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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의 주간 브리핑] ‘4팀 4색’ 후반기 도약을 준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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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을 바꿔입은 지 이틀만에 격돌하게 된 전자랜드 포웰(왼쪽)과 KCC 허버트 힐. 포웰이 20득점 14리바운드로 전자랜드의 승리를 이끌며 판정승을 거뒀다. (사진=KBL)


‘포주장’이 돌아왔다, 전자랜드-KCC 트레이드 손익계산서
4라운드가 시작된 지난 주, 최대 이슈는 11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전자랜드-KCC 간 트레이드였습니다. 전자랜드는 안드레 스미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허버트 힐(31, 203cm)을 KCC에 내주고 전자랜드에서 4시즌 간 뛰었던 리카르도 포웰(32, 196cm)을 받아왔는데요. 특히 포웰을 그리워했던 인천팬들 입장에서는 실로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었습니다.

전자랜드와 KCC는 트레이드 이후 2경기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전자랜드가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신바람을 낸 반면 KCC는 모두 패해 4연패에 빠졌죠. 특히 양 팀은 13일 트레이드 이틀 만에 인천에서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포웰은 자기 말로 직접 표현한 ‘고향’ 인천에서 더블-더블 활약(20득점 14리바운드)으로 KCC 격파의 선봉에 섰습니다. 게다가 친정팀 복귀 후 첫 경기였던 12일 kt 원정경기에서는 무려 31득점을 퍼부으며 자신은 전자랜드의 주황색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해냈죠.

지난주 두 경기 결과를 놓고 이번 트레이드에서 KCC가 밑지는 장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더러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본디 트레이드라는 건 서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실현될 수가 없죠. KCC가 비록 연패를 끊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트레이드는 양팀 모두에게 분명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주 서로 다른 성적표는 포웰과 힐의 적응 기간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포웰은 무려 네 시즌이나 전자랜드에서 뛰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두 시즌 간 주장을 맡았던 선수라 아무리 시즌 중반에 합류했다고 해도 전자랜드라는 팀의 생리를 꿰뚫고 있을 테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쏠쏠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루키 한희원, 새 외국선수 자멜 콘리보다 더 쉽게 팀에 녹아들 수 있었을 겁니다.

반면 KCC로 간 힐은 낯선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치에 있죠.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한 게 당연지사입니다. 그럼에도 KCC의 이번 선택은 꽤나 합리적이었습니다. 에밋과 포웰은 모두 우직하게 골밑을 지켜주는 포스트맨보다 외곽에서부터 공격을 해결하는 스윙맨에 가까운 선수들이죠. 이들의 동선이 겹치는 문제는 외국선수 2명 출전 쿼터가 늘어나는 4라운드 이후 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쉽게 해결될 것이 아니었습니다.

순위 다툼이 치열해질 시즌 막판은 언제고 KCC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았죠. 여기에 하승진이 40분 내내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감안하면 높이에서 강점이 있는 허버트 힐의 가세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KCC 입장에서 포웰의 이탈로 인한 전력 누수는 걱정할 만큼이 아닙니다. 에밋이 포웰과 거의 비슷한(사실은 더욱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KCC 역시 ‘힐 효과’를 등에 업고 반등할 때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됩니다.

KCC에서 에밋에 가려 좀체 신바람을 내지 못했던 포웰에게 친정팀으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준 격입니다. 트레이드 이후 두 경기에서 날아다닌 포웰의 모습을 생각하면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전자랜드 입장에서 더욱 고무적인 건 포웰의 가세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플레이가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전자랜드는 포웰 영입 이후 2경기에서 무려 27개의 3점슛(12일 kt전 13개, 13일 KCC전 14개)을 폭발시켰는데요.

이는 트레이드 이전 6경기에서 기록한 3점슛 개수를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특히 13일 KCC전을 보면 포웰과 함께 뛰는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의 움직임 자체에 전에 없던 활력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패스워크, 슈팅력 등 몸놀림 자체에서 자신감이 묻어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웰 효과를 등에 업은 전자랜드의 상승세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승세란 비단 연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비록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팀 하나 전자랜드를 만만하게 볼 수 없었던 지난 시즌 막판의 위용을 되찾는 것을 말합니다. 올 시즌 6강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전자랜드는 후반기 중위권 싸움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다크호스로 거듭날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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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길렌워터의 올 시즌 다섯 번째 파트너 샤크 맥키식은 체격조건에 비해 탄탄한 파워를 겸비했다. (사진=KBL)


새 단신 외국선수로 승부수 띄운 삼성, LG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과 LG 역시 4라운드를 맞아 나란히 비슷한 모습의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양팀 모두 새로운 단신 외국선수로 테크니션형 가드를 선택하는 대신 어느 정도 파워를 갖춘 포워드들을 데려온 것이죠. 먼저 LG가 지난 5일 SK전부터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던 샤크 맥키식(25, 188cm)을 출전시켰고, 삼성 역시 12일 LG전에서 가드 론 하워드의 대체선수 에릭 와이즈(25, 192cm)를 데뷔시켰는데요. LG 맥키식은 팀 합류 후 3경기에서 평균 19분여를 소화하며 12.3점을 넣어줬고, 삼성 와이즈도 12일 데뷔전에서 12득점 6리바운드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4라운드부터 2, 3쿼터 인사이드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외국선수들 간 힘겨루기는 올 시즌 순위표 상의 자리를 결정하는 데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가진 패가 모두 비슷해졌기에, 비단 외국선수의 활약보다도 토종 선수들의 외곽포가 안정적으로 터져주는 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단신 외국선수의 활용 방향이 변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외곽 공격은 충분히 토종 선수로 커버할 수 있는 반면 인사이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인데요. 외곽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임무를 다시 넘겨받은 토종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해주느냐가 올 시즌 PO행 티켓의 향방을 가를 것입니다.

■ 12월 2주 UP &DOWN
UP: 단독 1위 모비스, ‘만수표 엄살’의 진실…‘우리를 잊지마라!’ SK

중위권 싸움이 갈수록 흥미롭게 전개되는 가운데, 선두권에서는 모비스가 지난주 세 경기를 내리 잡으며 4연승을 달렸습니다. 3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데 이어 이제는 나란히 연패 중인 2위 오리온과 2게임차, 3위 인삼공사와는 3.5게임차로 단독 선두 자리에 올랐네요. 지난주 경기를 보면 전준범의 맹활약이 눈에 띄는데요. 전준범은 송창용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천대현과 박구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꾸준히 모비스의 외곽을 떠받치며 유재학 감독을 미소 짓게 하고 있습니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11일 오리온을 2위로 밀어낸 뒤 “모비스가 1위 자리에 있는 건 웃긴 일이다. 곧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겸손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 왔던 유재학 감독이기에 이러한 수사는 ‘엄살’로도 느껴지지만, 사실 유 감독이 이렇게 말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농구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객관적인 전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종목입니다. 결국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에서는 높이가 강한 팀, 확실한 스코어러가 있는 팀이 마지막에 살아남기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올 시즌 모비스의 전력은 지난 시즌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년간 다져온 위기관리 능력과 최소실점 1위가 증명하는 조직력이 모비스를 지금 선두 자리에 올려놓긴 했지만, 결국 유재학 감독의 말은 ‘언제고 전력이 좋은 팀들이 치고 올라오면 결국 당해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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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포워드 박승리는 앞장서 공격을 이끌기보다 궂은 일을 담당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때 더욱 빛나는 선수다. (사진=KBL)


하위권에서는 SK가 4라운드 두 경기를 내리 잡으며 오랜만에 연승 가도에 올랐습니다. 앞서 언급한 팀들과 달리 SK는 가드 드워릭 스펜서를 계속해서 데이비드 사이먼의 파트너로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이는 스펜서의 득점력과 포워드 라인의 두터운 선수층을 신뢰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12일 연장 접전 끝에 인삼공사의 홈 16연승을 저지하며 확실한 반등 지점을 만든 모습인데요. 경기를 보니 오랜만에 과거 SK가 잘 나갈 때의 모습이 다시 보이더군요. 김선형은 오랜만에 코트를 헤집고 다니며 다른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는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고, 사이먼과 스펜서가 내외곽에서 흔들어주는 가운데 박승리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본래 박승리는 앞장서서 공격을 이끌기보다 궂은 일에 힘쓰며 수비에 집중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나는 선수입니다. 연승 기간 동안 무리하지 않고 뒤를 받치다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였는데요. 김민수가 빠진 상황에서 박승리가 지금 모습을 잊지 않는다면 SK는 충분히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DOWN: ‘부상이 밉다’ kt, 오리온
4라운드 도약을 준비하던 kt는 조성민의 부상으로 다소 동력이 꺼진 모습입니다. 조성민은 8일 인삼공사전에서 발목을 다쳐 2주 정도 공백이 불가피해졌는데요. 심스-블레이클리의 조합의 시너지를 기대하던 kt 입장에서 주포 조성민의 부상은 뼈아픈 일입니다. 이재도가 혼자 분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터, 이미 4연패에 빠졌지만 앞으로도 고전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온 역시 당초 11일 모비스전으로 예정됐던 애런 헤인즈의 복귀가 2주 정도 더 미뤄지면서 앓는 가슴을 계속 부여잡게 됐습니다.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가 없는 기간 동안 5할 승률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오리온의 경기력과 앞으로의 대진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초반 쌓아놓은 승수 덕에 2위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결국 헤인즈가 돌아올 때까지 국내 선수들이 조금씩 더 힘을 내 버텨줘야 하겠네요.

■ 12월 3주, 이 경기를 주목하라
# 18일 동부 vs SK(19시, 원주)
4라운드 출발이 좋은 SK가 ‘맥키네스 효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동부를 만납니다. SK가 지난주 경기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앞선, 골밑 매치업 모두 볼만한 대결이 될 것입니다. 허웅이 최근 난조를 보이고 있고, 김주성 역시 체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는 충분히 올 시즌 동부전 첫승을 노려볼만 합니다.

# 20일 삼성 vs 전자랜드(18시, 잠실실내)
포웰을 등에 업은 전자랜드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삼성과의 4라운드 맞대결은 분명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올 시즌 삼성은 아직까지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팀이라, 결속력이 한층 강해진 전자랜드와의 조직력 싸움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의 좋은 기억(1라운드 72-57 완승)을 잊고 싶지 않겠네요. [김유택 SPOTV 해설위원]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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