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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의족 스프린터와 발기부전 치료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남아공의 피스토리우스 선수는 여러 모로 화제를 몰고 다닌 선수이다. 의족을 단 채로 2012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여 비장애인과 겨룬 최초의 선수인 피스토리우스. 그러나 그의 도전 정신은 이후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빛이 바래게 되었다.

런던 올림픽 다음 해인 2013년 피스토리우스는 자택에서 여자친구에게 총격을 가했고, 이것이 오인으로 인한 사고였냐, 아니면 의도된 살인이냐를 놓고 법정 공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남아공 대법원은 피스토리우스에게 살인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이번 사건으로 의족을 달고 뛰었던 그의 도전사에 흠집이 남게 되었지만, 그래도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과학의 힘을 빌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에서는 의족과 의수를 차고 또다른 도전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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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의 성과 관련된 질환에도 이처럼 과학의 힘을 빌어 새로운 치료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1998년에 비아그라가 도입되면서 과거 뾰족한 치료가 없던 발기부전에 혁명이 일어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고칠 수 있는 여성용 비아그라 ‘에디’가 미국 식약처 승인을 통과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비아그라 등의 약물에 의한 발기부전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발기부전 환자들은 여전히 많다. 이런 경우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지가 않다. 인공적으로 발기를 유발시켜주는 약물을 음경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통증과 불편함이 따른다. 또한 약물에 잘 반응을 한다고 하여도 매번 관계 시마다 약을 복용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발기부전 보형물(penile prosthesis) 수술을 권유하곤 한다. 특수 재료로 만들어진 발기부전 보형물은 음경 내에 삽입되어 팽창과 수축을 함으로써 자연스런 성관계와 발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언제나 팽창되어 있는 굴곡형 보형물이 삽입되었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스스로 원하는 때에 발기와 수축을 제어할 수 있는 최신의 보형물들이 개발되어 있다.

다만, 발기부전 보형물에도 한계점은 있다. 우선 수술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요한다. 또한 한 번 발기부전 보형물을 이식 받게 되면 이후로는 자연적인 발기가 되지 않고 계속 기계에 의존한 발기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발기부전 수술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그러나 기존 치료에 효과가 없어 고통 받은 많은 발기 부전 환자들에게 보형물 수술은 확실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의족과 의수를 달고 스포츠 현장을 누비는 많은 선수들처럼 말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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