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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지미 워커에게 메이저 우승컵 안긴 부치 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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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인 워너 메이커 트로피를 들고 뉴욕의 나스닥 시장을 방문한 지미 워커.[사진=AP뉴시스]


세계적인 교습가인 부치 하먼은 지난 주 PGA챔피언십이 끝난 후 라스베이거스 자택에서 1200달러 짜리(약 133만원) 와인 샤토 마고의 마개를 땄다. 제자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이 와인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지미 워커가 3년 전 교습비 대신 보낸 선물이었다.

타이거 우즈와 애덤 스캇, 필 미켈슨, 리키 파울러 등 당대 최고의 골퍼들을 지도한 하먼은 2013년 워커를 처음 만났다. 하먼은 시간당 레슨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윙코치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부치 하먼 스쿨에서 첫 레슨을 받은 워커가 레슨비를 지불하려 하자 하먼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보낸 게 와인 한병이었다.

하먼은 와인을 선물받은 뒤 워커에게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 그 때 마시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끝난 PGA챔피언십에서 워커가 세계랭킹 1위인 제이슨 데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자 기분좋게 코르크 마개를 딴 것이다.

워커는 2013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PGA투어 입문 9년 만에 첫 우승을 거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오랜 시간 무명의 설움 속에 어둠의 터널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첫 우승후 승승장구했다. 2014년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소니오픈에서 연승을 거둔 뒤 5주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우승하는 등 초반 8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골프인생을 곷피웠다.

그러나 2015년 텍사스오픈에서 조던 스피스(미국)를 물리치고 우승한 뒤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롱게임이 흔들린데다 퍼팅도 좋지 않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때 하먼은 워커의 구세주가 됐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고 당시를 기억하는 하먼은 “스윙 메카닉에 대한 변화를 줬고 워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좋은 선수인 지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유명 스타들을 지도한 경험이 풍부한 하먼은 이런 과정을 통해 워커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워커는 마침내 메이저 우승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직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예선탈락한 워커가 어떻게 2주후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까? 하먼의 처방은 간단했다. 어드레스 때 좀 더 볼에 가까이 서게 했으며 오른쪽 무릎의 탄력을 유지하라고 했다. 그 결과 PGA챔피언십 첫날부터 폭발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하먼은 경기에 나가기 전 워커에게 “네가 어떤 선수인 지를 모두에게 보여줘라”라는 말로 격려했다. 워커는 마지막 28개 홀을 노보기 플레이로 마감했다. 그 결과 PGA챔피언십 사상 최근 20년 사이 세 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우승을 다툰 데이 조차 “워커는 하루 종일 좋은 경기를 했다”며 놀라워 했고 연습라운드를 함께 했던 파울러는 “워커는 내가 본 최고의 스윙을 했다. 어렵지 않게 볼을 홀 가까이 붙였다”고 말했다.

스카이스포츠의 중계석에서 해설을 하다 워커의 우승 장면을 지켜본 하먼은 “특별한 순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먼은 “워커는 함께 일하기 전부터 좋은 친구였다”며 “그로 인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조만간 워커의 텍사스 집에서 만나 와인을 마시며 승리를 축하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승부의 세계 이면엔 이렇게 훈훈한 휴먼 스토리가 깔려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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