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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철의 MLB 리포트] 개막전과 핀드레이마켓 퍼레이드
미국에서는 고유명사의 첫 글자는 항상 대문자로 표기한다.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현충일(Memorial Day)과 같은 국경일 또는 공휴일의 각 단어 첫 자도 대문자로 표기한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 야구 개막전이 치러지는 오프닝 데이(Opening Day)의 첫 글자를 공식적으로 대문자로 표기하자는 운동이 일어나는 지역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팀이자 미국 최초의 프로 스포츠팀인 신시내티 레즈의 연고지,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에서 그렇다. 야구팬들에게 지금의 개막전이 축제의 의미를 갖게 해준 도시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MLB 개막전 퍼레이드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프닝 데이를 공휴일로 기념하자는 건의를 국회에 제출할 정도니 그 자부심과 전통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신시내티에서는 이토록 개막전에 의미를 두고 기념하려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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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의 핀드레이 마켓 퍼레이드 행사.


리그 초창기의 홍보 이벤트로 시작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개막전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한 게 없었다. 1870년대 내셔널리그는 아마추어 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팀들의 재정 상태도 별로였다. 물론 관중석이 꽉 차는 일도, 언론에서 크게 관심을 가져주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1870년대 후반부터 아마추어 팀들이 프로 팀으로 탈바꿈 하고, 그 팀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익을 벌어 들여야 했기에 각 팀들의 비즈니스 매니저(Business Manager)들은 마케팅에 더욱더 힘을 쓰기 시작했다.

초창기 MLB 시즌 개막전은 항상 신시내티에서 열렸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역적 특색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당시 신시내티는 리그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다른 북쪽 지역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들은 초봄 추운 날씨에 경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특혜를 이용해 마케팅을 한 사람이 있으니, 당시 신시내티 클럽의 비즈니스 매니저 프랭크 밴크로프트(Frank Bancroft)다. 그가 매년 홈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도시의 연중 행사로 만들었다. 1900년대 초반까지 신시내티는 가장 많은 관중을 유치했고, 신시내티는 개막전의 도시로 자리매김 한다.

당시 개막전 관련 연중행사 중 지금까지 그 전통이 내려오는 행사가 있는데, 핀드레이마켓 퍼레이드(Findlay Market Parade)는 개막전 당일 날 진행되는 행사로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신시내티 사람들에겐 지역 공휴일이 되어버린 축제날이다.

퍼레이드의 시작은 ‘야구장으로 나와서 개막전을 보세요!’ 라는 마케팅으로 시작되었다. 구단은 개막전에 의미를 부여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러 와주기를 바랐고 개막전 경기 당일 날 사람들을 불러내 경기장으로 안내하는 홍보과정에서 자연스레 퍼레이드라는 행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1902년 레즈 구단은 돌연 퍼레이드를 중단했다. 그러자 지역 동종업계 모임, 소셜클럽, 이웃 등으로 구성된 소그룹의 팬클럽들이 만들어졌고, 매년 개막전 경기가 있는 날 이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나팔을 불고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하면서 퍼레이드의 전통을 이어갔다.

1920년 핀드레이 시장의 상인들로 구성된 팬클럽이 퍼레이드에 참가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팬클럽의 활동은 시들어갔지만, 핀드레이마켓 모임은 조직적으로 더 커져갔다. 1970년대 이전까지 핀드레이마켓 퍼레이드는 시장의 가게 소유주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주 구성원이 되어 진행 되는 작은 행사였다.

그들은 핀드레이 거리에서 야구장 서쪽 끝까지 행진하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입장 후에는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그들이 경기장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난 뒤 구단주와 감독에게 깃발과 선물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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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중계하는 엄청난 개막 행사로 커진 핀드레이 마켓 퍼레이드.


팬들이 키우고 발전시킨 축제로 성장
1970년 레즈의 구장이 다운타운의 리버프론트 구장으로 옮기고 난 뒤에 이 퍼레이드의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퍼레이드의 경로가 신시내티의 다운타운 심장부를 거쳐 가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때부터 지역방송에서 퍼레이드를 생중계로 방송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퍼레이드 조직원들이 외부인들도 참가할 수 있게 승낙하자 동참하는 조직이 무려 200개 가까이 되었다. 이 후 개막전은 신시내티에서 가장 큰 축제일 중 하나가 되었고 지금은 지역 문화관광 상품이 되어 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도시를 방문한다.

돌이켜보면 미국 개막전 행사 중 가장 큰 핀드레이 마켓 퍼레이드는 구단이 돈을 벌기 위한 마케팅으로 시작을 했지만 그 전통과 역사를 지켜왔던 것은 야구를 사랑하고 지역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게임의 수준이 높고 경기가 재밌어서만이 아니다. 100년 넘게 지켜온 그들의 전통과 문화, 그것들은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팬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다. 개막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올 시즌에는 어떤 재미난 에피소드가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이형철(법무법인 충정, 외국 변호사)
* 이형철 외국 변호사는 베벌리힐스스포츠카운슬(Beverly Hills Sports Council)에서 근무하며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협상에 참여했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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