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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 5] 본격 노정에 들어가다
2012년 9월 13일 뉴욕을 돌아본 64세 골프 포섬은 다음날 하버타운을 거쳐 애틀랜틱시티까지 내려간다. 주행 거리는 252km에 불과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로드 무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캠핑카에 정전사고를 겪으면서 서툰 객지 생활이 녹록지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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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빌딩숲에서 관광을 했다. 왼쪽부터 최금호, 장기풍, 설병상, 양기종.


4일째: 세계 중심도시 뉴욕 관광

‘세계 최고, 세계 제일’이라는 수식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 세계의 중심도시 뉴욕을 하루 만에 둘러본다는 건 그야말로 주마간산이지만, 우리의 목적은 골프이니 만큼 아쉬운 대로 즐겁게 관광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 문화, 금융, 패션, 예술, 디자인의 중심지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뉴욕생활을 꿈꾼다. 전 세계 인종이 모여 살아가는 복잡하고 다양한 일상의 모습도 접할 수 있어 세계 어느 도시보다 즐길 만한 구경거리가 많은 도시다.

1일 버스투어는 워싱턴 광장, 차이나타운, 월 스트리트, UN 본부, 5번가, 타임스퀘어, 록펠러 센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명소를 경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일정과 복잡한 맨해튼의 사정을 감안해서 무개 버스를 타고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간단한 시내 투어에 만족하기로 했다.

관광명소를 직접 방문하는 코스가 이어졌다. 첫 번째가 유람선을 타고 가는 유명한 자유의 여신상 관광, 다음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마지막으로 센트럴 파크 방문이었다. 뉴욕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느꼈던 점은 한없이 길이 막히는 악명 높은 교통정체다. 서울에서도 출퇴근 시간에는 길이 많이 막히지만, 뉴욕의 교통정체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승용차도 많지만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가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한 점이 특이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뉴욕에 들어올 때는 통행료를 받지만 나갈 때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뉴욕으로 유입되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맨해튼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는 뉴저지 포트 리(Fort Lee)에 있는 한식당 감미옥에서 반가운 뉴욕 총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최 단장은 뉴욕 총동창회 유정식 회장에게 보성 로고가 새겨진 다용도 칼 80개를 전달했다. 한국을 떠나올 때 김태성 교우회 회장이 뉴욕과 LA에 있는 교우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이역만리 이국땅에서 동문들을 만나 소주 한 잔 하며 흐뭇한 시간을 보낸 기쁨은 골프보다 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다스팀을 빛나게 하기 위하여 이러한 자리를 계획한 김태성 회장의 속 깊은 우정과 우리를 따듯하게 맞이하고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준 뉴욕 총동창회 유정식 현회장과 최치훈 전임회장이 정말로 고마웠다.

저녁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잠시 자리를 비운 최 단장이 돌아와 장 총장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내놓았다. 덩치는 산만한 친구가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단장은 단장인가 보다. 뉴욕 하늘에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외치며 그렇게 우리들의 추억은 또 한 장의 감동 드라마를 추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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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발전기 문제로 진땀을 뺐다.


5일째: 베이스캠프를 떠나다

우리는 매일 출발 전 1분 회의를 했다. 단장은 오늘의 날씨, 방문할 골프장과 호텔 소개, 식사시간과 장소, 이동거리 등 그날의 모든 일정을 단원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서의 5일째인 13일은 숙소에서 30분 거리 애시브룩(Ash Brook)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일정이다. 이후에는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애틀랜틱시티로 164km를 이동해야 한다. 그동안 베이스캠프로 삼았던 이코노 로지에서 4박을 하는 동안 시차에 적응하면서 골프도 한 번 쳤다. 골프여행에 가장 중요한 캠핑카를 인수해 운전 연습도 마치고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식재료와 물품 등도 구입했다. 본격적인 골프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티 타임이 이른 시간이라서 서둘러 호텔을 빠져 나와 약 30여 분 거리에 있는 골프장에 도착하니 오전 7시30분경이었다. 골프장 주변으로 큼지막한 단독주택이 많고 집과 도로 사이에 조경을 잘해 놓은 것이 부유한 백인들의 동네로 보였다.

이곳은 첫 번째 방문한 갤로핑힐 골프장보다 페어웨이 상태가 좋고 그린 스피드가 빨랐다. 욕심내다가는 투 퍼팅, 스리 퍼팅이 나온다. 설병상 작가가 그랬다. 그는 먼저 홀 아웃 한 멤버가 카트를 향해 걸어가며 즐거워하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며 씁쓸한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골프란 놈은 알다가도 모르는 게임이다.

골프를 마치고 첫 번째 장거리운행을 앞둔 캠핑카에서 예기치 못했던 사고가 터졌다. 캠핑카 내부 전기설비의 작동이 모두 멈춘 것이다.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으니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가 작동하지 않는 건 당연한 수순. 손재주 좋은 이공계 출신 장기풍 총장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수리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다급한 마음에 최 단장이 캠핑카 회사의 긴급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직원과 함께 캠핑카 전기 관련 기기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점검한 후에야 사고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사고의 원인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서 모든 전원 연결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전기 차단기를 제자리로 올리니 캠핑카의 모든 전기기기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점심식사는 남쪽으로 가는 일반 도로변 웬디즈 패스트 푸드점에서 햄버거와 콜라로 간단히 해결했다. 집을 떠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여행 중에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계속해서 돌아오는 세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항상 밥을 먹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사먹는 대부분이 인스턴트식품인 햄버거와 콜라인지라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심리적 거부감도 생겼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끼니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던지. 식사를 마치고 장거리 이동 첫날이라 운전은 최 단장이 했고 조수석에 양 대표가 앉아 GPS에 표시된 대로 잘 가는지, 과속은 하지 않는지, 휴게소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보며 조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끔은 단장이 요청하는 시원한 콜라와 커피를 갖다 바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명은 캠핑카 안을 정리하고 나머지 한 명은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미국 동부지방을 남북으로 이어주는 9번 고속도로는 왕복 14차선으로 확 트인 시야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도중에 처음 나타난 고속도로 휴게소 포크 리버에 잠깐 들러 구경하고 오후 6시경 두 번째 숙소 베이몬트 인에 무사히 도착했다.

설 작가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샤워를 마치더니 바로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에 접속을 시도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전 숙소에 비교해서 이곳은 조용하고 깨끗했을 뿐더러 넓어서 지내기에 좋았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매일 온라인 카페에 여행일지를 올려 회원들과 소통하던 설 작가는 매우 당황했다.

어디서든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는 한국이 IT강국이라고 말하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최 단장이 프론트에 항의해 다른 방으로 바꿨지만 인터넷 속도는 여전히 시원치 않았다. 저녁식사 시간은 어김없이 또 다가왔다. 저녁식단은 라면과 햇반에 김치가 전부. 아무도 없는 한적한 호텔 주차장에서 엉성하지만 뜨거운 라면과 잘 익은 김치 그리고 함께 곁들인 소주 한 잔은 우리의 저녁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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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브룩 골프장 홈페이지.


* 애시브룩(Ash Brook)GC: 애시브룩 골프장은 뉴저지 스카치 플레인스시에 소재하며 첫 번째로 방문했던 갤로핑힐 골프장과 함께 시립 대중골프장(Municipal Public Course)이다. 1953년, 정규 18홀 골프장으로 개장했다. 페어웨이 가장자리에 나무숲이 줄지어 서 있고 넓은 그린을 가진 파크랜드 스타일의 골프장이다. 〈골프링크(GolfLink)〉가 선정한 ‘미국 탑 100 골프장’ 76위를 기록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별 3.5개 등급을 받았다.
홈페이지: www.ashbrookgolfcourse.com
비용: 그린피 58달러+카트 16달러= 74달러, 시니어 7% 할인, 4인 합계 245달러
주소: 1210 Raritan Road, Scotch Plains, NJ 07076-2823

* 이 글은 푸른영토에서 발간한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에서 발췌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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