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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운의 우슈천재’ 조계용, 제2의 안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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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슈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조계용. 그는 발군의 기량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치러지기 전까지 ‘우슈’라는 종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대회 첫 금메달이 우슈에서 나오면서 제법 화제가 됐다. 또 '얼짱검객' 서희주가 한국 우슈 역사상 최초의 투로 종목 여성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서희주는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 우슈에 있어 인천 아시안게임은 분명히 큰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소만 있던 것은 아니다. 항상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있다. 우슈가 아시안게임을 통해 도약하는 동안 그 피해를 본 사람도 존재했다.

우슈선수 조계용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 우슈계에서 그의 업적은 대단하다. 2007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그는 ‘우슈의 꽃’이라고 불리는 장권 종목 최고의 에이스였다. 수상실적부터가 남다르다. 2009년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대표선발전, 2013 대표선발전, 2013 전국체육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우슈 특히 장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그 범위를 세계로 넓혀도 조계용의 성적은 빼어나다. 2013년 톈진 동아시아대회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같은 해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톱클래스였다. 기본적으로 중국 무술이기 때문에 중화권 국가들이 상위권을 다툴 수밖에 없지만 조계용은 당당히 실력으로 그들과 싸워 그 어려운 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당연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전망도 밝았다.

그런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우슈가 열렸던 강화도고인돌체육관에는 정작 조계용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우슈는 이 대회를 통해 금메달 2개를 따내는 등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그 영광 속에 조계용의 몫이 아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알아주던 조계용의 이름이 없는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다.

상황은 이렇다. 2014년 초, 아시안게임 우슈 대표 최종선발전 장권 부문에서 조계용은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 당연히 조계용 본인도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러나 갑자기 룰이 바뀌고 말았다. 그 전 대회까지만 해도 각 부문별 1위가 대표로 선발되었지만 하필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에는 모든 부문을 합산한 점수로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 사실을 조계용은 부상을 당한 뒤에서야 알게 되었다.

장권 1위를 확정지은 뒤 부상을 당했던 조계용은 잔여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합산에서 밀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합산 점수로 조계용을 제치고 선발된 선수의 장권부문 성적은 4위였다. 조계용 입장에서는 주 종목에서 4위한 선수에게 밀려 나가지 못했으니 아쉬움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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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용의 경기 모습.


문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조계용은 불이익을 당했다. 당시 조계용은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미 대표로 선발된 조계용은 대회기간 동안 학교에 불참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기 때문에 잠시 중국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전했다. 감독도 승낙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돌아온 후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으로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조계용에게는 말 한마디 없이 다른 선수를 대표로 뽑은 것이다.

2015년 대표선발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또 발생했다. 조계용은 석사준비 과정 탓에 대회 준비가 다소 부족했다. 그로 인해 대표선발전에서 공동 3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었다. 3명까지 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동 3위한 선수끼리 재경기를 치르거나 3종목 중 2종목에서 우위를 점했던 조계용을 선발하는 것이 맞는 이치였다. 그러나 조계용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조계용과 같은 점수를 기록한 다른 선수가 이미 대표팀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조계용은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우를 받아야 했을까. 바로 인맥이 그 정답이었다. 조계용은 자신을 이끌어줄 스승이 없었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예전부터 연을 이어온 스승들이 우수협회의 임원, 심판 혹은 코치로서 들어온다. 그러나 조계용은 그런 인맥이 애초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홀로 맞서 싸워야했지만 번번이 패배하고 말았다. 대한체육회에도 문의를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조계용은 우슈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대표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양에도 물론 우슈대표팀이 있지만 동아시아 국가만큼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조계용이 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 대표선수로서의 자부심이 있지만 실력 이외의 요소 때문에 그 자부심을 발휘할 수 없는 관계로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은 미국을 고려하고 있다.

조계용 케이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쇼트트랙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안현수는 세계 최고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파벌로 인해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결국 러시아 대표를 선택하면서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조계용도 마찬가지다. 만약 미국대표로 선발되어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면 당연히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힐 만한 기량이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역대 최고의 스케이터를 놓친 경우를 한국 우슈가 그대로 따라할 위기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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