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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디 윌리엄스가 기억하는 타이거 우즈의 명장면 `10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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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도움으로 메이저 13승을 거두었다.


골프 선수는 코스를 떠나도 캐디는 조금 더 오래 남는다. 무릇 한 경기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선수의 일생을 봐서도 그러하다. 캐디는 선수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투어 현장에 뛰어들기 시작해 더 오래 일하고, 여러 선수들과도 부대끼며 살아간다.

호주의 애덤 스캇은 내년 마스터스에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52세)를 동반하기로 했다. 2일 미국 <골프위크>는 윌리엄스가 2016시즌 중 메이저 대회에서는 애덤 스캇의 백을 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윌리엄스는 타이거 우즈와 함께 13개의 메이저 우승을 따낸 과정의 이야기를 쓴 책으로 화제가 됐다. 일부 내용에서 ‘타이거 우즈가 클럽을 내던질 때는 노예가 된 것처럼 느꼈다’고 적혀 있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애덤 스캇은 윌리엄스가 낸 책과 관련해 ‘후속편이 나올 것 같은가?’라고 묻는 짓궂은 질문에 대해 “나는 최고의 행동으로 대하고 있으니 나에 대한 후속편은 없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답하기도 했다.

한편, 타이거 우즈는 최근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다’는 우울한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이전까지는 자신감에 찬 어조였으나 이제는 세월의 무게와 예전같지 않은 몸 상태를 감안한 듯 비장감에 젖었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캐디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면 타이거 우즈와 애덤 스캇 이전에 그렉 노먼이 나온다. 세계 랭킹 1위의 캐디를 도맡아 했던 셈이다. 타이거 우즈가 세계 랭킹 1위를 682주간 유지했고, 그렉 노먼이 331주, 애덤 스캇이 11주였으니 그가 캐디를 했던 선수들의 제위 기간은 산술적으로는 최대 1024주가 나온다(물론 선수가 1위를 유지하던 전 기간에 캐디였던 건 애덤 스캇 뿐이다). 윌리엄스가 12세에 처음 프로 캐디를 했을 때의 선수도 브리티시오픈 5승을 한 피터 톰슨이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9월 은퇴하고 고향인 뉴질랜드 후아파이로 돌아가 지금은 장작을 패면서 살고 있다. 은퇴 결정은 일찌감치 했다. 애덤 스캇이 2013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후 숙소로 차를 몰고 돌아가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은 대회장을 누비지만 뉴질랜드에 사는 아들 제트의 럭비 연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들은 현재 아홉 살이다. 대회가 있을 때면 그는 매년 열세 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스무 번 이상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아내인 크리스티와 제트가 미국에 와서 2주 정도 지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은퇴 이후로 윌리엄스는 골프중계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지냈지만, 올해 한 잡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타이거 우즈와의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최근에 그가 쓴 책의 일부 내용이 타이거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그가 타이거와 쌓은 세월은 그보다 깊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리고 모든 책은 많이 팔기 위해서는 이슈를 최대한 부풀리고 상업화하는 특성을 가졌다. 아래 윌리엄스가 기억하는 타이거와의 10가지 장면을 상하 2편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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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윌리엄스는 애덤 스캇의 캐디로 2013년 마스터스 우승을 도왔다.


* 2000년 US오픈에서 최대 타수차 우승에 대해
즈는 대회 마지막날 절체절명의 퍼팅을 성공시키는 재주가 있었는데, 15년 동안 꾸준히 그렇게 했다. 페블비치에서는 7번 홀의 그린에 볼을 올리면 볼 마크를 하고 8번 홀 선수들이 티샷을 마친 후에 퍼팅을 하는(일종의 웨이브를 주는) 게 관례다. 2000년도 US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열렸을 때 타이거는 기다리지 않았다. 앞 조의 선수들이 8번 홀 티박스에서 지켜보는 동안 의도적으로 볼을 재빨리 되돌려놓은 다음 퍼팅을 성공시켰다. “당신들은 아무리 애써봐야 안 돼”.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볼이 홀에 들어갔을 때 8번 홀 선수들의 어깨가 축 처지는 게 보였다. 타이거는 역대 최대인 15타 차로 우승했다.

* 2002년도 스킨스게임에서 한 갤러리의 카메라를 뺏아 연못에 던진 사건에 대해
당시 그 갤러리는 하루 종일 선수들이 백스윙을 할 때 사진을 찍었다. 나(윌리엄스)는 그에게 여러 번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 20만 달러가 걸려 있었고 타이거는 벙커에서 업앤다운을 성공해야 필 미켈슨의 우승을 막는 상황이었다. 타이거가 백스윙을 할 때 그가 셔터를 눌렀고 타이거가 주춤해서 형편없는 샷이 나왔다. 필이 그 돈을 차지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람하려면 에티켓이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클럽하우스로 가는 길에 그를 본 내가 ‘카메라 좀 보자’고 하자 그는 그걸 내게 넘겨주었고, 나는 그걸 물에 던져버렸다.

* 2006년 마스터즈 우승 당시 16번 홀에서의 칩인 버디에 대해
그린을 살펴 보고 다시 볼을 향해 걸어가던 타이거는 그린에 있던 오래된 볼 자국을 가리켰다. 동전 하나 크기였고 사실상 잘 보이지 않았다. 타이거는 “볼을 저기 맞히면 경사를 타더라도 벙커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아?”라고 물었다. 그린 왼쪽의 벙커가 걱정이었다. 볼이 경사를 내려가면서 속도가 나면 벙커로 들어갈 것 같았다. 그는 6m 거리의 까다로운 라이에서 오래된 볼 자국을 정확하게 맞혔다. 볼이 홀에 들어간 건 일종의 기적이었지만, 볼을 날려서 그 오래된 볼 자국을 맞힌 건 내가 이제껏 봤던 가장 놀라운 순간이었다.

* 2008년의 US오픈 부상 투혼 승리에 대해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토리파인스를 2008년도 US오픈 개최지로 발표하자 타이거의 집착이 시작됐다. 마스터스나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은 욕구는 US오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다리가 부러졌다. 우즈는 US오픈을 앞두고 아홉 홀 연습 라운드를 했을 때 나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즈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플레이를 강행했고, 매일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코스에서는 뼈가 서로 부딪히며 딸깍거리는 소리 때문에 나까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신음과 한숨 소리도 엄청났다. 하지만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우승했을 때는 내가 골프계에서 본 가장 영웅적인 모습이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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