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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의 킥 더 무비 시즌2] (7) 선수를 납치한 서포터들 - 축구는 우리 인생
<헤럴드스포츠>가 '이준석의 킥 더 무비' 시즌2를 연재합니다. 앞서 연재된 시즌1이 기존에 출판된 단행본 '킥 더 무비'를 재구성한 것이라면 시즌2는 새로운 작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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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 공업지역의 명문, 샬케 04

샬케04는 탄광과 굴뚝으로 대표되는 산업 도시 겔젠키르헨의 광부와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팀입니다. 10만 명의 멤버쉽 팬들을 보유하고 있고,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은 잔디 필드가 통째로 경기장 안팎으로 움직이는 최첨단 돔구장이죠. 게다가 독일의 유명 맥주 회사 펠킨스(Velkins)는 전통적으로 샬케 팀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데, 과연 노동자 팬이 많은 구단답습니다.

샬케 04는 라인(Rhein)강을 따라 인접해 있는 도시의 팀인 도르트문트(BVB Dortmund)와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이 두 팀의 경기는 “지역 더비”라는 뜻의 “레비어 더비(Revier derby)”라 불리죠. 시즌1에서 다뤘던, 도르트문트를 소재로 한 영화 <가이스 앤 볼스>가 생각나네요.

이처럼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샬케04. 사실 축구의 초창기에는 클럽의 선수들 역시 그 지역의 유망주가 많았고, 따라서 팬들과 선수들의 관계는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국경을 넘나드는 선수 이적이 활발해지고 축구가 상업화되면서, 선수들은 천문학적 임금을 받게 되고 연예인 부럽지 않은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팬과 선수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영화 <축구는 우리 인생>은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샬케04를 배경으로, 팬들과 선수 간의 괴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팀에 애정이 없는 선수를 납치하다

독일 겔젠키르헨. 한스(Hans Pollak)와 친구들은 열혈 샬케 서포터입니다. 평소에도 샬케와 관련된 옷만 입고 다니고, 심지어 한스는 아내가 출산을 할 때에도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스와 친구들은 최근 어느 선수 때문에 실망감에 빠져 있습니다. 바로 팀의 간판 공격수인 파블로(Pablo) 때문인데요, 그는 예전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때와 달리 샬케에서 느슨하고 성의 없는 플레이로 팬들의 실망을 사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스는 파블로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음 경기 때, 샬케가 파블로의 골로 승리할 거라며, 자기 집을 걸고 도박을 하게 됩니다.

며칠 후, 한스와 친구들은 파블로가 자주 간다는 고급 술집에 갑니다. 그 곳에서 훈련보다는 유흥에 빠져 있는 파블로를 만나죠. 자기 우상에 대한 동경심으로 다가갔던 한스와 친구들. 하지만 파블로는 그들을 귀찮은 팬 취급을 하며 경호원을 시켜 쫓아냅니다. 자신은 이제 샬케가 아닌 인터 밀란으로 이적할 거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죠.

자존심이 상한 한스. 그런데 그날 밤, 한스가 운전하는 택시에 만취한 파블로가 탑니다. 파블로와 한스는 택시 안에서 이적 문제로 티격태격하죠. 자신이 사랑하는 샬케 팀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꼽 만치 없는 파블로에 분노한 한스는 파블로를 때려 기절시킵니다. 그리고 자기 집으로 데려오죠.

얼떨결에 자신들의 우상인 파블로를 감금하게 된 한스와 친구들. 쇠사슬에 묶인 파블로와 대화를 하던 중, 한스는 파블로가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빨리 한스를 정신차리게 해서 그라운드에 복귀시켜야 집을 잃지 않게 되는 한스.

하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한스가 축구 도박에 집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스의 아내는 집을 나갑니다. 게다가 미술을 좋아하는 아들은, 자신에게 축구만 강요하는 아버지 한스에게 질려 집을 나가게 되죠. 설상가상으로 한스와 같이 파블로를 감금한 친구들 역시 얼떨결에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 질려 한스의 곁을 떠납니다. 한스와 가족과 친구들, 심지어 납치당한 파블로까지 이런 말을 합니다. “그까짓 축구가 뭐라고!”

과연 한스는 내기에서 이겨 집을 지킬 수 있을까요? 파블로는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와 다시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한스의 친구들은 샬케를 버린 것일까요?

클럽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No one player will ever be bigger than club.”

이 말은 리버풀과 셀틱의 레전드였던 케니 달글리시(Kenny Dalglish)가 리버풀 감독 시절, 팀을 떠난 스타 선수인 토레스(F. Torres)를 향해 한 말입니다.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가 중요한 프로 축구이지만, 클럽에 애정이 없는 선수는 필요 없다는 의미로 화제를 낳았죠.

이 영화, <축구는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스 집의 지하실에 감금된 파블로. 지하실에는 샬케와 관련된 비디오 테이프와 구단 용품들이 가득합니다. 이는 클럽과 팬들의 과도한 관심을 족쇄로만 여기는 파블로의 인식을 상징하는 장면이죠.

그러나 파블로는 한스와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이 잊고 있던 클럽에 대한 열정을 되살립니다. 아기에게도 샬케 엠블럼이 새겨진 공갈 젖꼭지를 물리고, 미술가가 꿈인 아들에게 강제로 축구를 시키는 한스의 모습은 좀 과한 측면도 있죠. 하지만 백발 할머니가 다 된 한스의 어머니가 평소에 노란색과 검은색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팀의 머플러를 두르고 샬케 팬인 한스와 티격태격하는 장면, 결국 축구가 지겹다고 하면서도 샬케의 경기날에는 다시 투덜거리며 경기장을 찾는 친구들을 보며 축구가 팬들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파블로는 깨닫습니다.

물론 선수에게도 팀 선택의 자유가 있고, 그의 잔류를 팬들이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돈에 따라 이적이 이루어지는 프로 세계에서도 팬들과의 의리를 지키는 선수들은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비록 조건에 따라 팀을 떠나더라도, 그 팀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서포터들이 클럽에 부여하는 특별한 의미를 존중한다면 많은 팬들은 그 선수에게 고마운 감정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처럼 팬들이 선수를 감금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요.

#글쓴이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며 현재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헤럴드스포츠>에서 이준석의 킥 더 무비 시즌1(2014년 08월 ~ 2015년 08월)을 연재했고 이어서 시즌2를 연재 중이다. 시즌1은 저자가 2013년 3월 펴낸 《킥 더 무비-축구가 영화를 만났을 때》(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를 재구성했고, 시즌2는 책에 수록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들을 담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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