겁니다. 정상은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든 법입니다. 이게 상식이죠. 그렇다면 목표를 1/3로 줄이기에 앞서 펜싱 코리아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한국펜싱은 이 점에서 크게 안일하고 부족했습니다.

발펜싱이 늙었다

먼저 외부 상황을 좀 보죠. 런던 이후 한국펜싱은 도전자, 다크호스가 아닌 우승후보로 분류됐습니다. 당연히 한국 펜싱은 외국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찾아올 정도로 연구의 대상이었고, 한국선수들의 플레이는 하나하나 분석당했습니다. 불리한 신체조건을 스피드(빠른 발)로 극복하는 한국 스타일에 적응하기 시작한 겁니다. 유럽의 펜싱강국들에게 한국은 견제의 대상이었고, 유럽세가 강한 심판들도 결코 한국에 더 불리하면 불리하게 작용했지 유리할 게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내적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펜싱은 ‘편안한 선택’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런던의 성과에 취해 세대교체를 단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런던 멤버 거의 대부분이 리우에 나섰습니다. 20대 후반 및 3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저하게 느려진 스피드, 세계랭킹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당하는 잇단 패배, 메달권 진입 실패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발펜싱’에서 발이 느려졌으니 뭐 할 게 별로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기적 같은 금메달을 딴 박상영은 세계 21위로 한국 펜싱이 새롭게 발굴한 기대주였습니다. 경쟁국의 견제를 받지 않은 이 선수만 금메달을 딴 것입니다. 10-14의 열세를 뒤짚은 박상영의 플레이를 봐도 그렇습니다. 상대 헝가리 선수는 42살의 노장이었죠. 이 선수를 상대로 박상영이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연속해서 치고들어간 것이 드라마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소문난 박상영도 하마터면 대표팀에서 탈락할 뻔했습니다. 이 유일한 세대교체마저 없었다면 한국 펜싱은 리우에서 참사를 빚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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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자 개인 사브르에서 동메달을 딴 직후 환호를 올리고 있는 김정환.


지금이 세대교체의 적기


조금 늦었지만,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시기입니다. 지금이라도 한국 펜싱은 대학교 4학년이나, 실업 초년병을 대상으로 대표팀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합니다. 나이가 든 선수들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멤버 그대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나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한국펜싱은 아시안게임 성적을 떠나 정말 크게 망가질 우려가 높습니다. 뉴페이스를 발굴해서 아시안게임을 통해 경험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플러뢰를 제외하면 에페와 사브르는 유망주들이 많습니다. 대표선발전을 빨리 치르고, 철저하게 실력에 기초해 새로운 얼굴을 대거 발탁해야 합니다. 파벌 없이, 치열한 선발전을 통해 매번 새로운 대표선수를 발굴해 28년째 올림픽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양궁이 ‘세대교체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고질적인 파벌싸움과 허울 좋은 세계 1위에 눈이 멀어 ‘어벤저스 대표팀’으로 불리고도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유도는 반면교사일 것입니다.

펜싱의 경우 세계적인 선수를 길러내기까지는 보통 8년 정도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을 따기 전인 1990년대에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는 눈 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서른이 넘으면서 파워와 스피드가 떨어지자 미련없이 은퇴했습니다.

지금은 더 늦기 전에 ‘펜싱 코리아’가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때입니다. [김영호 로러스 펜싱클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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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로러스 펜싱클럽 감독.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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