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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신계(神界)에 근접한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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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도 신계(神界)와 인간계(人間界)가 있는 것 같다. 출중한 능력으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뭔가 특별하다는 걸 넘어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수준 말이다. 리오넬 메시나 웨인 그레츠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이 신계(神界)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최근 국민들을 열광시킨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레미어12의 일본인 투수 오타니 쇼헤이도 신계(神界) 후보 중 한 명이다.

아직 어리지만 리디아 고도 신계(神界)에 가까운 선수라고 볼 수 있다. 6살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간 리디아 고는 12년이란 세월 동안 비범한 족적을 남겼다. 그녀가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10대 소녀라고 보기 어렵다. 젊음은 자신도 모른 채 지나간다고 했지만 리디아 고는 예외인 것 같다. 루키 시즌인 지난 해 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리디아 고는 2년차 징크스를 비웃듯 올시즌 5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종목을 망라해 아직까지 이런 선수는 없었다. 이는 프로스포츠가 성행하는 미국에서도 센세이셔널한 일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21살 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빙판의 황제’ 웨인 그레츠키는 19살 때 NHL MVP에 선정됐다. 짐 브라운은 21살 때 NFL MVP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나 NBA에서 22살 이전에 MVP에 선정된 선수는 없다.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도 24세가 된 후에야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18세의 리디아 고는 이미 LPGA투어에서 10승을 거뒀다. 그녀가 10대를 마감하기 전까지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대략 40개 정도다. 이젠 LPGA 명예의 전당 헌액 포인트(27점)을 얼마나 빨리 달성할 지가 관심사다.

리디아의 현재 명예의 전당 헌액 포인트는 12점이다. 포인트 획득 방법은 일반 대회 우승시 1점, 메이저 대회 우승시 2점,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수상 시 1점이다. 신계(神界)에서 노는 리디아 고에게 앞으로 남은 15점을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미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만개했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화끈한 골프를 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약점이 없는 골프를 한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 즉 보기를 안하는 게임이라는 명제를 놓고 볼 때 향후 그녀가 어떤 기록을 남길지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리디아 고는 여자골프와 관련된 최연소 기록은 몽땅 자신의 이름으로 채운 듯하다. 리디아는 지난 2월 17세 9개월 8일 만에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18세 4개월 20일의 나이로 최연소 메이저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주에는 LPGA투어 49년 역사에서 최연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디아는 2013년 10월 프로전향을 선언하기 전 130주 동안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이전인 2012년 1월엔 14살의 나이로 호주여자투어 뉴사우스웨일즈오픈에서 우승하며 가장 어린 나이로 프로대회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 해 8월엔 15세 4개월의 나이로 CN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당시 2위는 라이벌 박인비였다.

지난 주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38세의 크리스티 커는 “리디아 고는 플레이하는 걸 보면 베테랑의 영혼을 가진 것 같다. 그녀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준다. 아마도 나머지 인생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30세의 브리태니 린시컴은 ”리디아 고는 애니카 소렌스탐의 레벨이다. 18세 때 나는 고작 이븐파 정도를 쳤다. 난 어느덧 서른살이 됐지만 매년 리디아 고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며 ”그녀는 어리지만 재능이 뛰어나고 대단히 겸손하다. 그리고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다. 모든 걸 다 갖췄다“고 말했다.

경쟁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량은 물론 인성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어린 나이에 동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는 것은 멘탈게임인 골프 경기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승부처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인비조차 “리디아는 나이가 어리지만 굉장히 잠재력도 있고, 감도 좋은 선수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신계(神界)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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