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잔치가 열렸다. 바로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다. 단일의 이벤트이지만 1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관람하고, 30초 광고비가 60억 원에 달하는 등 그 흥행규모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슈퍼볼 자체의 상업적 규모에 대한 감탄은 활발해도, 정작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미식축구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그저 공 하나를 두고 거구의 선수들이 벌이는 집단 몸싸움 정도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미식축구는 상대 진영으로 조금씩 전진하기 위해 물 밑에서 수많은 작전들과 수 싸움이 벌어지는 흥미로운 스포츠이다. 겉으로는 단순히 긴 패스를 주고 받거나, 우격 다짐으로 전진하는 것 같다. 반면 실상은 동료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팀원들이 일제히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을 보이거나 중원 사령관인 쿼터백의 지휘에 맞춰 일사 분란하게 동선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미식축구 작전을 모은 책의 두께는 거의 전화번호부에 필적한다고 한다. 미식축구와 인종차별을 다뤘던 영화 <리멤버 타이탄>에서는 수학 교사가 미식축구 작전을 분석하는 광경도 나온다. 사실 스포츠는 모르고 보는 것보다, 알고 볼 때 그 재미가 배가 된다.

사람의 성기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몸의 반응도, 실상은 수많은 장기와 신경들이 조화된 움직임을 보여야 가능하다. 특히 남성의 사정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정액이 배출되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물 밑에서는 컴퓨터와 같은 복잡한 회로 작용의 결과물이다. 단순한 몸싸움으로 비쳐지는 미식축구가 실상은 치밀한 작전 게임인 것처럼 말이다.

남성의 사정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요도 내로 정액의 내용물이 배출되는 누정(emission)과 방출된 정액이 앞으로 추진되는 방출(expulsion) 과정이 그것이다. 누정 단계에서는, 정낭에 저장되어 있던 정액과 부고환 및 정낭에서 합류한 정자가 요도로 배출되어 사정에 대비하게 된다. 쉽게 생각하면 총에 탄약과 총알을 장전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은 방출 때 극에 달하게 된다. 요도에 정액이 장전된 이후, 요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추진력을 내기 위해 일제히 수축을 하게 된다. 문제는 수축되며 방아쇠를 당겨도 해도 앞의 포신이 개방되지 않으면 정액의 배출로가 확보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소변이 새지 않도록 닫혀 있던 요도 괄약근이 이완되며 정액의 배출로를 열어준다.

중요한 점은 하나 더 있다. 앞으로 나가야 하는 정액이 거꾸로 뒤로 방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전방의 요도 괄약근이 이완되는 동시에 후방의 방광 입구는 닫히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 하나에라도 이상이 발생한다면 정상적인 사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르가즘은 있는데 사정이 안 되거나, 정액이 방광으로 흘러가 소변에 섞여 나오는 역행성 사정이 이런 질병의 예이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사정 과정은 요도 주변 근육 수축으로 추진력을 얻고, 전방 요도가 개방되고 후방 방광이 폐쇄되며 정액이 방출되는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라인맨들이 수비수들을 저지하는 동안 리시버가 앞으로 달려나가고 쿼터백이 공을 패스하는 미식축구의 공격 작전과 비슷하다. 신경과 근육, 그리고 여러 신경 전달 물질이 톱니바퀴처럼 조화를 이루는 사정의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는 생명체의 신비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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